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별로 사용하는 공이 다르니, 때로는 경기와 기록의 공정성에 문제도 생긴다. 이 때문에 KBO는 지난해부터 공인구 수시 검사를 강화했다. 이달 초 실시한 검사에서도 H&D가 공급하는 공의 반발계수가 제조 기준을 초과해 강력한 제재를 받았다. KBO 공인구의 반발력이 지난해부터 계속된 ‘타고투저’의 원흉으로 다시 한 번 떠오른 계기이기도 했다.
# 반발계수 어떻게 측정하나
KBO는 2014시즌을 앞두고 공인구 수시 검사 강화를 선언했다. 그 전까지 공인구는 스카이라인, 빅라인스포츠, 맥스스포츠(현 ILB), 3사가 나누어 납품해왔는데, 그 가운데 스카이라인과 빅라인스포츠의 공인구가 2013시즌 한국체육과학연구원에서 진행된 공인구 수시 검사에서 수차례 기준 위반으로 적발됐기 때문이다. KBO는 유명무실한 원칙과 잘못된 관행을 바꿀 필요성을 느꼈고, 결국 공인구에 대한 원칙과 규약을 개정했다. 공인구의 크기와 반발력은 각 구단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 더 까다롭고 엄격하게 관리돼야 한다는 뜻에서였다.
프로야구 공인구는 반발계수 0.4134~0.4374, 크기 229~235㎜, 무게 141.7~148.8g 사이에서 제작돼야 한다. 이 가운데 가장 정밀한 검사가 필요한 항목이 바로 반발계수. 파이프에 야구공을 넣고 순간적으로 고압의 질소를 불어넣어 발사해 콘크리트 벽을 맞고 튀어나오는 속도를 던진 속도로 나눈 값을 말한다. KBO는 1년에 서너 차례 전국 각 구장에서 사용하는 공을 무작위로 한 타(12개)씩 수집하고, 경기도 용인시 기흥에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용품 시험소에서 반발계수를 측정한다. 공 하나당 12번을 쏴서 평균치를 내고, 정확한 측정을 위해 한 타에 든 공 12개를 전부 쏜다.
KBO는 이번 검사에서 빅라인스포츠 샘플 4타, ILB 샘플 3타, 스카이라인 샘플 2타, H&D 샘플 1타를 사용했다. 그 결과 H&D의 공은 반발계수 수치가 기준을 초과하는 0.4414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반발계수가 낮았던 공은 스카이라인의 공들. 각각 0.4156과 0.4172로 나타났다. ILB 공은 각각 0.4324, 0.4365, 0.4354로 모두 0.43대에 형성됐다. 빅라인스포츠 공은 4개가 0.4172~0.4237의 범위 안에 포함됐다.
# 타고투저 부작용 해법은?
실제로 KBO가 시행한 지난해 공인구 수시 검사에서도 9개 구단이 나눠 쓴 4사의 공인구 가운데 6개 구단의 사용구가 반발계수 범위의 중간치인 0.42대를 기록했다. 한 해설위원은 “공인구 외에도 한국 타자들이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힘을 기르고 타격 기술이 좋아진 반면 투수들의 기량이 별로 좋아지지 않는 것도 타고투저의 원인일 것”이라고 해석하면서도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우리 리그에서 쓰는 공인구의 평균 반발계수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단일구 도입은 언제
결국 KBO는 불필요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단일구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엄격한 공인구 관리가 가능하고, 모든 구장에서 동일한 공인구를 사용하면서 공정성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구단에 볼을 납품하기 위한 제조업체 간의 로비 경쟁도 막을 수 있다. KBO의 당초 계획은 2014시즌이 끝난 뒤 단일화에 필요한 준비를 모두 마치는 것. 그러나 그 작업이 1년 미뤄졌다. 2016시즌부터 전 구단이 같은 공인구를 쓰게 된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KBO의 한 실무 관계자는 “공인구 단일화에 필요한, 공정하고 투명한 입찰방식부터 정해야 한다. 또 입찰업체가 결정되더라도 KBO 차원에서 만약의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안까지 모두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독점 공급권을 따낸 업체의 제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올해부터 10구단 체제가 시작됐으니 더 그렇다. 그러나 한국에서 야구공을 만드는 제조업체의 생산 규모는 현실적으로 그리 크지 않다. 갑자기 생산 물량을 늘리려면 시설과 인력 모두 확충해야 한다. 만에 하나 시즌 도중 물량을 맞추지 못하거나 도산을 해버리면 리그 자체가 엉망이 돼버린다. 안정적인 보완 장치가 꼭 필요하다.
이렇게 공인구를 통일하는 과정에서 야구공 반발계수 문제도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KBO 관계자는 “그동안 대체적으로 일본의 기준을 따라왔지만, 단일구가 아니다 보니 여러 가지로 확실한 규정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에는 체육과학연구원과 협력해 새로 반발력 기준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또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발력 논란에 대해서는 “타고투저의 원인이 모두 반발력 때문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고, 반발력을 낮추는 데도 기술이 필요해 당장 다른 공을 제조하기는 무리”라고 설명했다. 어쨌든 KBO 선수들은 내년부터 사상 최초의 단일구로 시즌을 치르게 될 듯하다.
