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프로레슬러 아니마루 하마구치와 딸 교코, 탤런트 세키네 쓰토무와 딸 마리, 가수 모리야마 료코와 아들 나오타로, 쌍둥이 육상선수 무라야마 겐타와 고타 형제(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유전에 관한 첫 번째 궁금증은 ‘미인은 과연 유전되는가?’이다. 일본에서 미인이 많기로 소문난 곳, 아키타현을 예로 들어보자. 이 고장의 여성들은 특히 피부가 뽀얀 것으로 유명한데, 살결이 까무잡잡한지 하얀지는 유전자가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 다른 미인의 조건은 어떨까. 먼저 눈이나 코, 입 모양은 유전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 가령 쌍꺼풀이 있는 큰 눈, 오뚝한 콧대, 넓은 이마와 같은 계량적인 부분은 자식에게 쉽게 전달된다. 그러나 아름다운 얼굴이란 전체적으로 이목구비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여기에는 우연적 요소가 많이 개입된다. 즉 이목구비의 균형은 유전되기 어렵다는 것. 따라서 부모가 모두 미남, 미녀라 해도 아이 역시 예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궁금증 둘. 흔히 ‘딸은 아버지 외모를 닮는다’고 하는데 사실일까. 인간의 성별은 X, Y염색체의 조합으로 결정된다. 여성은 두 개의 X염색체를 지니며, 남성은 X염색체 하나와 Y염색체 하나를 갖는다. 과거에는 “X염색체에 비해 Y염색체의 움직임이 약하기 때문에 남성은 X염색체의 영향을 받아 어머니를 닮게 된다”고 믿었다. 또한 “여성은 부모로부터 각각 X염색체를 하나씩 받지만, 여성의 것보다 움직임이 센 남성의 X염색체가 더 큰 영향을 미쳐 아버지를 닮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이 가설은 신빙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관련, 이시카와현립간호대학의 오키 슈이치 교수는 “사람은 부모로부터 절반씩 유전자를 계승하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전 영향은 거의 비슷하다. 결국 어느 쪽을 닮는가는 확률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교수는 “특히 지능의 경우 유전적 요인보다는 환경적인 요소가 크다”면서 “유전되는 것은 집중력과 성실함(노력) 정도로 그것이 학업성적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유전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가족력 질환’이다. “우리 집은 유전성 암으로 대개 단명했다”거나 “친척 중에 뇌졸중으로 돌아가신 분이 많아 나도 걱정이다”라며 주위에 노심초사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아예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질병 발생 확률을 미리 예측하고, 예방하려는 사람도 하나둘 늘고 있다.
유방암 예방 차원으로 두 가슴을 다 잘라낸 앤절리나 졸리.
암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평균 유전적 요인에 의한 암 발생률은 전체의 5~10% 정도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가족력이 있더라도 과도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로잡아 암 예방에 힘쓴다면 오히려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는 어떨까.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100% 일치하므로 한쪽이 순발력이 뛰어난 스포츠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다른 한 명도 반드시 그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같은 운동경기에 강한 것도 그 때문이다. 형이 단거리, 동생이 장거리와 같이 상반된 경기에서 활약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물론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서 똑같은 인생을 걸어가는 건 아니다. 실제로 일란성 쌍둥이 중 한쪽만 당뇨병 또는 암에 걸려 수명이 크게 차이나기도 한다.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자면, “이는 생활습관 등 환경적 요인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자라나면서 나타나는 “일란성 쌍둥이의 변화는 유전자와 환경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과학자들의 중요한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유전은 알면 알수록 신비해, 경우에 따라서는 엄마 아빠보다 할아버지를 더 많이 닮은 아이가 태어날 수도 있다. 바로 ‘격세유전(隔世遺傳)’의 영향 탓이다. 유전자는 열성과 우성으로 나뉘는데, 기본적으로 우성 인자가 훨씬 쉽게 자식에게 전달된다.
예를 들어, 열성인자인 외까풀를 가진 할아버지와 우성인자인 쌍꺼풀을 가진 할머니 사이에서는 쌍꺼풀인 아들이 태어난다. 다만 이때 아들은 열성 인자도 함께 물려받기 때문에 만일 열성인자와 우성인자를 하나씩 가진 아내를 만난다면 자식은 외까풀일 확률이 25%나 된다. 부모가 둘 다 쌍꺼풀이라도 부모의 윗세대 유전자로 인해 외까풀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밖에도 격세유전과 관련해서는 “천재는 격세유전된다”는 말도 있는데, 진화론으로 유명한 다윈과 네덜란드의 화가 반 고흐, 이 두 천재가 ‘근친혼’이 전통인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유전되기 쉬운 것과 어려운 것 넌 누굴 닮아 느리니? 누워서 침뱉는 꼴 ▲지능 기억력 ☆☆☆ 장기 기억은 유전의 영향이 크다. 암기력 ☆ 주로 훈련에 의해 단련되는 능력이다. 문장력 ☆☆☆ 논리적인 언어능력은 80%가 유전된다고 한다. 계산력 ☆ 수학능력은 학습에 의해 향상될 수 있다. 공간인지력 ☆☆☆ 지도를 보는 능력 같은 공간인지력도 유전의 영향이 크다. ▲운동 지구력 ☆☆☆ 마라톤에 특화된 유전자가 있다. 순발력 ☆☆☆ 100m 달리기처럼 순간 스피드에 특화된 유전자도 있다. 구기 종목 재능 ☆ 도구를 사용하는 스포츠는 연습이 더 중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체시력 ☆ 특히 운전의 경우 연습을 통해 단련할 수 있다. ▲성격 공감능력 ☆☆☆ 미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눈물이 많은 것은 유전이라고 한다. 노력가 ☆☆☆ 유전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학업성적으로 연결된다고 추정. 신경질적 ☆☆☆ 유전과 관계가 깊으며 우울증 발병률에도 영향을 끼친다. 거짓말쟁이 ☆☆ 거짓말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40%가 유전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스릴 애호가 ☆☆ 스피드를 즐기는 사람의 경우 유전이 30%정도 관련 있다고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