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이윤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위험도 마다하지 않았다. 험준한 알프스를 넘어 샹파뉴 정기시로, 악천후로 인한 난파와 해적의 위험이 상존하는 지중해의 거친 바다를 헤치고 이슬람과 비잔티움 세계로, 실크로드의 흙길을 따라 몽골제국의 수도 대도로, 페르시아 만을 경유해 향신료의 산지인 인도 남부로…. 거래를 위해 그들이 가지 못하는 길이란 없었다.
중세 이탈리아 상인들의 활약상을 이야기하려면 당시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지중해 세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탈리아 상인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시기는 비잔티움제국의 쇠퇴기와 맞물린다. 고대 로마제국을 이어받아 거의 1000년간 지중해의 패권을 장악하고 동서 세계를 잇는 관문 역할을 한 비잔티움제국은 12세기 들어 십자군으로 상징되는 서유럽의 견제와 당시 제국의 주변에서 성장하던 이슬람 세력의 도전으로 점차 힘을 잃어 갔다.
역사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않았지만, 그 이면에는 이탈리아 상업도시와 상인들이 있었다. 12세기 후반에 이미 “비잔티움의 부가 거의 모두 라틴인(이탈리아인)들의 수중에 들어갔다. 더 나쁜 것은 그들의 거만함”이라며 이탈리아 상인들의 경제적 침탈과 위세를 개탄할 정도였다.
이 책은 당시 지중해 세계를 분할했던 세 개의 문명권인 서유럽, 비잔티움, 이슬람의 정치적·사회적 역학관계를 조명하며, 그 속에서 이탈리아 상인들의 활동상을 추적한다. 기존 중세 서양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유럽 중심의 역사를 그 측면에서 조망하는 것이다.
중세 이탈리아 상인들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그들은 고대 헬레니즘 시대의 상업과 은행 기술을 보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업·은행·정보 그리고 근대적 은행제도, 더 나아가 자본주의 산업을 발전시킨 모험정신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동시에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상업적 이해관계를 관철시킨 일개 장사꾼이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이처럼 이 책은 중세 이탈리아 상인들의 장구한 여정을 좇아 그들에게 씌워진 찬양과 비난의 실체를 추적한다. 유럽과 지중해를 넘어 아시아와 인도, 아프리카라는 새로운 ‘블루 오션’을 개척한 이탈리아 상인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남종국 지음. 앨피. 정가 2만 8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