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서울 4경주에선 4번 오픈뱅크와 5번 선더히어로가 경합하는 사이 차분하게 선입으로 따라오던 1번 좋은인연이 1위를 차지했고, 5경주에서 앞서가던 4번과 7번이 다 무너졌으며, 월등한 능력마 9번 호세킹의 뒤를 이어 누가 2위를 할까 궁금했던 6경주에선 3위그룹에서 따라오던 11번 로열빅토리가 여유있게 앞선을 따돌렸다.
후반부로 들어서자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8경주에선 중간그룹에서 따라가던 12번 일비가 경합으로 지친 앞선의 마필들을 여유있게 밀어내고 1위를 했고, 10경주에선 후미에서 따라가던 9번 오늘이가 역전 2위를 했다. 선행마들이 즐비했던 11경주에선 선행을 나섰던 7번 슈퍼플러스와 2선 선입으로 꽃자리를 차지했던 8번 드림파크가 모두 입상권에서 멀어지며 선입권의 13번 다이아파워와 추입으로 올라온 14번 누리왕이 1, 2위를 했다.
부경의 경주도 큰 차이가 없었다. 1경주에선 선행에 나선 1번 원몬트와 선입으로 전개한 9번 메이트위너가 치열한 경합을 뚫고 우승했지만 능력상 앞서는 마필들이라 큰 의미는 없었고, 2경주에서부터 추입마의 득세가 있었다. 11번 동남천하가 중후미에서 따라오다 종반에 역전승했던 것. 3경주에서도 3~4위권에 따라오던 9번 최상플러스와 2번 남도평정이 막판에 뒤집기를 연출했다. 4~5경주에선 예상과 달리 초반이 느리게 전개되면서 앞선의 마필들이 걸음을 남기며 1~3위를 독식했다. 6경주에선 선행마인 담양의질주와 초광이 초반부터 맞불을 던지면서 폭주로 이어져 중간에 따라가던 신데렐라맨과 후미에서 추격하던 축제멜로디가 1, 2위를 했다.
불량주로에서 평소보다 추입마들의 선전이 눈에 띄었던 까닭은 뭘까. 그 자체가 지니고 있는 의외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필자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앞선의 경쟁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앞선이 싸우면 따라오는 말이 유리하다는 것은 주로상태를 불문하고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변수다. ‘전개는 주로상태보다 우선한다’는 얘기는 여기서 나왔다. 예전엔 불량주로에서 변마급의 선행마들이 페이스를 느리게 이끌면서 나란히 손잡고 들어와 원자탄 배당이 간혹 터지곤 했지만 최근엔 그런 경우는 사라졌다. 과거보다 경주가 투명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것은 서울경주마들의 훈련내용이다. 얼마 전에 이 코너를 통해서 서울경주마들과 부경경주마들의 훈련량과 강도를 분석해 보도한 적이 있다. 서울의 경우 부산에 비해 훈련이 많이 부족했다. 이를 경주력으로 대비시켜 보면 훈련강도나 훈련량의 부족은 필연적으로 전력질주 거리가 짧아질 수밖에 없다.
부경의 경주마들은 초반 경합을 했다고 해서 단거리에서 형편없이 무너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무너지더라도 거의 막판까지 경쟁을 하다 처진다. 그렇지만 서울 경주마들은 초중반 힘 안배에 실패하고 무리하면 대부분 막판엔 아예 땅을 판다. 전력질주 거리가 부경에 비해 짧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1000미터 경주에서도 추입마가 이변을 일으키는 원인은 훈련내용과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