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의 5명의 멤버와 5명의 식스맨 후보들이 함께한 방송 화면 캡처. 요란한 멤버 선출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제작진 내부적으로 회의를 거쳐 새 멤버를 발표했다면 이런 진통은 겪지 않았을 것이다. <무한도전>이 가진 파급력을 감안했을 때 굳이 코너로 만들지 않아도 충분히 화제를 모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식스맨 포스터.
하지만 제작진을 비롯해 대다수는 6번째 멤버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프로그램 구도를 맞추기 위해 멤버 수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6명으로 구성되면 ‘1:1:1:1:1:1’ ‘2:2:2’ ‘3:3’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결 구도를 만들 수 있다. 매 회마다 게스트를 출연시켜서 공백을 메울 수도 있지만 장기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무한도전>으로서는 확실한 고정 멤버가 필요했다. 또한 식스맨 프로젝트가 노홍철의 복귀 수순을 밟는 과정이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이 있는 만큼 그의 복귀 역시 늦어질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6번째 멤버를 뽑는 과정은 필수적이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멤버 수는 아이돌 그룹을 만들 때도 매우 민감한 부분 중 하나다. 단순히 5명을 모았기 때문에 5인조 그룹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철저한 계산과 전략을 통해 몇 명이 참여한 그룹을 만들 것인지 조율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5인조 걸그룹을 만든다고 했을 때 그들을 발탁하는 단계부터 데뷔곡을 내고 방송 활동을 마칠 때까지 최소한 10억 원 이상 소요된다”며 “멤버 수에 따라 이 금액에도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결코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이돌의 명가인 SM엔터테인먼트는 소녀시대와 에프엑스를 잇는 걸그룹으로 지난해 4인조 레드벨벳을 선보였다. 현재 SM은 2인조 동방신기, 5인조 에프엑스와 샤이니, 8인조 소녀시대, 10인조 엑소, (사실상) 11인조 슈퍼주니어 등을 보여하고 있다. 4인조로 구성된 레드벨벳은 새로운 조합을 생각할 수 있는 SM의 전략에 의해 결성됐다고 볼 수 있다.
5인조로 컴백한 ‘레드벨벳’. 오른쪽 사진은 ‘슈퍼주니어’의 규현과 시원
하지만 레드벨벳은 최근 컴백하며 기존 멤버인 웬디, 아이린, 슬기, 조이에 새로운 멤버 예리를 추가해 5인조로 거듭났다. ‘SM 루키즈’의 멤버로 발탁돼 실력을 쌓아온 16세 예리가 합류하며 레드벨벳은 평균 연령이 낮아져 SM의 막내 걸그룹으로서 입지를 단단히 다졌고, 외모 역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M은 지난 2006년 12인조로 데뷔했던 슈퍼주니어에 규현을 합류시켜 13인조로 탈바꿈시킨 적이 있다. 메인 보컬인 규현이 가세해 슈퍼주니어는 더욱 완성도 높은 그룹으로 거듭났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SM이 걸그룹 멤버를 충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야심차게 선보인 레드벨벳의 전력을 보강할 필요를 느낀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레드벨벳은 최근 컴백하며 멤버 충원으로 인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고, 신곡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각종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SM의 차세대 걸그룹으로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고 평했다.
멤버 수의 중요성은 현재 대세 아이돌 그룹이라 평가받는 엑소를 봐도 알 수 있다. 당초 12인조로 출발한 엑소는 6명씩 나눠 한국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엑소-K와 중국 활동에 주력하는 엑소-M으로 분리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짰다. 12명 중 4명은 실제 중국인 멤버였다. 현지인을 기용해 현지화 전략을 본격화하겠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중국인 멤버 크리스와 루한이 잇따라 팀을 이탈하면서 잡음이 일었다. 엑소-M의 주력 멤버 두 명의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12인조를 구성하며 갖가지 구성과 전략을 짰던 SM으로서는 비상사태를 맞은 셈이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두 사람은 중국인들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적잖은 타격이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멤버 수는 단순한 숫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팀원이 이탈하거나 충원되는 것은 팀 컬러를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중요한 건, 팀원의 변화를 겪은 후 대부분 그룹들이 과거와 비교해 그다지 높은 인기를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카라는 니콜과 강지연이 빠진 후 허영지가 수혈됐고, 원더걸스는 현아와 선미가 순차적으로 탈퇴한 후 혜림이 들어왔었다. 유키스는 알렉산더, 기범, 동호 등이 시간 차를 두고 팀을 떠났고, 애프터스쿨 역시 가희 등 멤버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잘되는 그룹 내에서 멤버 탈퇴나 충원이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5인조 그룹에서 1명이 빠진다고 20%가량의 팬층만 이탈하는 것이 아니라 팀 내 균열이 생긴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팬들이 대거 이탈하며 팬층이 얇아지곤 한다”고 덧붙였다.
예능 프로그램을 론칭할 때도 MC의 수는 제작진의 주요 결정 사안 중 하나다. 단독 MC를 세우고 보조 MC와 패널을 두는 방식으로 갈지, 혹은 더블 MC나 트리플 MC를 세우냐 여부에 따라 프로그램의 성격이 달라지고 세트 제작 방향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TV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출연진 간의 분량 경쟁과 주도권 잡기 싸움이 치열하다. 이런 마찰을 최소화하고 균형을 잡기 위해 몇 명으로 프로그램으로 구성할지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