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바른포럼’은 서강대학교 출신이 조직한 동문 모임이었지만 2010년부터 ‘국민희망포럼’, ‘국가미래연구원’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3대 외곽 조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다. 공직선거법상 동문 모임은 선거 때 사무실 얻어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돼 있으나 이들은 여의도 최고급형 에스트레뉴 오피스텔에서 ‘V 선배(박근혜 대통령 지칭)’ 승리를 위해 투신했다.
포럼은 18대 대선을 1년여 앞둔 2011년, ‘V2012 실행계획’을 발동한다. ‘V2012 실행계획’이란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당선되게 하기 위해 지역·직능조직 구축, 대국민 설득 및 홍보 논리 개발, 총선·경선·대선 지원 준비 등의 사업을 총체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18대 대선 불법 비밀캠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서울 여의도 에스트레뉴 빌딩.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포럼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이는 상임고문을 맡은 성기철 전 시스폴 대표였다. 성 전 대표는 앞서 청와대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탄원서를 올린 정 아무개 씨와의 사적 친분을 이용해 에스트레뉴 오피스텔을 무상으로 임대한 뒤 대선을 앞두고 비상체제를 가동했다. 확인 결과, 그는 세금 8억 7500만 원이 체납된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도 올라있다.
성 전 대표와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인물은 포럼 공동회장인 김 아무개 씨와 굴지의 회계법인 출신 임 아무개 씨, 그리고 포럼 사무국장을 맡았던 A 씨(여)다. 주목할 인물은 바로 A 씨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2012년 7월경 폐쇄형 그룹채팅 사이트인 카카오아지트를 이용해 박근혜 후보 선거운동 관련 SNS팀을 구성하는 데 실무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A 씨는 유급 직원으로 불법선거운동의 주축인 서강바른포럼과 이에 가담한 포럼동서남북으로부터 각각 절반씩 급여를 받았다.
A 씨는 1심에서 징역 4월을 선고받은 뒤 상급심에서 벌금 500만 원으로 감형되는 등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으나 실무자로서 업무처리를 한 것에 불과하고, 대선 3개월 전인 2012년 9월 포럼을 그만둔 뒤 더는 선거운동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1심 재판 당시 검찰이 수집한 증거목록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전해준다.
당시 검찰은 A 씨와 함께 SNS 활동을 벌인 인물을 통해 “A 씨가 9월 서강바른포럼 사무국장을 그만둔 뒤, 10월경 ‘새누리당’으로 옮겨서 활동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10월은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된 달이다. 진술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는 만큼 추가 조사를 진행해 가중처벌돼야 했지만 재판부는 “9월에 포럼 활동을 그만했다”는 것만을 근거로 가볍게 처벌한 셈이다.
지난해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B 연구소는 2014년 8월 해체되기 전까지 명칭만 경제연구소였을 뿐, 그룹 회장의 신변 관련 임무만 담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A 씨가 영입돼 근무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더군다나 A 씨는 B 사에 근무하면서 별도의 투자자문회사 이사에 등재돼 있기도 하다. 통상 대기업 연구원급 인사가 별도의 회사 이사를 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원래 재산이 있어 부동산 임대업을 하거나 단순 프랜차이즈 가게를 운영하는 경우는 있으나 업무 영역이 겹치는 별도 회사를 겸하는 경우는 드물다.
A 씨는 최초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 대선 당시 서강바른포럼 활동 사항에 관해 “저와는 관련이 없다”라고 말했다. 나중에는 자신이 서강대학교 출신인 것도 부인했다. B 사 측은 21일 “A 씨가 2013년 4월 입사한 것은 맞다. 이전의 보험·증권 관련이나 외국계 기업 활동 경력을 인정받아 입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에 도는 B 연구소의 업무 성격에 관해서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당시 외부 리포트를 발간하지는 않았지만 안에서 직원들이 활용하도록 내부 리포트 등을 작성했다. A 씨는 현재 실명으로 언론에 기고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A 씨가 별도의 자문회사 이사로 등록돼 있는 것에 대해서는 “7~8년 전에 폐업한, 사실상 활동을 하지 않는 곳이라고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해당 회사는 여전히 법인 등기가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문제의 에스트레뉴 빌딩에 사무실을 얻어 활동하기도 했다. 기자가 ‘A 씨에게 직접 설명을 듣고 싶다’고 요청하자 B 사 측은 “A 씨가 이틀간 휴가를 냈다. 입사 이전의 개인적인 일을 회사 측에서 설명을 해라마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A 씨의 이 같은 행보를 따라가면 그가 단순히 SNS를 통한 선거운동만 한 것인지 의구심이 따른다. 서강바른포럼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간 불법선거운동을 지속했는데, 관련 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총책임자격인 성 전 대표는 앞서 언급했듯 수억대 체납자 명단에 수년째 올라있어 사실상 본인 이름으로는 경제 활동이 불가능한 인사다. 지난해 탄원서를 올린 정 씨의 주장에 따르면, 에스트레뉴 오피스텔에는 성 전 대표 외에도 서강대 출신의 송재국 KT셋 대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그리고 서병수 부산시장도 드나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포럼 명예회장을 맡았던 서병수 부산시장은 현재 ‘성완종 리스트’에도 올라 있다.
‘박근혜의 친구’를 자청한 성 전 대표는 2013년 10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하지 않았다. 그는 죗값을 다 치른 것일까. 성 전 대표는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책임 있는 설명을 요구한 기자의 메시지에도 응답이 없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