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의원은 “정권 이양기에 두 정권이 특별사면에 대해 협의를 하는 것은 정치적 예의”라며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노무현·이명박 정권 모두 사면에 ‘관여’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일요신문 DB
하지만 다음날인 지난 22일 MB 정부 인수위 당시 강력한 권한을 가졌던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MB 정부 인수위가 사면에 관여했다고 밝혀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정 의원은 “권력을 잡은 인수위가 사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비상식적이다”라고 말했다. 정 의원의 발언 요지는 정권 이양기에 양측이 사면에 대해 ‘협의’를 하는 것은 ‘정치적 예의’라며 양측의 공동 책임설을 주장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사면 허가를 해 준 점에서 보면 1차적 책임이 있지만, 이명박 정권도 이 과정에서 실세들이 로비를 받고 사면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정 의원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지난 23일 늦은 밤 정 의원 자택 앞에서 그를 기다리다 어렵사리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 정 의원은 “뭐 이런 일로 집에까지 찾아오느냐”며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사면 로비 의혹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재의 성완종 사면 로비 의혹은 정 의원의 대수롭지 않은 반응과는 달리 노무현 정권뿐 아니라 이명박 정권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완종 게이트’의 ‘헬 게이트’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당연한 것을 말했는데 왜 이런 반응인지 여전히 난감해 했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권성동 의원이 사면은 친노 쪽에서 했다는 말을 했다. MB정부 초기 막강한 실세였던 정 의원이 당시 상황을 잘 알 것 같다. 성완종 전 회장 사면이 이상득 전 의원 쪽에서 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아는 부분이 있나.
“내가 직접 들은 것도 아니고, 이상득 전 의원이란 이야기도 꺼내지도 않았다. 근데 그거는 아무리 취재해도 확인 안 된다. (사면을 요청)한 사람이 했다고 그러나. 그렇다고 그걸 내가 또 이야기하겠나. 자기한테 손해될 이야긴데 왜 하겠나. 나도 추측이 된다는 것이다. 그걸 딱 부러지게 이야기할 수 없는 거고. 그렇다고 내가 기사용으로 거짓말을 하라는 건가. 그건 말이 안 되지 않나. (웃음)”
─그럼 처음에 ‘인수위 쪽에서 관련되어서 한 거다’라는 말은 어떻게 된 건가.
“원래 사면복권은 대타협이나 대화합, 뭐 그런 것이다. 여야 모두. 야당의원(성 전 회장)을 어떻게 명단에 넣겠나? 알아야지 만들 거 아닌가. 그리고 정부 말기에 노무현 대통령이 (사면)하고 싶으면 인수위에 요청을 한다. 해야 할 사람 있으면 명단 달라고. 그게 아주 예의다. 정치적인 예의. 뭐 그게 특별한 것이나 이상한 것 아니다. 왜 자꾸 그게 대단한 거처럼 취재를 하는지 난 그게 되게 웃기다.”
─예전에 김대중 정부도 김영삼 정부에 요청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다 그렇다. 그랬단 이야기가 아니라, 다 그렇다. 내가 예를 들어 (대통령이) 됐는데 사면하고 싶다면 그럼 나도 하겠다. 누구 (사면)할 사람 있으면 명단 달라고 한다. 그러니까 그게 난 웃긴다. 그게 이상한 건가. 그런데 왜들 난리인지 모르겠다. 어쨌건 성완종 전 회장이 들어갔다 나왔다 했다면 그걸 거들어준 사람 있을 것이다. 성 전 회장이 저절로 명단에 박혀버리나? 누가 거들어준 사람 있을 것이다. 양쪽에서 다 거들어줬을 것이다. 성완종 전 회장의 실력 알지 않나. 그러니까 확인 안 된다. 근데 확인 안 해도 세상일이란 게 대강 짚어보면 아는 거지, 세상일을 어떻게 다 알 수 있나. 확인 안 되는 일이 있지.”
─정 의원이 짚어 보기엔 어떤가.
“아, 글쎄 그걸 짚어보면 다 알지. 왜 굳이 내 입을 빌어서 낼려고(웃음).”
─국민들이 생각하기에는 성완종이란 사람이 노무현 쪽 성향도 아니었고 또 MB정부 인수위에 들어갔으니까 MB정부 쪽에서 한 일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MB정부에서 사면복권 한 것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면했다. 그러니까 결국 양쪽 손바닥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한 쪽에서 하는 게 되겠나.”
─아까 말씀하신 인수위에서 요청하면 된다는 것도….
“인수위에서 요청한다고 다 되나? 법무부에서도 기준이 있다. 아무나 다 해주겠나?”
─근데 이게 또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게 두 번이나 특별사면을 받았다는 점이 놀랍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니까 법무부에서 안 된다고 그랬을 것 같다.”
─그러니까 정 의원도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손바닥이 맞아 떨어져서 됐다는 건가.
“난 대강 누군지 안다. 근데 그걸 내가 얘기하면 그 사람이 당장 나 안했다고 나를 고소할 텐데 증거도 없는데 그런 말을 하겠나.”
─그럼 인수위에서 특사에 관여하는 것은 당연한 건데 너무 과도한 반응은 안했으면 좋겠다는 것 같다.
“난 그 이야기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그러니까 그런 건 국민들을 호도하는 것이다. 있는 것을 있는 대로 보도해줘야지, 너무나 자연스러운 걸 가져다가 굉장히 큰 범죄행위처럼 보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