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전 청장은 최근 자신에게 제기된 수뢰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한 상태다. 사진은 2012년 조 전 청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모습이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이보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일 정 씨의 회사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정 씨를 체포해 신병을 확보한 뒤 관련 혐의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다. 하지만 정작 12일 부산지방법원이 “정 씨가 직무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어 방어권 보장 필요성이 있는 등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대가성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했다고 보고 구속영장 발부를 자신했던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 씨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조 전 청장을 조기에 소환 조사하려던 검찰의 수사 계획은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해졌지만 검찰은 보강 수사를 거쳐 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이다. 또한 검찰은 정 씨를 통해 인사 청탁이 이뤄졌다면 현재 거론되는 3명 외에도 또 다른 경찰 간부들이 더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부산 경찰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정 씨를 통해 조 전 청장에게 인사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상자 3명에 대한 조사는 물론, 정 씨를 통해 인사를 청탁한 또 다른 경찰 간부가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정 씨는 조 전 청장에게 당시 부산경찰청 소속 간부 3명의 승진을 부탁하며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를 통해 조 전 청장에게 인사 청탁을 한 것으로 전해진 경찰 간부들은 현재 서울 지역에 근무하는 A 경무관, 부산 지역에 근무하는 B, C 총경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모두 경찰대학교 선·후배 사이다.
정 씨는 조 전 청장이 부산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8~2009년 부산경찰청 경찰발전위원회 위원을 맡아 자연스레 조 전 청장과 교류할 수 있었다. 정 씨는 “특정 경찰 간부의 인사 청탁 명목으로 돈을 준 것은 아니고 선의로 돈을 건넸다”며 대가성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청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수뢰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한 상태다. 그는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 씨를 알고 만난 적도 있다. 내가 부산경찰청장 할 때 정 씨가 경찰발전위원회 위원이었다”며 “경찰청장 재직 때인 2011년 3월 26일 정 씨가 공관 앞에 왔다 하기에 ‘들어와라’ 했다.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회장과 같이 와 와인만 마시고 갔다”고 말했다. 이어 조 전 청장은 “승진 청탁 대상자로 거론되는 사람은 이때 이미 정해져 있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한 그는 지난 11일 승진 대상자로 거론되는 경무관급 1명과 총경급 2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인사 청탁 여부를 확인했으나 “모두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사 청탁 대상자 3명 외에 또 다른 경찰 간부들이 더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인사 청탁 대상자로 거론되는 A 경무관은 지난 2010년 12월 경무관으로 승진했고, B, C 총경은 2011년 1월 총경으로 승진했다. 조 전 청장의 주장대로 A, B, C 세 간부가 모두 승진한 후 조 전 청장이 정 씨를 관사에서 만난 것이다.
하지만 조 전 청장이 정 씨를 만난 시기 및 장소와 관련, 조 전 청장이 경찰청장이 되고 나서 부산에 내려갔을 때 정 씨를 만났다는 얘기도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조 전 청장은 지난 2010년 8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제16대 경찰청장을 역임했다.
A 경무관 전보 인사와 관련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11년 11월) A 경무관이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 다들 의아해했다. 그 분은 부산에서 성장한 사람이고 서울 근무를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이었기 때문에 인사와 관련 여러 가지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 관련 범죄 첩보를 검찰이 입수한 경위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부산지역 유력 조직폭력 보스가 연관돼 있다는 얘기가 경찰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 경찰 한 관계자는 “H 사 정 사장과 부산지역 ○○파 보스인 D 씨는 건설업을 함께했던 동업자였다. 하지만 최근에 서로 사업상 문제가 생겨 감정이 상하면서 D 씨가 정 사장과 가깝게 지내는 B 씨를 대검찰청에 직접 제보했고, 대검에서 부산지검으로 하명을 내린 것이 수사 착수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은 14일 성명을 내고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부산의 건설업자로부터 경찰간부 인사 청탁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혐의가 드러난 만큼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며 “검찰과 재판부는 이 같은 조현오 청장의 뇌물과 인사 청탁 비리를 한 점 의혹 없이 밝혀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요신문>은 조 전 청장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으나 그는 “바쁩니다”라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