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간의 생각 차이를 그린 일본 드라마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
이와 관련, 최근 일본 대중지 <주간포스트>는 섹스에 대한 신비로움을 뇌과학의 관점에서 접근해 관심을 모았다. 과연 섹스와 뇌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주간포스트>를 통해 살핀다.
섹스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물학적인 목적은 종족 번식에 있다. 그러나 인간은 ‘번식’이라는 특정 목적을 위해서만 섹스를 하지 않는다. 다른 동물들은 교미 시간이 매우 짧고 간단하게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인간은 밀어를 속삭이고 키스를 하며 번식기가 아니더라도 시도 때도 없이 사랑을 나눈다. 생물학적으로 본다면 대단히 비효율적인 행위를 하는 셈이다.
이렇듯 인간만이 유독 쾌락에 집착하고, 섹스를 향유하게 된 데에는 “뇌에 그 비밀이 있다”고 한다. 뇌 과학자 시오타 히사시 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인간의 뇌는 오랜 기간 진화해왔다. 본능적인 성행위를 관장하는 곳은 대뇌변연계와 시상하부라고 불리는 뇌의 안쪽 부분인데, 인간의 뇌는 그 주위를 감싸는 대뇌신피질 또한 발달한 것이 특징이다. 대뇌신피질은 지성을 관장하므로 인간은 삽입, 사정이라는 원초적인 성행위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적 행위를 익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성적 쾌락을 느끼는 방법에서 남녀 간에 차이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가령 남성은 여성의 나체를 보면 흥분하지만, 여성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성인비디오(AV)를 예로 들면 쉽다. AV를 즐겨 보는 쪽은 거의 남성이며, 여배우의 나체나 섹스 장면을 보고 열광한다. 반면 여성용으로 제작된 AV는 내용 자체가 다르다. 섹스 장면보다는 상황이나 스토리가 더 중시되는 것.
신경내과 전문의 요네야마 기미히로 씨는 그 이유를 “남성은 영상처리나 공간인식을 담당하는 우뇌가 발달해 시각적 자극에 민감하지만, 여성은 언어를 관장하는 좌뇌가 발달해 ‘사랑해’와 같은 말에 반응하기 쉽다”고 전했다. 즉, 빨리 옷을 벗기고 싶어 하는 남자와 천천히 사랑의 말을 나누면서 옷을 벗고 싶어 하는 여자의 ‘동상이몽’은 뇌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얘기다.
남녀 간의 차이는 또 있다. 왜 남성은 여성과 달리 성관계 중 교성을 내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여성은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신경다발인 ‘뇌량’의 크기가 남성보다 굵다. 이로 인해 남성은 각각의 활동을 뇌의 각기 다른 부분에서 지휘하는 반면, 여성은 양쪽의 뇌에서 동시에 지휘할 수 있게 된다. 자극에 대한 반응을 여자가 더 잘 표현하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다.
그렇다면 성욕은 남성과 여성, 어느 쪽이 강할까. 왕성한 성욕을 일으키는 근원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으로 알려졌다. 남성의 경우 고환에서 매일같이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며, 여성은 소량이지만 난소와 부신에서 합성된다. 대개 남성은 여성보다 10~20배나 많은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므로 성적 욕구가 훨씬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40대부터 점차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 이에 비해 여성은 나이가 들어도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에는 변화가 없지만, 대신 여성호르몬이 감소해 테스토스테론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때가 있다. 바로, 30대 후반에서 40대 여성들의 성욕이 증가하는 이유다.
또한 남성들이 모닝 섹스를 좋아하는 이유에도 테스토스테론이 한몫한다. 다름 아니라, 하루 중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아침에 최고치를 기록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침에는 성욕이 왕성해지는 건 물론 발기 역시 쉬워진다. 어찌 보면 남성의 신체리듬은 모닝섹스에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겠다.
뇌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최근에는 섹스에 관한 여러 가지 연구 결과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능과 성욕과의 관계다. 영국의 성인용품 업체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케임브리지 대학이나 옥스퍼드 대학 같은 명문대에 다니는 남성일수록 성인용품을 더 많이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는 여성도 마찬가지. 독일에서 400명 이상의 여성을 조사한 결과 “IQ가 높은 여성일수록 섹스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과 펠라티오(오럴섹스) 경험을 조사한 설문 결과도 흥미롭다. 결과를 살펴보면, “고졸 여성보다는 대졸 여성 쪽이 펠라티오 경험률이 더 높다”고 보고됐다. 이에 대해 뇌 과학자 시오다 씨는 “지능지수인 IQ가 높은 사람은 고도의 지적활동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발달되어 있다. 이런 사람은 단순한 육체적 자극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는 자극을 요구한다. 결과적으로 성욕이 더욱 왕성해진다”고 전했다.
한편, “적당한 섹스는 노년층의 인지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섹스가 뇌를 활성화시켜 치매 위험을 줄여준다는 것. 시오다 씨는 “성생활은 엔도르핀을 분비시키고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면서 “노년에도 적당한 성생활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근사한 식사 뒤 원나잇 안통한다 여성은 배부르면 성욕 ‘뚝’ 간혹 드라마를 보다 보면, 근사한 곳에서 식사를 한 뒤 남자 주인공이 “오늘밤 같이 있지 않을래?”하며 호텔로 이동하는 것을 권유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런 권유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뇌 과학자들은 말한다. 의사인 마쓰무라 게이코 씨는 “여성은 뇌 내의 만복 중추와 성 중추가 매우 가깝게 위치해 있기 때문에 호화만찬으로 만족하게 되면 성욕도 감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여성이 사랑을 하면 살이 빠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라고. 즉 섹스로 만족한 여성은 배가 부르다고 느껴 식욕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