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비난 발언에 최고위원직 사퇴를 밝힌 주승용 최고위원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의 만류를 뿌리치고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최고위원은 주승용 최고위원과 이번 ‘공갈’ 발언 이전에도 부딪친 전적이 있다. 지난 5월 3일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주승용 최고가 틀렸다’는 제목을 달고 2개의 글을 올렸다. 정 최고위원은 이 글을 통해 주 최고위원이 친노 패권주의 때문에 4·29 재보선에서 패배했다는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 최고위원은 “공천은 낙하산 아닌 경선을 통했고 광주(재보궐 선거)책임자로 진두지휘한 주 최고도 ‘광주는 이긴다’고 하지 않았던가?”라며 “‘주승용이 광주책임자니 책임져라’고 하면 수용할 건가? 자제하고 단결합시다”라고 주 최고위원을 비판했다.
두 최고위원은 이렇게 SNS (사회적관계망서비스)상에서 한 번 충돌하며 감정이 상했기 때문에 두 번째 충돌에선 그 파장이 더 커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
정 최고위원의 막말 한 마디로 유일한 호남 최고위원이었던 주 최고위원의 사퇴를 불렀고 안 그래도 ‘호남 소외론’으로 위기에 있는 새정치연합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군다나 새정치연합 당헌·당규상 공백이 된 최고위원을 새로 지명할 수도 없어 새롭게 전당대회를 하지 않는 이상 더 이상 최고위원 명단에서 전북, 전남, 광주의 의원들을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정 최고위원의 근시안적 발언의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정 최고위원이 문 대표 체제를 지키기 위해 그런 발언을 했을지라도 당 전체를 놓고 보면 해당 행위이자 4·29 재보선 참패의 민심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말이다”고 비판했다.
사실 정 최고위원의 이 같은 강도 높은 발언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정 최고위원은 친노로 분류되지만 막말을 하는 데는 친노, 비노도 가리지 않는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2월 10일 라디오에 출연해 전날 2월 9일 문재인 대표가 새정치연합 당 대표 취임 이후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을 두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최고위원은 “일본이 우리에게 사과했다고 해서 우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가서 참배하고 천황 묘소에 가서 절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두 전직 대통령을 히틀러와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A급 전범에 빗댄 것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지난 2013년 정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했다.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바뀐 애는 방 빼, 바꾼 애들 감빵으로”라는 글을 올렸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의미로 쓴 이 글에서 박 대통령을 비하하는 ‘바뀐 애’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정 최고위원의 지속적인 막말 사용이 고도의 정치적 기술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막말을 통해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 최고위원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상에서는 정 최고위원을 지지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정 최고위원의 발언으로 촉발된 ‘봉숭아학당’ 최고위원회의 이후 정 최고위원은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다. 하지만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만큼은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정 최고위원은 “앞으로도 기죽지 않고 최전방 공격수로서 소임을 다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이에 1000명 이상의 추천과 “응원하고 지지한다”, “속 시원하다”, “야당에는 정청래밖에 없다” 등의 댓글로 가득했다.
이 같은 막말 정치는 지지층의 결집을 불러올 수 있지만 자칫하면 당 전체를 뒤흔들 수도 있다. 정 최고위원이 당내에서 비판받는 대목도 바로 이 지점이다. 지난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도 젊은층의 결집을 노린 발언을 했지만 오히려 큰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정 의장은 “(이번 총선에서)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그 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발언을 했다. 정 의장의 말은 막말이 아닌 실언에 가까웠음에도 이 한 마디로 인해 노인층이 크게 결집됐다. 정 의장도 발언의 책임을 지고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해 17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도 막말이 다시 한 번 총선 결과를 바꾼 바 있다. 일명 ‘나꼼수 현상’이라고까지 불렸던 ‘팟캐스트’ 방송의 인기로 서울 노원 갑에 ‘나꼼수’ PD인 김용민 후보가 공천됐다. 하지만 김 후보는 8년 전 방송에서 했던 막말로 구설수에 올랐다. 김 후보의 막말은 다양했다. 김 후보의 다양한 막말 중 저출산 문제에 대한 발언도 있었다. 김 후보는 “지상파 텔레비전 SBS, MBC, KBS가 밤 12시에 무조건 떡영화(성인물)를 2~3시간씩 상영을 하는 겁니다”라거나 “피임약을 최음제로 바꿔서 피임약이라고 팔고는 안에는 최음제예요” 등의 말을 했다.
