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스나이퍼. 출처=스나이퍼사운드
―싱글 앨범 ‘테이크 더 찬스(Take the Chance)’를 낸 소감이 어떤가.
MC스나이퍼는 지난 14일 새로운 싱글 ‘테이크 더 찬스(Take the Chance)’를 발매했다. 지난 3월 밴드 ‘몽니’의 ‘김신의’가 보컬로 참여한 싱글 ‘사랑비극 Part.1’을 발매한 지 두 달 만이다. 타이틀곡은 ‘Do or Die’라는 강한 비트의 곡이다.
“무엇보다 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었다. 타이틀곡 ‘Do or Die’의 경우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트랜디한 스타일이다. 반면 또 다른 곡 ‘Dynasty’는 기존에 해오던 스타일인데, 언더 랩퍼 당시의 향수를 생각하며 만들었다. 원래 하던 스타일이 좋긴 한데 새로운 스타일도 한번쯤은 해봐야 후회가 남지 않을 것 같았다. 해보니까 재미는 있었다.”
―최근에 김구(그룹 코요테 전 랩퍼)와 함께 콜라보레이션한 ‘다시 남자’가 화제인데?
“아는 음악 감독님 때문에 김구 형님(김구가 세 살이 많다)과 알게 돼서 같이 하게 됐다. 곡 작업 하고 뮤직비디오 찍으면서 김구 형님과 많이 친해졌다. 30, 40대 후반 남자들의 잃어버린 존재감 같은 것들을 노래하고 싶었다. 가사 내용 자체가 너무 좋은 것 같고 생각보다 노래가 큰 화제를 일으킨 것 같다.”
―어버이날에도 갑작스럽게 검색어 1위에 올랐다?
MC스나이퍼는 지난 8일 어버이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등극했다. MC스나이퍼의 ‘인생’ 뮤직비디오가 화제를 모은 것. 2012년에 발표된 ‘인생’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의 인생을 한 곡에 담아 마치 아버지를 생각게 한다는 평을 얻었다. 갑작스럽게 노래가 화제가 되자 MC스나이퍼는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뭐요? 나 어버이날 사고친거 없소~”라는 글을 게재했다.
“깜짝 놀랐다. 사실 작년 어버이날에도 검색어에 올라오긴 했는데 올해도 올라올 줄 몰랐다. 아마 내년에는 안 올라오지 않을까(하하). 사실 노래보다는 뮤직비디오가 인기가 있지 않았나 싶다. 고영훈 웹툰 작가(대표작 악의 연대기)가 그림을 그려줬는데 그 친구가 팬 층이 두텁다. 게다가 가사도 한 남자의 인생을 4분짜리 단막극으로 풀어냈으니 그런 게 맞물려서 화제가 된 게 아닌가 싶다.”
―최근 근황은 어떤가?
“여름이 다가오니까 다이어트를 늘 열심히 하고 있다. 싱글은 냈으니 정규 앨범을 준비하고 있고 그동안 많이 쉬었기 때문에 여러 활동 준비를 하고 있다.”
―쉬는 동안에는 무엇을 했나?
“곡 작업을 주로 했다. 와이프가 임신해서 술을 잘 못 먹으니까 운동을 특히 많이 했다.”
지난 3월 MC스나이퍼는 방송을 통해 아내의 임신소식을 알렸다. MC스나이퍼는 오는 7월 아빠가 될 예정이다.
―얼마 전까지도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다는 얘기가 많았다. 슬럼프 계기가 뭐였나?
“잘 모르겠다. 사람 문제도 있을 수 있고. 이제까지 열심히 일만 해 와서 이게 맞는가하는 의문점도 생겼다. 여러 가지 복합적이었던 것 같다. 흔한 말로 서야 하는 시점 아니었을까. 나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 앞으로의 내 인생이 위태로워질 듯했다.”
―1세대 힙합퍼지만 사람들에게 잊혀 지지 않을까 걱정이 있었을 텐데?
“그런 걱정보다도 빨리 자신감을 회복하고 싶은 게 컸다. 슬럼프를 극복하고 싶다는 생각. 한번 마음먹으면 해야만 하는 성격이라 슬럼프에서 빨리 일어나고 싶어 했다. 그런데 그게 실수였다.”
―왜 실수였나?
“슬럼프를 극복하려는 자체가 문제였던 것 같다. 그냥 냅둬야 한다. 냅두고 쉬어야 하고. 무의식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되는 것 같다. 한 육칠 개월 여행만 다녀왔어도 좀 나았을 텐데 계속 붙잡고 있으니 슬럼프가 1년, 2년 계속 갔다.”
―싱글 앨범을 내면서 좀 극복한 것 같은데?
“그동안 앨범을 아예 못 내고 있었다. 그동안 노래도 수없이 많이 쓰고 버렸다. 그러다 지인이 내자 그래서 결국 냈는데 ‘생각보다 쉬운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심리적인 부분은 많이 안정된 것 같다.”
―예전에는 고집스럽게 정규앨범 20곡을 꽉꽉 채워서 냈다고 하면, 요새는 싱글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MC스나이퍼가 달라졌다는 얘기를 듣지 않나?
“요즘 음반시장 자체가 많은 음악을 들으려는 사람이 없거니와 혼자서 장인정신 외쳐봐야 듣는 사람이 없다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주변에서 싱글을 내보라고 많이 권유를 하기도 했다. 원래는 성격이 고집스러워서 잘 안 따랐는데 싱글을 내다보니 마음도 한결 가볍고 좋다.”
―성격이 좀 변한 측면이 있나?
“옛날에 학생운동 하는 형님들보면 우울하지만 진지하게 파이팅 넘치지 않나. 나 역시 그런 부분을 좋아했다. 샤르트르를 얘기하고 레닌을 얘기하고, 지금은 사람들한테 그런 얘기하면 깜깜하다 소리를 들을 것이다. 옛날에는 방어적이고 공격적이었다고 하면 요새는 포용력이 생겼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