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R&B 뮤지션인 알리야는 2001년 바하마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을 마친 뒤 귀국하기 위해 탑승한 비행기가 추락해 사망했다.
촬영은 순조로웠고, 알리야가 출연하는 분량은 예상보다 빨리 작업이 끝났다. 알리야는 하루 일찍 돌아오기로 결정했다. 남은 스태프들은 그녀가 등장하지 않는 나머지 분량을 촬영하고 있었다. 예정에 없던 비행이라, 항공사 블랙호크는 원래 보내기로 했던 ‘세스나 404’ 대신 ‘세스나 402B’ 비행기를 보냈다. 플로리다에서 출발해 바하마의 아바코 아일랜드에 있는 마쉬 하버 공항에 4시 30분까지 도착하기로 했던 비행기는 6시 15분이 되어서야 그 모습을 드러냈다. 조종사는 20대 초반의 루이스 모랄레스 3세. 알리야, 헤어 스타일리스트인 에릭 포맨과 앤서니 도드, 안전요원 스코트 갤린, 알리야의 친구였던 키스 월러스, 메이크업 아티스트 크리스토퍼 맬도나도, 레코드 업체 직원 더글러스 크라츠, 지나 스미스 등 승객은 총 8명이었다. 목적지는 플로리다의 오파로카 공항이었다. 하지만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비행기는 공항 근처 습지대로 추락했고, 곧 폭발을 일으키며 거대한 화염 덩어리로 변해갔다. 조종사와 알리야를 포함한 9명은 그 자리에서 생명을 잃었다.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비행기가 추락한 사고현장.
알리야가 팬과 찍은 마지막 사진.
국가운수안전위원회의 공식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알리야는 극심한 화상과 머리 부분 충격으로 사망했고, 살아남았더라도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곧 숨을 거둘 상황이었다. 비행기의 인원 제한 중량은 320킬로그램이었는데 이륙 당시 그것을 넘은 상태였다. 그 결과 하중이 갔고 비행기의 무게중심이 불안해졌다. 그런데, 문제는 조종사 모랄레스였다. 그가 미연방항공국의 비행기 조종 면허증을 불법으로 취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더 심각한 건 검시 결과였다. 혈액에서 코카인과 알코올 성분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2001년 8월 28일 알리야의 시신은 뉴저지의 뉴어크 공항으로 돌아왔고, 8월 31일 장례식엔 800여 명의 사람들이 운집했다. 스물두 해 그녀의 짧은 삶을 상징하는 스물두 마리의 비둘기가 하늘을 날았다. 장례식이 끝나고 미연방항공국의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었다. 먼저 블랙호크라는 회사의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이 회사는 사고 이전에 네 번에 걸쳐 불법 사항이 지적된 바 있었다. 1998년에 안전 규정 위반으로 1500달러의 벌금을 냈고 1999년엔 파일럿에 대한 마약 검사를 하지 않아서 경고를 받았다. 2000년에도 비행기 정비에 대한 준수 사항을 어겼다. 대표인 길버트 차콘은 거짓 파산 신고를 통한 사기죄로 기소된 적이 있었다.
조종사 모랄레스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2000년 2월에 면허증을 취득한 걸로 되어 있는데, 필요한 비행 시간을 채웠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2000년 10월에 플로리다의 포트로더데일에 있는 트로픽 에어에 지원했지만 경험 부족으로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다. 사고 보름 전인 8월 7일엔 코카인 소지 혐의로 경찰에게 적발되어 보호 관찰 조치를 받았다. 골든 에어라인이라는 곳에서 부적합한 행동으로 해고당한 후 사고 이틀 전에 블랙호크에 고용되었고, 사고 당일 비행은 블랙호크에서의 첫 비행이었다. 비행 부적합자가 조종한 비행기가 과적으로 인해 추락한 사고였던 것. 이후 수많은 소송들이 유족들과 비행업체와 알리야의 음반사 사이에 오갔지만, 그들의 죽음만 더욱 더 안타까운 사고로 남게 되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