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내에 위치한 기획재정부 입구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최준필 기자
기재부 고위공무원은 대부분 재직기간이 2년을 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예산실장이나 세제실장의 경우 2년 안에 자리를 내줘야 한다. 밑에서 계속 올라오는 행시 기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치다. 이로 인해 그동안 기재부 고위공무원은 갈 자리가 정해져 있었다. 세제실장은 관세청장, 예산실장은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혹은 2차관으로 승진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이밖에도 기재부 실장급 고위공무원은 모두 사후 자리가 보장된 위치였다.
그러나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 판도가 바뀌었다. 관피아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악화되면서 이들이 가야할 곳이 막혔다. 산하기관으로 내려가지 못하면서 인사 적체도 생겼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해 7월 취임 후 기재부 고위공무원을 타 부처 실장이나 지자체 부시장으로 내려 보내는 ‘꼼수’를 썼다. 대전을 제외한 5대 광역시 경제부시장 자리는 기획재정부 출신 고위공무원 자리가 됐다.
김규옥 부산시 경제부시장, 우범기 광주시 경제부시장,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 배국환 인천시 경제부시장, 이태성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이 모두 퇴임 후 지자체로 내려간 사례다. 이들 광역시는 명분상으로는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의 예산 확보라는 이유로 기재부 고위공무원을 경제부시장으로 선임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제부시장 자리가 어제 오늘 생긴 것이 아니다. 지차체 변명대로라면 그동안 경제부시장은 계속 기재부 출신이 맡았어야 한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재부에서 경제부시장 자리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예산과 성과를 들어 자리를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최근 경제부시장 자리가 기재부 인사로 채워지는 것을 보면 지자체 의도라기보다는 기재부의 인사 적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타 부처 불만도 상당하다. 주요 보직에 내부 승진이 아닌 기재부 출신들이 조직을 장악하면서 참았던 불만들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정홍상 기상청 차장은 기재부 대외경제협력관 출신이다. 기상청에 기재부 출신 고위공무원이 ‘넘버2’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이를 놓고 기재부와 기상청에서는 ‘혁신을 위한 포석’이라고 발뺌했지만 일각에서는 ‘뜬금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남봉현 해양수산부 기획조정실장 역시 기재부 출신이다. 실장 부임 전 마지막 보직이 복권위원회 위원장이었다. 다만 남 실장은 기재부에서 소위 ‘적통’으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들 낙하산과는 다른 성격이다. 이미 과장 시절 환경부 등 타 부처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정부부처 관계자는 “기재부 출신들이 오는 것에 불만이 있는 게 아니다. 다만 다른 부처도 인사 적체가 있는데 기재부 인사들이 치고 들어와 질서를 어지럽히는 부분이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기재부에서는 인사교류 차원이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타 부처 공무원이 기재부로 인사가 난 사례는 드물다. 특히 고위공무원 레벨에서는 사례가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밖에 국내에서 자리가 여의치 않자 해외로 눈을 돌린 기재부 출신도 있다. 최광해 국제협력기금(IMF) 이사(전 공공정책국장)와 최원목 아시아개발은행(ADB) 상임이사(전 기획조정실장)는 기재부에서 공식적으로 사표를 내고 자리를 옮긴 사례다.
유민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