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드 심리학의 연구 대상은 프로이드의 아이들이었다. 그랬던 것처럼 그녀에게도 손자는 인생을 즐길 나이에 다시 아이 키우면서 노년을 희생할 필요는 없겠다는 그녀의 생철학을 바꿔준 연구대상이었다. 그녀가 주장한다. 아이에게는 아이를 지지해줄 할머니가 필요하다! 그녀의 책, <심리학자 할머니의 손주 육아법>을 보면 어떤 마음으로 할머니들이 손자를 봐주어야 하는지, 아이들과는 어떻게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지, 손자를 봐주는 할머니를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지 나타나 있다.
“할머니 입장에서는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더 듣고 싶습니다. 하루 종일 힘들게 아이를 돌보고 있는데 돈 드렸으니 당연하다는 식으로 대하면 섭섭하지요. 할머니들은 돈 때문에 손자를 봐준다고 하는 게 정서상 불편합니다. 물론 손자 양육은 대가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손자를 봐주는 이유는 ‘내 자식이 필요로 하니까’, ‘손자가 예쁘고 사랑스러우니까’, ‘손주가 행복하게 잘 자라야 하니까’ 입니다.”
발달심리학에 따르면 아이가 태어나 3살까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느냐가 한 사람의 평생을 좌우한다. 절대적인 사랑이 필요한 이 시기에 사랑을 듬뿍 받고 양육자와 애착이 제대로 형성되어야 사람을 믿을 줄 알고 세상을 믿을 줄 아는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이 시기에는 무조건적으로 아이를 사랑할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지속적으로 아이를 끼고 키우면서 마주 보고 웃어주고, 안아주고, 울면 즉각 반응해주고, 수다스럽게 말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무조건적인 사랑을 퍼부어줄 수 있는 제일 좋은 사람이 바로 할머니다.
조혜자 선생이 묻는다. 할머니가 키운 아이는 오냐오냐 해서 버릇이 없다고들 하는데 꼭 그럴까. 아이를 혼내지 않고 오냐오냐 귀여워하면서도 좋은 버릇을 들일 방법이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화를 낼 때 벌을 주려고 하지 말고 아이가 왜 분노하는지를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제일 나쁜 것은 무작정 “이건 나빠”라고 화를 내는 것이다. 아이가 화가 났을 때는 “화가 많이 났지?”라고 물어주며 우선은 아이의 마음을 읽어줘야 한다. 아이가 말로 표현하려 한다면 충분히 아이의 말을 들어보라는 것이다.
엄마는 직장에 나가고, 안전 때문에 마음대로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 시대, 먹을거리와 장난감은 넘쳐나지만 아이 때부터 외로움과 우울을 배워야 하는 시대, 심리학자 할머니가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는 아이와 엄마와 할머니에게 등불이겠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