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취임식을 가지며 잠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야당과 교육단체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김진표 열린우리당 의원이 교육부총리에 발탁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나라당에서는 냉소적인 ‘웃음’ 소리와 함께 표류하는 교육정책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가 교육에는 문외한인 데다 경제부총리 재직 때 밀어붙였던 정책들이 실패로 결론 난 것들이 많았다는 이유였다.
교육계도 들썩거리고 있다. 전교조 경실련 등이 소속된 교육연대는 이기준 전 부총리 임명 파동 때보다 더 심각하게 이번 사태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교육연대는 김 부총리 퇴진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을 선언해 파장이 예상된다. 백년대계가 되어야 할 교육문제가 경쟁력 저하를 우려해 경제 논리의 칼날을 들이댄다면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 격’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관가에서도 근심스런 표정이다. ‘대학 시절 가정 교사 경험’이 현장 경력의 전부인 그가 자칫 현실성 없는 정책들을 쏟아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김 부총리의 능력이 과대평가 되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재정경제부 장관 시절 개혁 추진보다는 현상유지에 급급했고 카드사 위기 대응도 실패하는 등 능력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현 시기는 경제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교육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적임자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과연 ‘김진표 호’는 격랑을 헤치고 순항할 수 있을까.
정말 생뚱맞은 인사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김진표 교육부총리 임명을 두고 황당하다는 듯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열린우리당 임채정 의장은 “대통령의 인사 철학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방어벽을 쌓고 있지만 이번 ‘김진표 카드’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또 다른 짐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있다. 전교조 경실련 등 교육단체들의 연대모임인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교육연대) 등 교육단체들이 김 부총리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상태라 자칫 또 다른 ‘이기준 파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왜 그럴까.
먼저 김 부총리가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의 ‘업적’이나 ‘능력’이 과대 포장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재경부 세제실장이던 김 부총리를 처음 만난 뒤 자신이 아는 공무원 중에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극찬을 한 바 있다. 또한 경제계에서는 김 부총리를 ‘미스터 튜너‘라고 부르기도 한다. 원만한 대인관계에다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남을 설득하고 이해관계를 풀어 가는 조정능력이 뛰어나 붙은 별명이다.
하지만 야당이나 교육계에서는 김 부총리의 이러한 ‘능력’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김진표 의원은 바로 ‘집값 폭등의 장본인’이며 ‘실패한 경제부총리’였다. 이런 사람이 교육수장이 되는 꼴이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그가 재경부 장관으로 있을 때 집값이 폭등해 사회적 문제가 되었고 그에 따라 노무현 정권도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혼란을 겪은 바 있다. 교육연대는 이에 대해 “그가 경제부총리로 재직하던 2003년 아파트 시가 총액이 1백50조원 폭등하는 등 ‘실패한 경제정책을 강행해 국민을 고통으로 내몰았던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의 호평과는 달리 그의 관료 능력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측도 있다. 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재경부 장관 시절 김 부총리는 개혁을 추진하기보다는 현상유지에 급급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보이지 못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카드사 위기 대응 실패다. 당시 김 장관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도외시하고 관치금융과 미봉책으로 일관했다. 또한 그의 반 개혁적인 태도로 인해 문제가 더욱 악화됐다”고 밝히면서 “전형적인 경제관료 출신으로 국회의원 경력이 1년도 채 안 된 그의 발탁을 ‘사고가 유연한 정치인 장관의 기용’이라는 청와대의 설명도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김 부총리는 정통 관료 출신으로 교육 개혁을 위해서 필수적인 관료 개혁을 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윤건영 한나라당 의원도 “그는 전형적인 골수관료로 꼽혔던 인물이다. 앞으로 교육 개혁에서도 관치의 강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 정부와 우호적인 전교조 관계자들조차도 “참여정부 초기 경제부총리로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인사에게 교육을 맡기는 것은 교육을 실험 대상으로 본다는 발상”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재경부 장관 재임 때 교육계와도 ‘악연’이 있다. 교육연대의 한 관계자는 “그는 경제부총리 시절 서울 강남 집값 상승의 원인을 교육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보고 여러 정책을 내놓았다가 교육부와 교원단체의 반발을 샀던 일이 있었다. 판교 신도시 성공을 위해 학원단지 조성 계획을 밝혔다가 교육계 역공을 맞고 이를 철회했고, 집값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 강북 등에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를 많이 세워 강남으로 학부모들이 몰리는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가 교육계의 큰 반발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정학 박사 출신의 한나라당 보좌관 정원동씨는 “교육 문제는 총체적인 교육 철학을 가진 사람이라야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교육 문제를 판교 신도시에 학원단지를 유치하는 정도의 편협한 방식으로 풀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반문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비록 김 부총리의 능력에 대해 극찬을 했고 이것이 이번 인사의 직접적인 배경이 되기도 했지만 야당과 교육계는 김 부총리에 대해 정반대의 평가를 하고 있는 셈이다.
김 부총리의 교육계 경험이 전무한 것도 부정적 요소다. 그는 고교와 대학 시절의 가정교사 체험을 바탕으로 교육 개혁에 대해서도 소신 있게 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그가 교육 현장에서 나오는 다양한 소리들을 외면한 채 ‘경제적’ 판단에 따라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자칫 더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역대 교육부총리 중 90%가 교수 출신의 교육전문가였지만 우리 교육은 답보보다 못한 퇴행으로 얼룩져 왔다. 교육과 무관하다고 해서 교육 개혁의 비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밝히며 그의 임명을 옹호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그의 이러한 무경험이 오히려 교육개혁에 적임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과연 교육계의 지지 없이 그가 ‘큰 일’을 이루어낼지 여전히 부정적이다. 지금까지 역대 교육부총리들이 불미스럽게 물러나게 된 결정적 이유의 하나도 바로 교육계와의 마찰 때문이었다. 일부에서는 역대 교육 수장들이 전두환 정권 때부터 유지돼온 ‘교육부 마피아’의 벽을 넘어서지 못해 결국 두 손을 들고 나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교육개혁이란 것이 교육계의 협력과 호응이 있어도 쉽지 않은 판에 교육계 전체가 반대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과연 김 부총리가 이를 견딜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한편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토끼몰이론’을 펼쳐 눈길을 끈다. 그는 “역대 정부는 백년대계라는 교육문제를 지금껏 단 한번도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고 그때그때 처한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 따라 대증적인 처방전만을 쏟아내기에 급급했다. 그것은 마치 여러 사람이 소리를 지르며 교육이라는 토끼를 몰아대기만 할 뿐 정작 성과는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김 부총리도 토끼몰이만 하다가 산을 내려오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