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용진 부회장은 자신 명의의 삼성전자 보통주 29만 3500주 가운데 4만 8500주를 지난해 4분기 매도했다.
이번에 처분한 주식은 전체 보유량의 16.5%로,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평균주가인 122만 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591억 2854만 원 규모다.
정용진 부회장은 삼성전자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투자자의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가장 최근 주주명부 폐쇄일을 기준으로 그의 지분 변동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의 삼성전자 보유주식수는 반기보고서에 참고사항으로 기재되기 시작한 지난 2011년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이 있었다. 앞서 지난해 12월 부산 한 행사장에서도 정용진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 지분을) 팔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이 어머니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의 신세계그룹 지분 승계를 위한 자금 확보 차원에서 주식을 매각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명희 회장으로부터 사실상 경영권은 물려받았지만, 지난 2006년 이후 10년 가까이 지분을 증여받지는 않았다. 정용진 부회장은 현재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각각 7.32%씩 보유하고 있다. 반면 이명희 회장은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각각 17.3%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명희 회장의 이마트 주식 482만 주와 신세계 주식 170만 주 등이 모두 정용진 부회장에게 증여될 경우 증여세만 약 7000~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일각에서는 정용진 부회장과 삼성과의 편하지만은 않은 관계 때문에 삼성전자 보유지분을 팔기 시작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달 17일 면세점사업을 위한 별도법인을 설립, 시내면세점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에 정용진 부회장은 사촌지간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면세점 특허권을 두고 오는 6월 정면 승부를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정용진 부회장은 매도한 4만 8500주를 제외하고도 현재 삼성전자 보통주 24만 5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로는 0.17%로, 개인주주로는 외삼촌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3.38%), 홍라희 리움미술관장(0.7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0.57%)에 이어 네 번째에 해당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