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수입된 대마씨는 약재상을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싹 틔우기도 쉬워 불법 밀경작이 우려된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무엇보다 사법당국이 주목하고 있는 점은 대마씨가 전국 곳곳에서 밀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요신문>은 지난 20일, 수소문 끝에 대마씨는 물론 대마 수확 기간에는 대마초까지 구할 수 있다는 강원도의 한 재래시장을 찾았다. 그곳의 주요 밀매 루트는 약재상들이었다.
‘대마나 대마씨를 구해줄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해당 약재상은 한참을 망설이더니 “대마는 어렵지만, 대마씨는 가능하다”며 “당장 가게에는 없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 도매상에게 부탁하면 금방 가져다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30분 후, 두툼한 비닐봉지에 싸인 대마씨가 기자에게 건네졌다. 가격은 600g에 1만 원으로 비교적 저렴했다. 그러면서 약재상은 “원래 일반인한테 파는 것은 불법”이라며 “절대 외부에 알리지 말고, 약재 목적으로 쓰더라도 조금씩만 먹어야 한다”라고 신신당부 했다.
대마씨가 약재상을 통해 밀매되는 이유는 한약업계에서 대마씨가 ‘마자인’이라는 이름의 약재로 쓰이고 있기 때문. 마자인은 혈액순환 개선과 소화기 계통의 질환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일반적인 유통은 불법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대마씨 자체가 마약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제한적으로 쓸 수 있다. 그러나 절대 일반인에게 유통돼서는 안 된다. 이는 단속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기자가 구입한 대마씨는 껍질이 제거된 가공품이 아니라, 전혀 손을 대지 않는 ‘규격품’이라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하는 우리 입장에서 대마씨 역시 관련 법률에 따라 단속과 처벌의 대상이 된다”며 “특히 규격품의 경우, 껍질에 마약성분이 남아있다. 이 때문에 일부 마약사범들은 불법으로 구입한 대마씨의 껍질만 모아서 흡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이러한 대마씨는 실제 밀경작의 종자로 쓰일 수도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약용을 목적으로 하는 대마씨 상당수는 수입해 오는 경우가 많은데 별도의 발아력(실제 종자에서 싹이 틀 수 있는 힘) 테스트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요신문>은 불법 유통되고 있는 대마씨의 발아력을 테스트해 보았다. 테스트는 콩나물 키우는 것보다 쉬웠다. 놀랍게도 테스트를 시작한 뒤 이틀 만에 종자에서 싹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약재상에 의해 불법 유통되고 있는 대마씨는 실제 밀경작이 가능한 발아력을 갖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대마씨라고 할지라도 일반인이 이를 소지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더군다나 이를 직접 길러 밀경작을 하게 된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처벌은 가중된다. 아무리 약용의 목적이라도 절대 이를 구입하거나 손을 대서는 안 된다”라고 당부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