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희상 의원은 강력하고 통합적인 리더십을 역설했다. 아래는 출마 기자회견 모습.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그는 “해방 60주년인 오는 8월15일이 정·재계 인사들의 대사면·복권 시기로 적당하다”면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사면·복권 여부’에 대해 “경제인이라고 하면 포함돼야 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문 의원은 또 “노무현 대통령이 대북송금특검을 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지 않았다”는 비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2003년 2월3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대북송금의) 진상은 밝혀져야 한다”고 언급, 김대중 대통령과 한동안 소원했다.
그런데 문 의원에 따르면, 당시 노 대통령은 특검에 대해 반대 의사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야당의 특검법을 수용했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이 특검법 수용을 결정한 것에 대해 문 의원은 “대통령이 특검법을 수용할지 거부권을 행사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권 인사들의 ‘결정적인 실수’가 있었다”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따라서 참여정부 출범 직후 여권 인사들의 특검법 처리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
문 의원은 또 ‘민주당과의 합당 시기’에 대해선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당 의장으로 선출될 경우 민주당과의 합당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지난 21일 오전 국회 정보위원장실에서 가진 문 의원과의 일문일답.
―당 의장 경선에 출마한 까닭은.
▲우선 1997년 12월18일, 그러니까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날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난 의정부 지구당에서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을 지켜봤는데, 새벽 4시쯤 지구당 사무실을 나와 아버지 묘소를 찾아갔다. 거기서 아버지께 큰절 한 번 한 다음 딱 한 마디만 했다. “아버지, 내 말이 맞았죠”라고. 난 정치 인생을 걸고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을 꿈으로 삼았던 사람이다. 그날 그 꿈이 이뤄졌다. 그랬기 때문에 그 이후의 정치 인생은 ‘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의욕이 생겼다. 올해는 광복 60주년과 남북정상회담 5주년, 을사조약체결 1백년으로 역사적 의미가 각별하다. 개인적으로는 45년생으로 해방둥이다. 올해 나이 예순인데, 그동안의 정치 인생을 한 번 매듭짓고, 새롭게 일을 시작하고 싶었다.
특히 향후 참여정부 2년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난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일원이자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았기 때문에 무한책임감을 느낀다. 참여정부의 성공,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시간, 이 시기에 이것을 마다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부족한 줄은 알지만 그래서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출마를 결심하는 과정에서 혹은 출마 선언 이후 대통령으로부터 특별한 메시지를 받은 게 있나.
▲출마와 관련해서 대통령으로부터 특별히 메시지를 받은 것은 없다. 대통령은 항상 당정분리 원칙을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하다.
―여당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은.
▲창당 후에 평균 1백일에 한 번씩 당 의장이 바뀌었다. 무려 다섯 번이나 바뀐 것이다. 설령 그 다섯 분이 아무리 훌륭한 분이고 탁월한 정치역량을 가졌다 해도, 이래서는 당이 표류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당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바로 강력한 리더십, 통합의 리더십을 세우는 것이다. 당에 중심이 서야 한다. 그래야 당이 국정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고, 참여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
―참여정부 2년을 평가하면.
▲참여정부가 오늘 그만두더라도 역사적으로 평가될 일이 있다. 바로 정치개혁 부분이다. 정치개혁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부터 도약하고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그것을 우린 잘 못 느낄 뿐이다. 오히려 외국에서 (우리나라 정치개혁 과정을) 벤치마킹하겠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정치개혁은 크게 세 가지다. 1인 보스체제의 청산, 지역주의 극복, 금권정치 근절이다. 지역주의는 지금도 완전히 청산됐다고는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점점 희석되고 있지 않나. 하지만 1인 보스체제는 끝났다. 금권정치도 정경유착의 고리가 완전히 끊어졌다.
―개헌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은 개혁과 민생의 동반 성장을 위해 전력투구해야 할 시기다. 이런 시점에 개헌 논의가 불붙는다면 다른 모든 의제가 묻혀버리고 만다. 그래서 아직은 (개헌논의가) 시기상조다.
―민주당과의 합당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며, 합당이 이뤄진다면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양당과 국민들 사이에 통합 필요성과 당위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게 우선이다. 그런 다음 거론될 수 있다. 어미닭이 알을 너무 일찍 쪼거나 늦게 쪼면 병아리가 죽는다. 어미닭이 쪼아주는 시점과 병아리가 안에서 쪼고 나오려는 시점이 일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합당시점은 내년 지방선거(6월) 전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합당이 안 되더라도 단계적으로 정책연합이나 후보연합은 가능하다고 본다. 양당이 아쉬워서 (합당이나 연합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지방선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당 의장에 선출되면 민주당과의 연합에 나설 생각인가.