김 후보는 이 막말 파문의 후유증으로 낙선했다는 게 지배적 해석이다. 이 막말은 단순히 김 후보 한 명을 낙선시키는데 그친 게 아니라 민주당이 접전지역에서 패배한 이유라는 분석까지 나와 김 후보를 더욱 곤혹스럽게 한 바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치권의 이 같은 막말 파동을 구조적인 문제와 국회의원 개인의 자질에서 찾았다. 그는 “구조적으로는 진영 싸움이 극단화돼 있어 대화나 합리적인 소통이 없어 말이 거세지는 측면이 있다. 이런 구조적인 요소와 개인적으로 몇몇 정치인들의 수준이 떨어지는 문제가 결합해서 막말로 이어진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번 막말로 인해 궁지에 몰린 새정치연합은 어떻게 될까. 문재인 대표가 최근 정청래 최고위원을 직무정지시켜 막말 공방은 봉합 수순으로 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문 대표가 지난 5월 15일 비노계가 공천권 유지를 위한 기득권 지키기에 매몰돼 있다며 직격탄을 날려 막말 공방으로 빚어진 사태는 친노와 비노의 전면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갈’ 발언과 주 최고의 퇴장사태로 양측의 갈등은 다분히 감정적으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정 의원의 모든 발언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때로 너무 과격해서 수용 불가능한 것들이 있다”며 “정 의원도 우리나라 정치 문화가 예전과는 달라진 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말만 강도 높게 하기보다는 변화된 모습, 정책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가야 진짜 달라졌다고 느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정치에서 ‘막말’도 때로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 도가 지나쳐 정치의 본질을 벗어난 말싸움과 감정싸움으로만 치달을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지게 될까. 새정치연합의 미래가 암울한 이유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정치권 막말퍼레이드 대통령 연애설 부정하며 여운 남겨 고단수 ‘비아냥’ 최근 새정치연합의 내홍을 촉발시킨 ‘공갈’ 막말처럼 정치권에선 중요한 순간마다 막말이 터져 나왔다. 정치인이 정치적인 행위로서 비판적인 발언을 할 때 수위를 잘 지키면 지지자에겐 시원한 감정을 주지만 도를 넘으면 막말로 인식돼 역풍을 맞는다. 이런 막말 파동 이후에는 여·야 모두 자성을 촉구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시 막말이 되풀이 됐다. 정치권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떠나게 만드는 막말의 유형을 정리해봤다. # 성희롱 막말 막말 중에서도 국민들의 분노를 가장 돋구는 부류가 성희롱 막말을 하는 정치인들이다. 대표적으로는 강용석 전 의원을 들 수 있다. 강 전 의원은 지난 2010년 7월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 뒤풀이로 아나운서 지망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강 전 의원은 “(아나운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 OO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라고 말했다. 이후 아나운서연합회는 강용석이 아나운서와 아나운서 지망생을 모욕했다며 고소했고, 당시 강 전 의원이 소속돼 있던 한나라당에서도 출당처리 됐다. 한나라당 당헌·당규상 지난 2010년 7월 제명 당한 강 전 의원은 2015년 7월까지 5년간 새누리당(구 한나라당) 복당을 할 수가 없다. # 불똥형 막말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4월 말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무총리 후보자 자질을 이야기하면서 조선시대 명재상인 황희 정승을 언급했다. 김 의원은 “조선 시대 명재상으로 추앙받는 황희 정승이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간통도 하고 온갖 부정청탁과 뇌물(수수) 같은 이런 일이 많았지만 세종대왕이 이분을 다 감싸서 명재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말은 당시 위기에 몰린 이완구 전 총리를 두둔하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황희 정승 후손들에게 불똥이 튀기면서 공식 항의를 받았다. 김 의원은 황희 정승 후손인 장수 황 씨 후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 나름 억울한 막말형 설훈 의원 최근 새정치 원내사령탑에 선출된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도 막말 파문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 2012년 이 원내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그년’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는 “‘공천헌금’이 아니라 ‘공천장사’입니다. 장사의 수지계산은 직원의 몫이 아니라 주인에게 돌아가지요”라며 “그들의 주인은 박근혜 의원인데 그년 서슬이 파래서 사과도 하지 않고 얼렁뚱땅…”이라고 적었다. 이 원내대표는 이후 ‘그년’을 ‘그녀는’의 축약이라고 했다가 오타였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 초선 막말형 지난해 8월 21일 초선 의원인 장하나 새정치연합 의원은 페이스북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무책임한 대통령. 비겁한 대통령. 국민을 구조하는 데 나서지 않은 대통령. 진상규명에도 나서지 않는 대통령. 당신은 국가의 원수가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의원의 발언은 당내 사전조율 없이 갑작스런 돌출 행동이었다. 장 의원의 발언에 일부는 발언이 시원하다며 박수를 쳤지만 여론은 ‘그래도 대통령에게 너무한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에 직면한 바 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인 김광진 새정치연합 의원도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 새해 소원을 묻는 질문에 ‘명박 급사’라고 답한 글을 리트윗했던 것이 뒤늦게 알려져 입길에 오른 적이 있다. # 실수인지 본심인지… 지난 2012년 이한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3주년 4일 전인 5월 19일에 노 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리트윗해 여론의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이 원내대표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이 노 전 대통령 재임 때 2번이나 특사로 가석방, 특별사면됐다는 내용과 함께 “이러니 노무현 개XX지. 잘 XX다”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한 이용자의 글을 리트윗(재전송)했다. 네티즌의 비난이 쏟아지자 이 전 원내대표는 “어떠한 경위로 이번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확인 중에 있습니다. 고인과 유족, 국민 여러분께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합니다”라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