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몰카에 대한 법원의 기준은 ‘사회적 통념에 비춰 판단한다’가 답이다. 지난 2008년 대법원은 “피해자와 같은 연령대의 일반적 사람들의 입장에서 고려하되,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 정도, 촬영자의 의도, 각도,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때문에 단 한 장만 찍어도 유죄가 될 수 있고, 수십 장을 찍어도 무죄가 나올 수 있다.
지금까지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면 통상적인 눈높이에서 전신을 찍거나, 초점이 안 맞아 흐릿하게 나온 사진은 대부분 무죄로 인정됐다. 성적인 의도를 갖고 특정 부위를 확대해 찍거나, 전신을 찍었더라도 특정 부위가 부각된 것에는 유죄가 선고됐다.
연달아 찍은 세 장의 사진 중에도 한 장은 무죄, 두 장에만 유죄가 선고된 경우도 있다. MBC 뉴스 화면 캡처.
하지만 이마저도 기준이 불분명하다. 비슷한 길이의 치마를 입었더라도 ‘A라인’ 스커트를 입은 여성의 사진은 무죄가 선고되고, 몸에 달라붙는 ‘H라인’ 치마를 입은 여성의 사진은 유죄가 내려졌다. 또 연달아 찍은 세 장의 사진 중에도 한 장은 무죄, 두 장에만 유죄가 선고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홍 아무개 씨(42)가 찍어 보관한 여성 사진 32장 중 단 한 장의 사진만 유죄로 판단해 벌금형이 내려진 바 있다.
법원의 이런 양형 기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촬영하는 신체부위는 개인의 성적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일반적인 눈높이에 멀리서 찍은 사진이더라도 고화질의 기기로 찍었다면 원거리가 문제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현실과 동떨어진 몰카 유죄 판단 기준을 두고 일각에선 ‘휴대전화는 1000만 화소가 넘는데, 법원의 양형기준은 100만 화소에 머물러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송명호 변호사는 “몰카 유죄 여부는 재판장의 가치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또 성 관념은 시대에 따라, 개인에 따라 고정될 수 없기에 판결이 일률적이진 않다”고 설명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