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하지만 그 이후 아무런 소식이 없는 상태다. 일본 온라인 보험 시장이 정체되기 시작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자 한국 투자계획을 재검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해에는 대주주가 바뀌면서 기존 경영진이 세워놓은 한국시장 진출 계획을 백지화하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라이프플래닛은 약속했던 자본 출자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는 교보와 라이프플래닛의 파트너 관계는 사실상 종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제휴는 끝났어도 회사는 계속 남아있다는 점. 특히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설립 당시 오는 2017년까지 자본금을 1060억까지 순차적으로 늘리는 조건을 달고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영업허가가 취소될 처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보생명은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자본 확충을 혼자서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다. 교보가 아무리 국내 생명보험업계 3위인 대기업이라 해도 1000억 원이라는 돈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게다가 대주주의 의지로 이뤄진 대규모 자금투자가 수익을 담보하지 않고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교보라이프플래닛은 한동안 신창재 회장의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최초 인터넷 생명보험 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 홈페이지 캡처.
교보라이프플래닛은 2013년 50억 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6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신 회장은 교보라이프플래닛 출범 당시 ‘설립 5년 내 흑자’라는 목표를 내세웠는데, 현재 추세로는 이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온라인 채널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한 데다 참고할 사례도 많지 않다”면서 “일본 파트너의 도움이 있어도 힘들 마당에 교보라이프플래닛의 독자생존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라이프플래닛과의 협력이 사실상 물 건너 가면서 교보는 혼자 힘으로 척박한 온라인 보험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혹시라도 좌초할 경우 신 회장에게는 경영책임을 져야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교보라이프플래닛이 현대해상에 흡수합병 돼 사라질 운명인 하이카다이렉트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현대해상의 자회사인 하이카다이렉트는 지난 2005년 온라인 자동차보험사를 표방하며 출범했지만, 실적 부진 등으로 결국 현대해상과의 합병을 앞두고 있다. 외국계 생명보험사 한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온라인 보험사가 생존하기에 적합한 환경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른 생명보험사들이 별도 회사를 만들지 않고 회사 내 사업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