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만능감정사 Q -모나리자의 눈동자>는 일본에서 엄청난 판매고를 올린 마츠오카 케이스케의 원작소설 <만능감정사 Q 사건부>가 원작이다. 일본에서 시리즈물로 10여 편 이상 출간된 소설 <만능감정사 Q 사건부> 가운데 ‘모나리자의 눈동자’는 9편이다. 일본 서점가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에피소드인 9편 ‘모나리자의 눈동자’가 가장 먼저 영화화된 것. 2014년에 일본에서 개봉했으며 일본 원제는 <万能鑑定士Q -モナ・リザの瞳>, 영어 제목은 <All-Round Appraiser Q: The Eyes of Mona Lisa>다. 러닝 타임은 119분.
일본에선 워낙 인기를 끈 소설을 배경으로 해 제작 과정부터 엄청난 화제를 양산한 이 영화는 요즘 일본에서 가장 핫한 여배우 가운데 한 명인 아야세 하루카가 출연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다만 한국에선 이 소설이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터라 마니아층에서만 화제가 됐을 뿐 대중적으로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다.
줄거리 언급에 앞서 먼저 주인공 얘기를 하자. ‘만능감정사’인 린다 리코(아야세 하루카 분)는 ‘만능감정사 Q’라는 업소를 운영하며 각종 감정을 의뢰받아 해결한다. 말 그대로 만능 감정사인 린다는 뛰어난 통찰력과 폭넓은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진실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갖고 있다.
<만능감정사 Q 사건부> 시리즈 소설 가운데 처음으로 영화화한 작품인 만큼 영화의 초반부는 린다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영화는 린다가 어느 고급 레스토랑으로부터 한 행사의 감정을 의뢰받으면서 시작된다. 레스토랑 관계자는 시식회 행사를 의뢰 받아 무심코 수락했지만 행여 다단계 행사일 수 있다는 불안감에 린다에게 감정을 의뢰한다. 그리고 린다는 시식회로 위장한 행사 이면에서 벌어지는 엄청난 범죄의 실체를 밝혀내는 저력을 선보인다. 왜 그가 만능감정사라 불리는 지 제대로 보여주는 오프닝이다.
레스토랑 시식회 사건을 해결한 것을 계기로 린다는 루브르 박물관이 선발하는 ‘모나리자를 지키는 감정사’에 지원하게 된다. 혹시 모를 도난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감정사를 선발하는 것인데 일본 도쿄에 모나리자가 전시될 예정이라 일본인 감정사가 필요했던 것. 린다는 가볍게(?) 테스트를 통과하며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를 지키는 감정사’가 된다.
문제는 테스트를 통과한 린다가 루브르 박물관으로부터 트레이닝을 받는 과정의 지루함이다. 박진감 넘치는 레스토랑 시식회 사건으로 시작해 루브르 박물관의 테스트까지 영화의 초반 30여분은 매우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그렇지만 이후 30여분 동안은 린다가 트레이닝을 받는 내용으로 이 부분은 다소 많이 지루하다. 게다가 트레이닝을 거치며 린다는 오히려 자신의 감정 능력까지 잃어버리게 된다. 지루한 트레이닝 과정의 반복도 지겨운데 주인공까지 감정 능력을 잃어버리고 마는 것. 린다는 모나리자의 눈동자 안에 작게 새겨진 글자를 본 감정사들이 뇌의 후두엽에 문제가 생겨 인식 능력이 저하되거나 정신 이상이 온다는 얘길 우연히 듣게 된다. 린다 역시 자신이 모나리자의 눈동자 속 글씨를 본 탓에 만능감정사의 능력을 잃게 됐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제목이 ‘모나리자의 눈동자’다.
문제는 여기까지의 지루함을 잘 극복할 수 있느냐다. 추리 영화와 소설을 무척 좋아하는 기자 역시 이 고비를 넘는 게 쉽지 않았다. 왜 주인공이 트레이닝 받는 장면을 이렇게 길게 봐야 하나 생각하며 영화를 그만 볼까 생각했을 정도다.
그렇지만 이 부분을 극복하면 다시 영화는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해진다. 지루한 중반부가 사실은 사건의 실체를 숨겨 놓은 중요한 대목임이 중후반부에 드러나는 것. 린다는 다시 만능감정사로 돌아와 결국 모나리자를 지켜낸다. 후반부와 결론 부분만 놓고 보면 분명 흥미진진한 추리 영화로 손색이 없다.
그럼에도 중반부를 굳이 그렇게 지루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아무래도 이런 부분은 소설을 그대로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빚어진 오류로 보인다. 이미 원작 소설을 8편까지 재밌게 본 독자들이라면 9편인 ‘모나리자의 눈동자’의 중반부 지루한 대목을 견뎌낼 내성이 있었을 것이다. 린다가 분명 멋지게 사건을 마무리 할 것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신뢰감, 그리고 소설가 마츠오카 케이스케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화로 처음 ‘만능감정사 Q’를 만난 이들이라면 그 중반부의 지루함을 이겨내기가 녹록치 않을 것이다.
@ 배틀M이 추천 ‘초이스 기준’ : 원작을 알고 좋아한다면 당연히 클릭, 지루함을 이겨낼 자신이 있다면 클릭
선택 기준은 분명하다. 원작 소설 시리즈를 봤으며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클릭이다. 일본 영화는 한국과 달리 최대한 원작에 충실하게 영화를 만들기 때문에 원작을 좋아해서 영화를 보는 경우에도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 영화는 감독의 색깔로 원작을 재해석하기 때문에 원작을 넘어서는 수작이 나오거나 원작의 아성을 더럽히는 졸작이 나오게 된다. 아쉽게도 졸작이 더 많다는 게 기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또한 아야세 하루카의 팬이라면 한번 쯤 도전해 볼 만 하다. 중반부 지루함도 팬이라면 아야세 하루카와 함께 하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므로. 마지막으로 추리 영화 마니아라서 짜임새 있는 결말을 보기 위해선 중반부 지루함도 견뎌낼 수 있다면 한 번 도전해볼 만하다. 분명 중반부 지루함만 극복하면 중후반부는 탄탄하고 흥미진진한 추리 영화이기 때문이다.
@ 배틀M 추천 ‘다운로드 가격’ : 1000 원
영화를 다 본 뒤 전체적인 평가를 하라고 하면 분명 좋은 평가를 할 만한 추리 영화다. 문제는 중반부의 지루함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부분이다. 이로 인해 전체적인 평가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중반부의 지루함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1000원으로 추천 가격을 정했다. 결국 중간에 포기하고 영화를 꺼 버린 이들에겐 1000 원이 아까울 수밖에 없지만 참고 결말까지 간다면 1000 원 이상의 가치는 분명히 하는 영화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