‘성완종 게이트’가 정국을 강타하면서 정국이 어지럽다. 역대 가장 많은 수의 의혹 연루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1, 2, 3대 비서실장에다 정권창출의 일등공신인 친박계 핵심들, 차기 대권주자 등 여권 실세 인사들에다 야당 의원들의 이름도 거론되면서 목숨을 걸었던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복수가 어디에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하지만 다수가 전전긍긍하고 있는 이때, 속으로 웃고 있는 이는 없을까. 정가는 표정관리를 하는 인물로 단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꼽는다. 여권 내 위상이 급상승했다는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긴급 회동을 가진 이후 여권 내 위상이 급상승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일단 김 대표가 독대 가능한 여당 대표로 위상이 업그레이드된다. 박근혜 정부 들어 한 번도 없었던 여당 대표와의 독대가 지금 이뤄진다는 것은 청와대도 이번 사건을 만만치 않게 보기 때문 아니겠는가. 두 번째, 김 대표가 할 수 있는 말이 뻔하다. 박 대통령이 없는 순방 열흘간 성완종 사건을 여당 중심으로 처리하겠다, 대통령은 나를 믿고 맡겨라, 이런 말이 오가지 않았을까. 박 대통령으로선 자신의 가신그룹을 향해 죄어오는 칼을, 그들의 운명을 김 대표에게 맡겨야 할 운명에 놓였다.”
실제 독대가 성사됐다. 청와대가 먼저 요청했고 김 대표가 응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표는 20여 분간 박 대통령과 단둘이 이야기를 나눴고 나머지 25분여 간은 이병기 비서실장이 동석한 상태에서 대화했다. 김 대표는 회동 직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 “당에서 분출된 모든 의견을 전했다. 순방 후 이완구 국무총리 등 거취문제를 결정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하지만 표정은 경직돼 있었고 백브리핑에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의 여권 관계자는 회동 직후 기자에게 “김 대표의 어떤 요구를 박 대통령이 바로 받아들인 것 같지는 않고, 순방 이후 결정하겠다고만 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당장 4월 29일 재보선을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성완종 게이트에서 김 대표가 최고 수혜자가 되려면 두 가지가 충족돼야 한다. 하나는 특검이 아닌 검찰수사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권에서 정책통으로 불리는 한 인사는 “검찰의 수사는 아무래도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 지난한 과정을 거칠 수도 있는데 그 사이 궁지에 몰린 친박계가 어디로 몰려가겠는가”라며 “김 대표로선 베어버려야 할 친박이 스스로 자기 밑으로 들어오는 수확을 얻게 된다”고 했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외치곤 있지만 현실적으로 시행하기 힘든 탓에 정가는 여전히 집권 여당의 대표가 공천권을 쥐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대 총선 즈음 여당과 청와대가 공천 지분을 놓고 ‘딜’을 하게 될 경우에도 김 대표가 우위에 서게 되는 사건이란 것이 이 정책통의 해석이었다.
다른 하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국무총리 해임결의안이 나오지 못하도록 어떻게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의 해임결의안은 사실상 꽃놀이패다. 해임결의안이 본회의 안건으로 올라올 경우를 가정해보자. 여당이 똘똘 뭉쳐 부결시킬 경우엔 등 돌린 여론 탓에 차기 총선은 물론 대선도 치르기 어렵게 된다. 만약 해임을 야당과 함께 의결할 경우엔 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불러와 여권의 분열이 불가피하고 청와대와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 의결도 부결도 아니라면 어떻게든 해임결의안 시도를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가 호사가들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뜻밖의 수혜자로 꼽는다. 가장 핵심부에 있었던 원조 친박이지만 도덕성만큼은 증명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권 내에서는 ‘특검’ 수사를 가장 먼저 밝히면서 공정한 수사를 촉구해 야권으로부터도 박수를 받았다.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초선 의원은 “야당이 특검을 원하면 무조건 응하겠다, 우리는 국민만 보고 하겠다고 말하니 오히려 야권이 뒷걸음질쳤다. 국민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으니 총리를 자진사퇴하고 의혹 연루자는 특검 수사를 받으라는 선제적인 메시지가 나온다면 유 원내대표의 진정성을 국민이 알아줄 것”이라고 전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른 의미에서 이런 성완종 게이트의 수혜자다. 국회 대정부질문이 한창일 때 최 부총리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 15일부터 20일까지 미국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여권의 일각, 야권 전체가 요구하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퇴나 직무정지가 이뤄지면 ‘3인자’ 최 부총리는 국무총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대망을 꿈꾸는 최 부총리로선 ‘국무총리’라는 기가 막힌 스펙 하나가 쌓이는 것이다.
