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존그룹 김광석 회장
하지만 김광석 회장은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자마자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참존의 제2막을 열겠다’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을 찾은 전 세계인에게 참존 제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이니 돈이 남지 않아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더불어 인천공항 면세점을 기반으로 서울시내 면세점까지 진출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그러나 불과 보름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참존은 임차보증금 277억 원을 내지 못했고 결국 면세 사업권을 잃게 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획득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면세 사업권을 따낸 뒤 보증금을 못내 포기한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일찍 터뜨린 샴페인의 대가는 가혹했다. 참존은 자존심이 크게 상했고 입찰보증금 101억 6000만 원까지 날리게 돼 스타일을 구겼다. 입찰금액이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무리한 것은 맞다”고 답한 김 회장이 말이 현실로 닥친 셈인데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참존은 지난해 51억 원의 영업손실과 9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도 64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9% 줄었다. 참존은 2010년 저가 브랜드숍 등에 밀려 적자를 면치 못한 적이 있었으나 이후 중국과 일본에서 화장품 한류가 불면서 곧장 흑자로 돌아선 바 있다. 그러나 불과 4년 만에 또 다시 적자를 기록한데다 매출액까지 하락세를 보여 업계에서는 “내리막의 시작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추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참존모터스가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만 361억 원으로 담당 회계법인은 2014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내기도 했다. 유상증자, 매각과 같은 특수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사업지속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참존모터스가 가지고 있는 계열사 채무는 123억 원으로 자칫 그룹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참존모터스 사정이 어렵다는 것은 이 바닥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매출이 문제가 아니라 그룹 차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안다. 면세점 사업 진출에 실패하면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들었다”며 “이익을 남기고 있는 벤틀리 사업을 제외하곤 모두 정리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말했다. 벤틀리를 판매하는 참존오토모티브는 2013년엔 영업손실 6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엔 34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실제 <일요신문>이 참존그룹과 김 회장 일가가 보유한 일부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살펴본 결과 근저당 설정액이 1210억대에 달했다. 이중 약 100억 원은 제2금융권과 거래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참존, 참존모터스, 참존오토모티브, 참존서비스 등 법인명뿐 아니라 김 회장과 그의 아들들 명의로 설정된 근저당도 찾아볼 수 있었다.
고정관념을 탈피한 청개구리 이미지를 내세운 참존그룹은 김광석 회장의 재도약 의지와는 달리 위기설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대치동 본사 사옥. 622억 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김 회장의 개인 부동산도 근저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현 주소지, 개인 명의로 보유 중인 아파트 및 부동산까지 깨끗한 등기부등본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서울 중구 충무로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약사 출신인 김 회장이 이곳에서 피보약국을 운영하며 참존을 탄생시켰다. 사업이 잘 되자 이 근처 땅을 하나씩 사 모았는데 7~8부지 정도 된다. 그중 가장 비싼 곳은 실매매가가 50억 정도로 월세만도 1200만~1300만 원가량”이라며 “김 회장의 개인 땅에도 근저당 설정이 돼 있지만 이는 매매가와 비교하면 크게 문제될 금액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검소하고 함부로 돈을 쓰지 않았던 김 회장이 2~3년 사이 이곳 땅까지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을 보니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가보다”고 말했다.
이처럼 참존그룹은 면세점 사업을 위한 무리한 베팅과 계열사 적자 등 우려할 만한 일이 자꾸 겹치면서 위기설이 확대되고 있다. 벤틀리를 제외한 수입차 딜러권 반납설부터 대치동 사옥 매각설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승소 가능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인천국제공항을 상대로 면세점 입찰보증금 납부에 대한 지급정지 가처분 소송과 채무 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한 것도 위기설을 부추겼다.
물론 반대의 시선도 있다. 참존이 재정비 후 서울시내 면세점 입점을 통해 재기를 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참존 관계자는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 입찰은 준비하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과의 재판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참존 관계자는 “참존모터스나 참존임포트 매각설은 수년 전부터 나오던 말이다. 참존 매각설도 들은 바 없다. 이는 경쟁사의 흔들기일 뿐 사업을 하면서 이 정도 빚이 없는 곳은 없다고 본다. 어려운 상황임은 우리도 잘 알고 있지만 자구책을 마련해 노력 중이니 잘 헤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