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을 얻을 만한 자기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글쓰기의 목적 중 하나라면, 여행기라는 형식 또한 거기에 부합해야 할 것이다. 하루키는 여행을 통해 경험과 감각의 외연을 넓히는 한편, 자기 여행에 대한 기록을 부단히 함으로써 필력을 갈고 닦은 셈이다.
‘작가의 말’을 통해 하루키는, 자신이 어떻게 여행을 하고 여행기를 집필하는지 밝힌다. “여행지에선 스스로가 녹음기가 되고 카메라가 되어 풍경에 자신을 몰입한다”라는 것이다. 이책에서 하루키는 ‘작가들의 성지’라고 부르는 미국의 이스트햄프턴에서 동료 작가들을 만나기도 하고, 며칠을 버틸 작정으로 일본의 한 무인도를 찾았다가 벌레 때문에 하루 만에 도망을 치기도 한다. 멕시코에서는 자꾸 식중독에 걸려서 고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맛기행을 떠나서는 “우동 가락이 코에서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먹었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하루키가 스스로 말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여행법’과 ‘인간과 세계에 대한 하루키적 관점’을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국내 독자에게 가장 익숙한 일본 작가이자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를 그간 소설이나 에세이를 통해서만 만났던 사람들이나 하루키의 골수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하루키 읽기의 새로운 재미를 선사해줄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문학사상. 정가 1만 3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