일각에선 자원외교 국정조사특위 활동시한이 남은 상태에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퍼지면서 여론의 조명을 비켜갈 수 있게 된 것도 수혜덕목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이재오 의원 등 친이계도 웃음을 참고 있다. 4자방 비리가 모두 덮였다는 것이다.
물론 야권에서는 문재인 당 대표가 성완종 사건으로 4·29재보선을 승리할 경우엔 야권의 지휘권을 안정화, 공고화하면서 전략과 전술에 따라 차기 총선까지도 승리를 넘볼 수 있을 것이란 측면에서 큰 수혜자로 꼽힌다.
여권의 옅은 친박, 주박야김파, 수도권 의원, 비례대표 등 비주류는 청와대와 김 대표, 유 원내대표의 강수를 바라고 있다.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국민적 공분을 산 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30~40%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으로 모두 공멸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의혹 연루자들의 직무정지를 촉구하는 한편 신속한 특검 수사와 재판으로 벌을 내리고 ‘중간평가’를 받아야만 이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의혹 당사자가 모두 친박계여서 박 대통령이 수습하기에도 좋지 않느냐는 얘기다.
이번 위기는 기회로 치환되지 않는다. 이 이전에도 순항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침몰은 막을 수 있다. 현재 상황은 그렇다.
이정필 언론인
‘문무합작’ 결별하나 혁신은 없고 혼선만 가중 ‘문무합작’으로까지 불렸던 두 MS, 김무성 당 대표와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이 결별수순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정가에 파다하다. 당과 정치권의 혁신사령탑으로 원외에 있던 김 전 경기도지사를 불러들인 김 대표가 보수혁신특별위의 정치쇄신안을 서둘러 처리하려 하면서 이야기가 불거졌다. 최근 보수혁신특위안 처리를 위한 당의 의원총회에 참석했던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상황은 이랬다. 지난해 9월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 1차 회의 모습. “일단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에 대한 의원들의 반대 발언이 많았다. 김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면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이 유리하다는 논리로 어필하고 있지만 반대로 의원들은 국회와 지역구를 오가며 지역민심을 관리해 온 탓에 지역 유지나, 오래전부터 지역을 다져온 도전자들과 비교해 그리 유리한 제도가 아닌 것으로 본다. 그래서 당일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반대자가 대거 나서서 이야기를 하면서 김 대표가 크게 화를 냈다.”(TK 초선) “반대토론이 이어지고 있는데 한 의원이 ‘저도 할 말 있습니다’ 하며 일어났다. 그런데 김 대표가 ‘어이 마 됐고 그냥 앉아라 마’ 이런 식으로 말하며 앉혔다. ‘왜 반대만 하고 찬성하는 사람은 없느냐. 찬성토론자는 없느냐’ 이런 말도 했다. 그 의원도 엉거주춤하게 앉고 김 대표도 화가 나서는…분위기가 아주 묘했다.”(비례대표) 정가는 김 대표가 김 위원장의 쇄신안을 하루라도 빨리 처리하고선 김 위원장과 만날 일 자체를 없애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호사가들은 “혁신하라고 불러놨더니 아예 ‘원내 파괴 작전’을 펴는 김 위원장이 못마땅한 것 아니겠느냐.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뜻에서 오픈프라이머리는 김 대표의 뜻이기는 하지만 정작 맡겨둔 사람이 당내에서 전혀 지지는커녕 욕만 먹으니 김 대표도 화가 났을 법하다”라는 말을 전한다. 김 위원장은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서도 김 대표의 의중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이 상태로는 선거 자체가 어렵다”면서 이완구 국무총리의 자진 사퇴를 언급했고, 검찰수사가 아닌 특검에 수사를 맡기자는 기류에 대해선 “상설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을 해서 특검법을 만들었다. ‘이런 것(성완종 게이트)이야말로 특검에 딱 맞는 맞춤형이다’ 이렇게 보고 있다”고 가세했다. 김 대표도 “특검을 먼저 야당에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속내는 다르다는 해석이다. 특검으로 일사불란하게 처리하는 것보다 검찰수사 후 특검으로 이어가면서 당내를 완전히 장악하려는 의중이 왜 없겠느냔 것이다. 확실히 요즘은 김문수 위원장의 위기다. 대구 수성구갑 당협위원장에서 물러난 이한구 전 원내대표가 바통을 김 위원장에게 건네주고 싶어하고, 김 위원장도 수성구갑 지역을 원하고 있다는 전언이지만 당내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간다. 대구 지역 의원들이 ‘김문수 반대론’을 설파하고 있다. 대구 의원들은 시시때때로 만나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전 최고위원과 색깔이 다른 참신하고 가능성 있는 인재를 발굴하자는 쪽으로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게다가 김 위원장을 바라보는 김 대표의 시각도 지난해와 달라지면서 김문수 복귀론은 전혀 시동조차 걸리지 않는 눈치다. [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