▲구체적으로 지금 말할 수는 없다. 아직 (당 의장이) 되지도 않았는데. 되면 바로 할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북송금특검에 대해 비판했는데, 당시 청와대 내부에서도 큰 진통이 있지 않았나.
▲내가 전모를 말할 수는 없다. 세월이 더 지나야 한다. 한마디로 대통령의 뜻도 특검을 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지 않았다. 국민의 정부에서 다 털고 가야 된다고 당시 생각했다. 새로운 정부(참여정부)에서 특검을 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일이 그렇게 됐다.
―노 대통령이 특검에 대해 찬성하지 않았는데, 왜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나.
▲시간이 더 지나야 얘기할 수 있다. 다만 현역으로 정치하는 사람들이 당시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2003년 3월14일 노대통령이 특검법을 수용할지 거부권을 행사할지) 국무회의에서 결정하던 날,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하던 자리에서 국무위원(장관) 한 명만 빼고 7~8명이 반대했다. 그때 국무회의를 주재중이던 대통령에게 ‘여야간 (특검법을 수정하기로) 합의가 끝났다’는 내용의 메모가 전달됐다. 그렇게 여야가 물밑접촉을 해서 전화로 합의가 다 됐다고 하니까 대통령은 이렇게 되나 (수용하든) 저렇게 되나(거부권을 행사하든) 다 똑 같다고 판단했던 것이다(그렇게 해서 특검법이 공포된 것이다).
―정치권과 재계,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반부패투명사회협약’이 다음달 9일 체결된다. 처음 이 협약이 추진되는 과정에선 정·재계 인사 등의 대사면·복권이 계획되지 않았나.
▲사면·복권이 되려면 대사회협약이 타결되는 게 아주 바람직하다. 그런데 대통령은 사면·복권에 대해 상당히 거부반응을 갖고 있다. 가능하면 안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안정성 확보를 생각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사면·복권을 원하는 입장에선 ‘반부패협약’ 같은 것이 이뤄지면 대의적 명분이 된다. 왜냐하면 사면·복권도 국민들의 공감대만 형성되면 안 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법률적으로 대통령이 하게끔 돼 있으니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걸 당사자들(시민사회단체들)이 ‘정치인 사면·복권 하려고 우리를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고 하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가 아닌가.
―현재 시민단체에선 정치인 등의 사면·복권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나.
▲그러니까 (대통령 취임 2주년인) 2월25일에 못하게 된 것이 아니냐. 어느 정권이든지 집권 3년째 들어가는 해에는 대사면을 단행했다. 국민의 정부에서도 그랬다. (교통법규) 딱지 뗀 것까지 포함해 엄청난 숫자가 그때 사면됐다.
―그러면 사면·복권 시기는 언제가 적당하다고 보는가.
▲8월15일이 적당하다. 해방 60주년으로 그 이상 가는 사면· 복권의 명분은 없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점이다.
―8월15일까지 국민의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다면.
▲그것은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다. 내가 볼 땐, 내 희망사항인데 해방 60주년 광복절에 걸맞게 모든 국민이 거기에 합의했으면 좋겠다. 정치 경제 모두 다, 생계형 범법자까지 포함해서(사면·복권됐으면 좋겠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도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되나.
▲경제인이라고 하면 포함돼야 한다고 나는 본다.
―과거사 청산 작업이 박근혜 대표를 의식한 ‘박정희 죽이기’ 작업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것은 너무 음모론적인 시각이다. 일련의 사건들이 누군가에 의해 치밀하게 기획되고 집행된다는 가설에 입각해서 공격해오는 것 자체가 ‘여당 죽이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박 대표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박 대표가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 당당하고 의연하게. 그걸 가지고 상대방이 의도를 가졌느니 이렇게 하는 건 당당하지 않다. 박 대표는 내공이 강해 의연하게 할 수 있다.
―차기 대권 도전 의사는 있는지.
▲정치인은 크게 통합형과 투쟁형으로 나뉜다. 그런데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투쟁형 정치인에 속했다. 하지만 난 통합형이다. 싸움이 있으면 뜯어말리고, 좀 억울하다 싶은 사람이 있으면 붙잡아줘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투쟁형 정치인으로 전환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