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구족들이 중국 쇼핑몰로 몰리고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중국 직구 열풍을 견인하고 있는 ‘대륙의 실수’ 시리즈.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요즘 인터넷 육아카페에선 ‘중국 직구’가 화두다. 이제까진 아마존, 아이허브 등 미국 직구 또는 구매대행이 독주했지만, 최근 중국 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단돈 8만 원으로 집에 작은 영화관을 만들었다”, “한 번 들어갔더니 개미지옥이다(빠져나올 수 없다)” 등의 ‘간증’이 쏟아진다. 아동복은 티셔츠 한 벌에 20~30위안, 우리 돈 3500~5000원 안쪽이면 살 수 있다. 더 저렴한 상품도 많고, 우리나라 시중가의 반절도 안 되는 가격에 같은 제품을 살 수도 있다. 아이 바지와 티셔츠를 합해서 30벌을 10만 원 안팎에 살 수 있다는 게 중국 직구족들의 평가다.
가장 인기를 끄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은 타오바오와 알리익스프레스. 두 곳 모두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회사다. 타오바오의 경우 중국 내 배송만 가능해 중국 내 배송대행지를 둔 직구 대행업체를 통해 주문하면 된다. 사이트가 모두 중국어로 돼 있지만 구글 번역 기능을 이용해 영어나 한국어로 변환하면 된다는 게 경험자들의 ‘팁’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이용이 더 수월하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쇼핑몰이기에 구매대행 업체를 낄 필요 없이 한국 배송이 가능하다. 또 영어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이용이 쉽다.
예전에는 중국 제품은 무조건 믿을 수 없다는 게 세간의 인식이었지만, 최근 이런 생각이 바뀌고 있다. 한 구매대행 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중국 직구는 전년에 비해 170% 성장했다. 지난해 11월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도 중국 해외배송 사이트가 가격인하로 미국 아마존, 이베이 등에 맞불을 놓으면서 국내 구매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신한카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 판매건수 순위 4위에 알리익스프레스가 올랐다. 타오바오 역시 10위 안에 들면서 중국 직구 열풍을 보여줬다.
중국 직구 열풍을 견인하고 있는 건 ‘대륙의 실수’ 시리즈다. 가격뿐 아니라 품질까지 갖춰 국내 소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은 중국산임에도 성능이 매우 뛰어나 실수로 만든 게 아니냐는 농담이 담긴 말이다. 가장 유명한 건 전자제품회사 ‘샤오미’ 제품들이다. 가격은 국내 제품의 반절인 데다 디자인은 애플을 연상케 할 만큼 심플하다. 휴대폰용 외장배터리, 스마트 체중계, 이어폰 등이 국내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샤오미 제품 말고도 일명 ‘짭프로’라고 불리는 액션캠(초소형 캠코더) ‘고프로’를 모방한 ‘SJ6000’ 시리즈, 6만 원짜리 빔 프로젝터인 ‘INPARO U30’ 등이 유명하다.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성능까지 갖춰 중국 직구가 크게 늘고 있지만, 배송 서비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도 많다. 타오바오, 알리익스프레스는 우리나라의 G마켓, 11번가 등과 같이 다양한 판매자가 물건을 내놓는 오픈마켓이기에, 판매자별로 서비스가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이용후기를 확인하고, 가능하면 판매자에게 재고를 확인한 뒤 구입하는 게 좋다고 이용자들은 조언한다.
중국 직구 이용자들 카페에는 “구매 후기도 많고, 판매자 등급도 높아 주문했지만, 택배를 뜯어보니 내용물은 없고 상자 안에 또 다른 상자가 들어있더라. 큰 금액은 아니지만 괘씸하다”는 피해 사례가 올라와 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미국 브랜드 성인용 킥보드를 샀다. 후기가 좋았지만 막상 받아보니 가품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타오바오에는 정품의 3분의 1도 안 하는 가격의 명품 가방이 정품이라는 광고와 함께 팔리고 있었다. 사진 상으로도 조악하고, 상품평 또한 좋지 않아 가품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한국 소비자원 문상희 조사관은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곳은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이용후기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되도록 피해보상 시스템이 갖춰진 유명 사이트에서 구매하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차원 다른 ‘대륙 스케일’ 거긴 이런 것도 판다 남친렌트·우주여행·섬 거래까지… ‘개미지옥’ 타오바오에는 없는 게 없다. 사이트에는 ‘듣도 보도 못한’ 황당한 상품이 올라오기도 한다. 지난 3월에 타오바오는 전 세계 섬 4곳을 경매에 부쳤다. 영국, 피지, 캐나다, 그리스의 섬 중 3곳이 낙찰돼 실제로 거래가 성사됐다. 그리스에 있는 ‘리틀 레스보스 아일랜드’는 620만 위안(약 10억 원)에 낙찰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섬 경매에는 100여 명이 참여했다. ‘남자친구를 빌려주겠다’는 거래가 나온 적도 있다. 하루에 1000~1만 위안(18만~178만 원)의 수고비를 받는 조건이다. 자신의 사진과 인적사항을 올린 남성들은 “시간당 150위안(2만 7000원)을 주면 쇼핑 에스코트를 해주겠다”는 등의 ‘옵션’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억대 우주여행 상품도 판매됐다. 타오바오가 운영하는 여행상품 플랫폼인 타오바오 여행에서 우주여행 전문 여행사인 미국 스페이스 어드벤쳐스와 합작 방식으로 출품한 것. 59만 9999위안(9800만 원)짜리와 62만 9999위안짜리(1억 300만 원), 138만 5999위안(2억 2600만 원) 등 세 종류의 상품이 있다. 수직 발사하는 우주선을 타고 100㎞ 상공까지 올라간 뒤 자유낙하를 체험하고, 우주 풍경을 살펴보는 코스로 짜여졌다. 하지만 아직 이 상품으로 우주여행을 다녀 온 중국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