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초보가 그렇듯 기자도 시중에 판매하는 ‘수제 맥주 홈키트’를 이용했다. 홈키트는 온라인이나 공방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으니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고르면 된다. 가격은 6만 원 안팎인데 비어리필(맥주원액)은 원하는 맛으로 별도 구매가 필수다. 기자는 기장 기본적인 ‘클래식 아메리칸 라이트’를 구입해 총 결제금액이 9만 900원이었다.
다만 홈키트에 포함된 준비물 말고도 필요한 것들이 꽤 있었다. 온라인 후기까지 꼼꼼히 읽어본 결과 비어리필을 개봉할 수 있는 캔 따개, 온도계, 냄비, 따뜻한 물, 긴 막대(혹은 국자)가 필수라 만반의 준비를 마친 끝에 맥주 만들기를 시작했다.
호기롭게 맥주 만들기의 첫 단계인 발효조 조립에 나섰다. 꼭지와 고무패킹, 암나사를 발효조에 연결하는 과정이었는데 설명서 그림대로 따라했더니 순식간에 완성됐다. 자신만만한 상태로 맥주 만들기의 최대 난관이라는 소독을 바로 실시했다. 홈키트에는 추가 물세척이 필요 없는 소독제가 포함돼 있어 이를 이용했는데 유의할 점은 ‘절반만 사용할 것’이었다. 남은 소독제는 2차 발효 과정에서 페트병을 소독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립을 끝낸 발효조에 미지근한 물 4ℓ와 소독제 절반을 넣고 충분히 흔들어줬다. 무게가 꽤 나갔지만 여자들도 쉽게 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 이때 발효조 뚜껑, 캔 오프너, 온도계 등 맥주 만들기에 사용되는 모든 도구들을 10분 이상 함께 소독해주는 것을 잊지 말자. 이 과정을 생략하면 맥주가 오염돼 곰팡이가 발생하거나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는 불상사를 마주할 수도 있다. 또 발효조에 채운 물을 뺄 때는 꼭지 내부 소독을 위해 잠그고 여는 과정을 반복해주는 게 좋다.
소독까지 마치면 이제 본격적인 맥주 만들기 과정에 돌입한다. 우선 비어리필 캔 뚜껑을 열어 효모를 따로 빼둔 뒤 캔을 뜨거운 물에 담가준다. 이는 물엿 형태의 내용물을 잘 쏟아지게 하기 위해서다. 비어리필을 따뜻하게 데울 동안 한쪽에서는 냄비에 1~1.5ℓ 가량의 물을 받아 끓여준다. 물이 끓으면 데워진 비어리필 캔을 따 내용물을 섞어 줄 차례다.
기자가 가장 힘들었던 과정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손잡이 달린 통조림 뚜껑밖에 따보지 못했는데 손바닥만 한 비어리필을 캔 따개로 따려니 1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결국 반만 딴 채 내용물을 쏟아 부어 끓인 물과 섞어버렸다. 찐득한 비어리필을 곳곳에 쏟아 ‘약간’ 난장판이 됐지만 어쨌든 워트(맥아즙) 만들기도 무사히 성공했다.
워트도 만들었으면 발효조에 차가운 물 4ℓ를 채워준다. 여기에 워트를 넣고 잘 저어 준 뒤 또 다시 물을 넣는데 발효조 눈금의 8.5ℓ까지 채우면 된다. 이때 물은 차가울수록 좋다. 효모를 넣기 위해서는 18~26℃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몰랐던 기자는 실온에 보관하고 있던 물을 사용해 30분 동안 온도가 내려가길 기다려야 했다. 수십 번의 온도 체크 끝에 드디어 25℃가 되었고 발효조에 효모를 넣어 섞어줌으로써 1차 발효 준비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맥주를 만들기 시작한 지 딱 90분이 지난 시간이었다.
뚜껑을 닫은 발효조는 적정 온도(20~25℃)를 유지하고 직사광선을 피하기 위해 이불 속으로 옮겨줬다. 이런 상태로 일주일 이상 발효를 시키면 되는데 기온이 낮은 겨울은 2주일 정도 두는 것을 권장한다.
1차 발효가 끝나면 곧바로 2차 발효가 이어지는데 남은 소독제로 페트병을 씻어내고 각 병에 설탕(100㏄당 0.8g)을 넣어주면 준비 끝. 여기에 1차 발효된 맥주를 채우고 또 실온에서 일주일을 발효시키면 드디어 수제 맥주 완성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맥주는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면서 마시면 된다. 냉장보관 기간에 따라 맛이 달라지니 내 입맛에 맞는 맥주 찾기 재미도 쏠쏠하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