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사실이 아니다. 금연 외에는 다른 홍보대사를 한 기억이 없다. 만약 회사에서 한 것이라면 너무 바빠서 그 상황을 몰랐을 것이고, 일단 제 기억에는 없다.”
결국 자신이 해병대 홍보대사를 하는 등 군 입대와 관련해 대국민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스티브 유의 얘기가 오히려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다음은 지난 2000년 3월 1일자 연합뉴스 기사다.
‘영화 <제이슨 리> 주연으로 발탁된 가수 유승준(23)이 해병대 특별 훈련프로그램 참가를 위해 오는 3월 6일부터 9일까지 경북 포항의 해병1사단에 입소한다. 영화기획사 영화인은 “유승준이 댄스가수의 이미지를 벗어나 진정한 연기자의 자세를 갖기 위해 영화사측에 해병대 특별프로그램 입소를 제의했으며, 해병1사단은 유승준을 해병 홍보대사로 인정,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29일 밝혔다.
유승준은 특별프로그램에서 체력과 담력테스트를 거쳐 기초훈련부터 사격과 단검술, 특공무술, 공수훈련 등 강도 높은 훈련을 받게 된다. <제이슨 리>는 한국인 출신으로 미국의 마피아계를 장악한 이장순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로 오는 3월말 크랭크인 된다.’
물론 본인은 이를 기억하지 못할 수는 있다. 게다가 이 영화 <제인슨 리>는 결국 제작이 무산돼 유승준은 출연하지 않았다. 관련 기사 역시 영화 홍보를 위해 급조된 내용으로 실제 유승준은 해병1시단에 입소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연예인이라면 자신의 작품 활동을 위해 홍보되는 내용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당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어야 한다. 홍보 과정에선 사실인양 가만있다가 지금 와서 모르는 일이라고 얘기한다면 ‘아름다운 청년’이던 그 시절에도 거짓말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제와 ‘회사에서 한 일이라면 너무 바빠서 몰랐을 것’이라고 둘러대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얘기하기 전에 먼저 과거 기사 정도는 챙겨 본 뒤 심경고백 당시 명확한 입장을 밝혔어야 한다. 의도된 거짓말이 아닐 지라도 본인이 과거 기사도 챙겨보지 않고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언급한 것은 결국 거짓말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대국민 거짓말과 관련해서 언론에게 책임을 미루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사실 연예인의 이미지는 소속사와 언론이 주도적으로 만든다. 당시의 유승준은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이미지도 그렇게 생성됐다. 다음은 스티브 유의 발언이다.
“제가 한창 ‘열정’으로 활동할 때부터 군대 이야기가 나왔다. 처음 기사가 나오게 된 것은 집으로 올라가려는 찰나에 숲에서 누가(기자가) 튀어나오더니 사담으로 ‘너 군대 가야지? 몸도 좋고 체격도 좋고 바로 해병대 가도 되겠구나’ 이러셔서 ‘군대 가야죠’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다음 날 제가 해병대에 자진 입대한다고 신문 1면에 났다. 그 이후부터 방송이나 라디오에서 계속 질문을 받았다. 주변에서 군대 가기로 한 결정 축하도 해주고 그랬다. 제가 생각해보고 결정 내린 것이 아닌 상황에서 그렇게 보도가 나와, 그 이후부터는 군대 간다고 했다.”
결국 군에 가겠다고 언급한 것이 대국민 거짓말이 아닌 언론이 만들어낸 얘기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대국민 거짓말에 대한 비난 여론을 언론의 탓으로 슬쩍 밀어 놓은 것이다. 실제로 당시 기자가 그런 형태의 취재로 그런 기사를 쓴 것인지는 현재 확인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런 기사를 통해 유승준은 가수 활동에 도움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그렇게 ‘아름다운 청년 유승준’의 이미지가 완성됐으며 이를 통해 유승준은 부(연예계 활동에 따른 수입)과 명예(연예인으로서의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이제 와선 그런 이미지는 소속사와 언론이 만든 것일 뿐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제가 생각해보고 결정 내린 것이 아닌 상황에서 그렇게 보도가 나와, 그 이후부터는 군대 간다고 했다”는 유승준의 발언은 거짓이 아닐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발언은 당시 가수 유승준을 사랑했던 팬들에게 엄청난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사랑했던 아름다운 청년 유승준과는 너무 다른 스티브 유의 본모습을 봐 버렸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