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민간인 출입 통제로 만포철교 검문소에서 조금 벗어난 측면 접경지역에서 북한 땅을 관찰해야 했다. 만포철교 너머로 보이는 북한의 건물들. 아래 사진은 목탄차를 타고 이동하는 북한군 모습.
그런데 취재 당일, 뜻밖의 상황에 봉착했다. 취재진이 검문소를 통과하려는 순간, 중국군이 출입을 제지한 것. 원래 이 지역은 외부 취재진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민간인 관광객들이 자유로이 드나드는 곳이었다.
취재진을 안내하는 조선족은 “민간인이 평소 자유롭게 드나들던 곳”이라며 “갑자기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나도 처음 겪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취재진의 출입을 통제한 중국군은 “해당 구간은 당분간 간절기 재정비를 위해 민간인 출입을 금지한다”며 “정비가 끝나면 조만간 통제가 풀릴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지인들의 말은 전혀 달랐다.
“예전엔 북한과 중국을 잇는 만포철교 가까이 가서 건너편의 생활상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최근 만포철교로 진입하는 이곳 검문소에서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간절기 정비는 겉으로 드러난 명목일 뿐이다. 실제로는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북·중 관계가 가장 큰 이유다. 이 통제가 언제 풀릴지 우리도 잘 모르겠다.”
취재진은 어쩔 수없이 만포철교 검문소에서 조금 벗어난 측면 접경지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행히 그곳에서도 건너편 북한 주민들과 군인들의 모습을 비교적 잘 관찰할 수 있었다. 봄철 가뭄 탓에 강은 유람선을 띄울 수 없을 정도로 메말라 있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한 걸음에 국경을 넘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느껴졌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지안 접경지역은 호화찬란한 고층 건물과 잘 정비된 강변 공원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곳에서 승용차를 대놓고 가족들과 여가를 즐기는 중국인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강 건너 보이는 만포의 ‘민둥산’은 북한의 초라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주민들, 그리고 이따금씩 군인들을 태우고 저속으로 움직이는 목탄차가 눈에 띄었다. 그나마 ‘구리제련공장’의 우뚝 솟은 굴뚝만이 산업화의 흔적으로 남아있을 뿐이었다.
북한 쪽에도 잘 정비된 주택들이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현지인들은 “사람이 살고 있긴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달리 건물 내부는 형편없다”며 “그것 외에는 전부 군부대 막사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미 몇 차례 해당 지역을 방문한 바 있는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역시 이번 ‘민간인 통제’에 대해 북·중 관계의 이상 징후로 판단했다. 그는 특히 ‘만포’라고 하는 지역의 특수성에 주목했다.
“만약 북·중 관계에 있어서 유사시 중국은 제일 먼저 만포를 접수할 것이다. 북한의 자강도와 평안북도 지역은 대규모의 군수산업지대가 자리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만포는 핵심이다. 재래식 무기 생산설비는 물론 대규모 전략 무기 설비까지 갖추고 있다. 그만큼 중국 입장에서도 민감한 지역이다. 중국이 해당 지대의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것은 분명 최근 악화되고 있는 북·중 관계를 반영해 북측에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월 9일 자국의 전승기념일에 맞춰 김정은 제1위원장을 초청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이날 실제 김정은이 모스크바로 향할지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최근 중국은 9월 3일 자국의 전승기념일에 역시 김정은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걸 대표는 “김정은이 자신의 첫 정상회담을 중국이 아닌 러시아 정상과 한다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무척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며 “이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도 첫 정상회담 일정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북·중 관계의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지안=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