배영은 스포츠동아 기자 yeb@donga.com
반발계수란? 반발계수는 파이프에 야구공을 넣고 순간적으로 고압의 질소를 불어넣어 발사해 콘크리트 벽을 맞고 튀어나오는 속도를 던진 속도로 나눈 값을 말한다. 공인구는 반발계수 0.4134~0.4374 사이에서 제작돼야 한다. |
롯데 ‘탱탱볼 논란’의 진실 ‘갈매기’ 날자 배 떨어진 격 야구공의 반발계수가 0.01 높아지면 타구의 비거리는 2m 정도 늘어난다.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힐 만한 타구가 조금 더 뻗어 담장을 살짝 넘길 수 있다는 얘기다. 외야플라이와 홈런의 차이는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롯데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홈런을 많이 치기 위해 일부러 꼼수를 쓴 것처럼 비치는 게 억울하기만 하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H&D는 부산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이다. 그리고 KBO가 공인구 제조업체로 인정한 회사다. 부산 연고인 우리 구단과 상생하는 의미에서 이 회사의 공을 택한 게 잘못은 아니지 않느냐”며 울상을 지었다. H&D는 2008년 처음으로 KBO 공인구 적합판정을 받은 하드스포츠의 자회사다. 중국 하청 대신 파주와 개성에 있는 공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공인구 제조 부문의 이름을 바꿨다. 롯데는 2008년부터 꾸준히 하드스포츠와의 계약을 검토해왔고, 지난해 마침내 구단 공인구로 선택해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더불어 꾀했다. 그런데 도리어 예상치 못한 비난에 시달리게 됐다. 롯데 관계자는 “우리가 일일이 정밀검사를 하고 공을 받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일단 검사 결과가 나온 뒤 미사용한 공들은 모두 반품했고, 업체에도 엄중하게 경고를 했다”고 말했다. 롯데 입장에서 억울한 부분은 하나 더 있다. 사직구장 경기에서는 홈팀과 원정팀이 모두 같은 공을 쓴다. H&D 공 때문에 롯데가 홈런을 많이 쳤다면, 롯데와 사직구장에서 맞붙은 다른 팀 타자들도 똑같이 장타를 칠 확률이 높았다는 의미다. 다른 구단의 한 투수는 “경기 때 쓰는 공에 대해서는 사실 타자들보다 투수들이 더 민감하다”며 “타자들에게 유리한 공을 쓴다는 건 결국 투수들에게 불리한 공을 쓴다는 것 아닌가. 아무 것도 모르고 공을 썼던 롯데 선수들이 오히려 애꿎은 손가락질과 의혹을 받게 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물론 H&D 측도 곤란한 입장이다. 안 그래도 내년부터 도입될 KBO 공인구 단일화 문제로 불안하던 참에, 제작 공정상의 실수로 유일한 고객인 롯데의 인심마저 잃게 생겼기 때문이다. 까마귀가 날아오르자 배가 떨어진다더니, ‘탱탱볼 논란’이 딱 그렇다. [은] |
일본 통일구 파문 앞뒤 ‘날지않는 공’서 ‘위반구’로 돌변 공인구는 너무 잘 날아가도 문제고, 너무 안 날아가도 문제다. 단일구를 사용하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 역시 공인구의 반발력으로 인해 한동안 시끄러웠다. 일본은 2010년까지 NPB에서 공인한 몇몇 업체의 공을 12개 구단이 자율적으로 선택했다. 현재 한국과 같은 방식. 그러다 2011년부터 미즈노 사에서 제조한 일명 ‘통일구’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메이저리그처럼 모든 팀이 같은 조건에서 야구를 해야 한다는 데에 야구인들의 생각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통일구를 도입하자마자 홈런수가 급감했다는 점. 2011년 경기당 1.09개에 그치더니, 2012년에는 1.02개로 더 줄어들었다. 통일구는 어느새 ‘날지 않는 공’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2013년 들어 갑자기 홈런수가 경기당 1.52개로 훌쩍 치솟았다. 전년 대비 약 50% 늘어난 수치였다. 모두가 의문을 품었고, 곧 배경이 밝혀졌다. 투고타저 현상이 심해지면서 야구 인기가 떨어지자 NPB가 미즈노 사에 몰래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높이도록 지시한 것이다. 일파만파 커지던 파문은 가토 료조 NPB 커미셔너가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야 조금씩 잦아들었다. 지난해에도 이 논란이 다시 한 번 불거졌다. 이번에는 일본의 모든 언론이 통일구를 아예 ‘위반구’로 부르기 시작했다. 계기가 있었다. 시즌 초반 홈런이 1년 전보다 더 늘어난 것이다. 경기당 거의 2개에 가까운 홈런이 터졌다. 요미우리의 무라타 슈이치가 도쿄돔에서 비거리 160m로 추정되는 초대형 홈런을 날리자 또 다시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결국 NPB는 통일구의 공인구 반발계수가 기준치(0.4034~0.4234)를 넘었다는 사실을 알려야 했다. 각 야구장에서 수거한 공의 평균 반발계수 자체가 아예 최대치를 넘는 0.426으로 나타났고, 도쿄돔에서 쓴 공은 무려 0.428에 달했다. 일본 야구 감독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결국 미즈노 사 대표가 NPB 이사회에서 사정을 설명하고, 팬들을 향해 사과 기자회견을 열어야 했다. 그러나 제조 공정이나 소재의 변화는 없었다는 게 미즈노 측의 공식 설명. 다만 소재 관리에서 실수가 있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했다. 공 내부의 코르크를 감는 모사(울)의 수분 함량이 평소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미즈노 사는 12만 개가 넘는 공을 다시 검사해 일일이 적정한 공을 골라내는 작업을 했지만, ‘위반구’라는 비난은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