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앞에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손님들.
맛집으로 소개된 곳의 서비스나 음식의 질이 되레 떨어지는 것도 먹방 전성시대의 그늘이다. TV에 소개된 김치찌개 집을 찾았다는 회사원 이 아무개 씨(34)는 “예전에 갔을 땐 종업원도 친절하고 맛도 있었다. 방송 탄 후로 인상 쓰며 주문을 받고, 음식은 미리 담아놔서 그런지 다 식어 있더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포털 사이트의 가게 평점란에도 이 같은 불만이 수십 개씩 달렸다. 너무 손님이 몰려 바빠져 청결, 음식 상태 등에 신경을 덜 쓰게 된 탓이다.
맛집으로 소개된 곳의 주인들도 마냥 좋지만은 않다. 중식당 ‘목란’의 셰프 이연복 씨는 방송에서 “요즘은 오히려 객단가가 떨어져 매상이 줄었다”고 언급했다. 유명해지기 전엔 코스요리를 시키는 단골손님 위주였지만 이젠 짜장면, 짬뽕 등의 단품요리를 시키는 손님이 늘어난 탓이다. 맛집으로 소개된 햄버거 가게의 한 종업원은 “손님이 늘어난 후로 직원도 더 뽑고 있다. 그래도 손이 달려 맛도, 서비스도 유지하지 못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방송을 보고 먼 길을 찾아갔지만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곳도 많다. 이 아무개 씨(29)는 “동네에 있는 그저 그런 분식집이 방송에 나와 좀 의아했다. 10년 넘게 이 동네 살았지만 그곳을 맛집이라고 꼽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며 방송 선정 기준에 의문을 표했다.
회사 동료들과 인근에 있는 ‘먹방 명소’를 몇 차례 찾아봤다는 서 아무개 씨(25) 역시 “요즘은 뒷돈 주고 맛집을 소개하는 ‘하수’를 쓰진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두세 시간씩 기다려 맛보고 만족했던 적은 손에 꼽는다. 비싸고 분위기 좋은 곳만 소개해주는 건가 싶어 이젠 신뢰가 안 간다”고 말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