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연예인 X파일’ 과 관련, 소송 의사를 밝히는 연예 관계자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그런데 요즘 ‘X해일’이 한바탕 쓸고 지나간 연예계에 더욱 강력한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연예계에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후폭풍은 그 다음 자리를 차지했지만 이번에는 연예계의 기존 틀 자체를 변화시킬 만큼 엄청난 후폭풍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연예계 X파일의 후폭풍을 살펴봤다.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번 연예계 X파일에 대해 해당 연예인들은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공동 법적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X파일에 거론된 99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9명 연예인 소속 연예기획사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결성한 뒤 법무법인 한결을 법적 대리인으로 정해 지난 1월21일 제일기획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진정한 공동대응으로 보기에는 40명의 여백이 너무 크다. 물론 X파일에서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았거나 좋은 내용만 담겨있는 연예인들이 참가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수가 너무 많다.
이를 두고 연예관계자 J씨는 “사실 고액의 계약금이 오가는 광고주와 관련된 사안이고 그 대상이 국내 최대 광고기획사인 제일기획이라는 점에서 어려운 싸움임에 분명하다”고 얘기한다. 현재 제일기획과 관련된 광고모델로 활동하는 연예인이 상당수고 이에 대한 협의가 오가던 연예인도 여럿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소송에 참가한 연예인 가운데 현재 제일기획과 관계된 CF에 계약한 이들도 있어 이런 기준으로 소송 불참 연예인을 분류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법무법인 한결측은 소송에 참가한 59명의 연예인 명단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불참 연예인 40명 가운데 합류 의사를 밝힌 이들이 여럿이라며 연예계의 단결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법인 한결은 제일기획이 지난 21일부터 해당 연예인들에게 사과전화를 걸기 시작했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물론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하기 위한 전화겠지만 소송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연예 관계자들도 상당수다. 게다가 이로 인해 59명의 소송 참가 연예인 가운데 이탈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부적인 위기감이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또한 이번 X파일에 거론된 연예 전문 리포터 2명과 기자 8명을 소송 대상에 포함시키느냐에 대해서도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예기획사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중요한 비즈니스 파트너인 매스컴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 또한 연예기획사 사장들과 해당 기자의 친분 관계에 따른 입장 차이도 존재한다.
결국 연예계는 현재 X파일에서 거론된 99명의 연예인과 그 외의 연예인, 그리고 소송에 참여한 59명과 나머지 40명이 각기 다른 상황에서 이번 파문을 대처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결국 연예계 분열로 연결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게 연예 관계자들의 우려 섞인 시선들. X파일에 대한 분노와 진상규명을 바라는 마음과 광고계약 및 매스컴 관계라는 비즈니스적인 고려 사이에서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의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번 X파일 파문은 그동안 발발한 연예계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에 따른 후폭풍 역시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캐스팅 전쟁이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남자 연예인의 대거 군 입대로 배우 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파문으로 캐스팅의 어려움이 더욱 배가될 전망. 연예관계자 Y씨는 “벌써 몇몇 제작사는 캐스팅 관련 구체적인 의견 조율이 이뤄지던 상황에서 담당 매니저로부터 ‘당분간 논의를 미루자’는 연락을 받고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얘기한다.
또한 제작비 투자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촉각이 곤두선 상태. 영화계 호황으로 거액의 제작비 펀딩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X파일이 투자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의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된 것. 광고주의 투자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파일이 일반인에게 유출되면서 이제는 제작비 투자자에게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하는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해당 연예인들은 조속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유출 경로 파악부터 연예계 X파일에 대한 전반적인 수사가 이뤄지기 시작해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들어설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예 관계자들은 적어도 한 달 가량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악어새’를 향한 차가운 시선
연예계 X파일의 영향력은 언론계에도 여파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매스컴과 연예기획사의 역학구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톱스타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한 연예기획사의 힘이 매스컴을 지배하는 구조로 변해가던 역학구조가 이번 파동으로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이번 X파일에 현직 기자와 리포터가 개입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매스컴 관계자에 대한 연예기획사의 시선이 더욱 차갑게 변해가고 있다.
이미 몇몇 기획사는 당분간 인터뷰 중단을 선언한 상황. 이번 소송에 적극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몇몇 기획사의 경우 ‘이번 일이 진정될 때까지 언론 노출을 자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심지어 미리 잡혀있던 인터뷰 스케줄까지 취소하는 기획사도 있어 기자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