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구 (사)사회적책임경영품질원 사무국장·경영학박사
국제표준화기구(ISO)는 2010년 ‘사회적 책임에 관한 지침(ISO 26000)’을 발표했다. 이 지침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조직은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한 기본 원칙과 핵심 주제 및 쟁점을 제공하고 있다. 조직의 거버넌스(지배구조 또는 관리체계), 인권, 노동관행, 환경, 공정한 운영, 소비자 쟁점, 그리고 공동체 참여와 발전이 핵심주제이다.
필자는 사회적책임경영품질원에 참여하면서 사회적책임경영(SR)이 우리 사회의 선진화를 위해 시스템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특히 식품기업은 ISO 26000이 제시하는 내용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부여받은 산업분야이다. 사회적책임경영품질원과 한국품질재단은 최근 SR10(Social Responsibility Management System) 인증의 국내 보급 확산을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R10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을 위한 원칙과 요구사항을 담은 글로벌 경영시스템에 대한 인증이다. 조직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사회책임경영시스템을 수립 및 실행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국내 주요 기업 및 공공기관에 대해 인증 심사도 준비 중이다.
SR10 인증은 국제인증기관네트워크 IQNet(The International Certification Network)이 제정한 글로벌표준으로 ISO 26000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기존 ISO 26000과는 달리 제3자 인증도 가능해 사회적 책임경영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IQNet(The International Certification Network)은 세계 34개국 대표 인증기관들의 네트워크로 현재까지 제품 및 경영시스템 분야에서 31만개 이상의 인증서를 발행하고 있는 권위 있는 기관이다. 국내에서는 한국품질재단이 유일한 IQNet멤버로서 SR10 인증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식품기업은 사회적책임경영에 더욱 엄중해야한다.
첫째, 식품기업은 공기와 물 다음으로 인간의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을 취급하는 분야이다. 식품을 다루는 사람은 식품을 경외하고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할 일이 없으면 식당을 차린다고 하는 우리 사회의 통념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식품을 제조하고 음식을 대접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상당한 전문지식과 사명감이 있어야 할 수 있다.
둘째, 식품산업은 우리 국민이 하루도 거를 수 없는 식량을 공급하는 주체이다. 전통적으로 식량 공급의 주체였던 농수산업은 현재 전체 식량 수요의 절반밖에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반은 식품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원료를 수입해 가공하고 유통 및 판매하고 있다. 2010년도 통계에 의하면 식품제조업 매출액 65조원, 음식점업 매출액 67조원, 총 133조원으로 농림어업 매출액 50조원의 2.3배에 달하고 있다. 식품제조업은 국내 총생산 GDP의 3.8%, 국내제조업 GDP의 15.2%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식품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국민에게 안전한 제품을 공급한다는 책임의식과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사회적 약자로 소외되거나 가난으로 굶주리는 사람이 없도록 챙겨야 하며 남는 음식을 푸드 뱅크나 자선단체를 통해 나누어 주는 일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식품의 품질과 안전성에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고 있는 식품기업인은 우리 사회에서 높이 존경받아야 한다. 또한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국민의 식량과 건강을 챙기는 책임 있는 전문가로 높이 평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