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 처남 사기 피소 파문이 불거지면서 홍 지사 측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요신문 DB
홍 지사의 영향력을 언급하며 1조 원대 재개발 철거 사업권을 가지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에게 접근한 이 씨는 홍 지사의 둘째 처남으로 홍 지사 부인의 동생이다. 이 씨는 과거에도 동창회에 참석하거나 사업차 사람들을 만날 때도 ‘홍준표 의원 사촌동생’ 내지는 ‘홍준표 경남도지사 처남’으로 자신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한때 가정용 섬유를 취급하는 업체를 운영했지만 2008년 폐업한 이후 별다른 경력이나 이력이 알려진 게 없다.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홍 지사 처남 이 씨가 구설수에 오르게 된 것은 지난 3월 경찰에 접수된 고소장 때문이었다. 철거업자 김 아무개 씨(48)가 경찰에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이 씨는 자신을 홍 지사의 처남이며, 매형의 인맥 등으로 영등포교도소 부지 개발 사업 철거공사를 자신이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LH공사는 서울 구로구 고척동 영등포 교정시설 지역에 복합단지를 짓기 위해 2008년 ‘비채누리(비움과 채움의 공간)’라는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했다. 비채누리 사업은 낡은 교도소를 이전하고 그 자리에 주민 편의 시설과 문화 시설 등을 복합적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사업규모만 1조 6321억 원에 달했다.
철거업체를 운영하던 김 씨가 지인을 통해 이 씨를 소개받은 2013년은 영등포교도소 부지에 쇼핑몰과 2300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던 때였다. 이 씨는 구로구에 있는 영등포교도소가 천왕동으로 이전해 기존 영등포교도소 철거 사업권을 자신이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씨는 김 씨에게 철거공사를 할 수 있도록 해줄 테니 2억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별다른 사업체를 운영하지도 않는 이 씨가 비채누리 프로젝트 철거 사업권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 씨는 자신을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처남이며, 영등포교도소의 부지 사업시행을 하는 LH공사의 자회사 ㈜비채누리 김 아무개 사장이 매형인 홍준표 지사와 친분이 있어 자신이 철거공사를 하기로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채누리 사업은 사업주체인 LH공사 측과 특수목적법인인 비채누리가 내놓은 땅값 차이가 커 사업진행이 지지부진했다. 결국 LH공사는 비채누리와 토지매매 가격결정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2014년 7월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시행사와 시공사의 의견조율이 난항을 겪으면서 철거공사도 지연됐다. 공사 시기가 다가오는데도 공사가 진행되지 않자 김 씨는 이 씨에게 그 연유를 물었다. 그러나 이 씨에게 돌아온 대답은 “LH공사와 각 건설업체들과의 이견으로 사업이 무산됐다”는 것이 전부였다.
김 씨는 계약서대로 가져간 돈 1억 1100만 원과 배상액을 합쳐 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이 씨는 변제를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했다. 김 씨는 “나에게서 받아간 돈을 채무를 갚는데 썼다는 소식을 듣고 이 씨 소유의 부동산등기부를 확인했지만 이미 처음 만난 시기쯤에 경매로 넘어간 상태였다”며 “수차례 연락에도 ‘기다려달라’고만 하는 이 씨에게 변제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고소에 이르렀다”고 털어놨다.
홍 지사 처남 사기 피소 파문이 불거지면서 홍 지사 측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남도지사 비서실 관계자는 “처음 보도 당시 (홍 지사가) 처남이 아닐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은 기사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사건 당사자인 처남 이 씨와는 (홍 지사가) 연락을 안한 지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처남들과는 (인연을 끊고 사는 등)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편 사건의 장본인인 이 씨는 고소인과의 오해를 풀고 합의를 하겠다며 경찰의 출석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이 씨가 홍 지사 부인의 동생이 맞다”고 확인하며 “현재까지 출석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고소인 김 씨는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합의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요신문>은 이 씨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하고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