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한국노총 5·1노동자대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정가에선 김 대표가 당심 붙들기보다 전국 순회나 대외 활동, 적진 침투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을 지난 1월 벌어진 ‘사고 당협의 난(亂)’에 기인한 탓이라고 본다. 당시 새누리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서울 중구 당협위원장에 배우 심은하 씨의 남편 지상욱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을 선출했고, 경기 수원갑에서는 박종희 전 국회의원을 뽑았다. 김 대표는 중구에선 민현주 의원을 밀었고, 수원갑에선 김상민 의원을 마음에 뒀다고 전해진다. 특히 박종희 전 의원은 친박의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계파 대결이 벌어진 두 곳에서 모두 친박이 이긴 것이다. 조강특위는 당시 당원과 주민을 대상으로 ARS 여론조사(60% 반영)를 벌였고 현장 실사, 면접, 서류 심사 등의 다면평가(40%)로 당협위원장을 선정했다. 조강특위 위원장은 이군현 당 사무총장, 부위원장은 강석호 사무1부총장으로 김 대표의 측근 중 측근인데도 비박계가 완패한 셈이다.
4·29 재보궐선거에선 위험한 4곳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는데 정작 당내 친박 대 비박의 싸움에선 졌다는 것이 김 대표로선 아픈 대목인 것이다. 김 대표가 구설수를 이삭줍기하며 ‘대인배’ 이미지를 쌓고 있는 이유는 그야말로 대중성 확보에 있다. 광주의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에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하는 한편, 이어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선 “근대화 정신을 이어받아서 국가 개조에 헌신을 하겠다”고 썼다. 역대 어느 당대표도 이렇게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을 과감하게 오가는 광폭행보를 보여주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극히 전략적인 행보다. 여권 내 경쟁자가 없어 홀로 조명을 받는 이 시점에 김 대표가 대권의 길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다”며 “이런 행보가 이어져 평가치가 높아지면 당원과 대의원 마음잡기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가 김 대표를 쏘아붙인 것을 두고 논란이 컸지만 정작 비토의 빌미는 김 대표가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여권 내부에서도 있었다. 봉하마을을 찾기 전에 서해북방한계선(NLL) 녹취록 파문에 대해선 양해를 구하거나 유감 표명을 먼저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욕먹을 것을 각오했다는 것이 전략적 행보로 읽힌다는 해석이다. 봉하마을 측의 반발과 저항을 의도적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정가의 한 소식통은 “집권 3년차에서 당원은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에게 더 큰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아직 김 대표는 확실한 대권 후보로 여물진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광주, 김해, 구미에 이어 김 대표의 다음 행보가 어디를 향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김 대표는 최근의 행보완 달리 말을 아낀다. 김 대표는 최근 ‘대한민국 헌정회 정책포럼’ 특강에서 “올해 65세다. 정치 마감을 준비해야 한다. 제 스스론 대권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언행일치인지 불일치인지는 그만이 알고 있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