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용만, 이수근.
그동안 김용만은 철저히 은둔하며 봉사활동 등에 전념했다. 얼마 전에는 종교 행사에 등장했던 모습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이미 2년의 시간이 흘렀고 김용만에 대한 긍정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그의 복귀 전망이 밝다.
김용만은 도박 사건이 불거진 당시만 해도 4~5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20년 가까이 공백 없이 활동해온 성실한 방송인인 만큼 김용만을 잡으면 롱런할 수 있다는 제작진의 믿음이 깔려 있다.
문제는 복귀의 방식이다. 김용만과 비슷한 시기에 역시 불법 도박 혐의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1년 반 동안 방송가를 떠났던 이수근은 최근 조심스럽게 복귀 시동을 걸었다.
지난 16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SNL 코리아> 김병만 편에는 이수근이 게스트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가짜 중국어 연기를 하면서 ‘푹 쉬라는 얘기야’ ‘(내가) 많이 쉬어봤지만’ 등의 대사로 자신의 상황을 돌려 표현하고 ‘쓸데없는 짓을 해가지고’라며 자신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이수근의 소속사는 방송에 앞서 그의 출연 소식을 전하며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달라고 당부했다. 혹시 모를 역풍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갑작스러운 이수근의 방송 출연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는 이수근이 본격적인 복귀를 앞두고 대중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덜컥 복귀를 선언하면 반대 여론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에 절친한 김병만을 지원하는 형태로 대중 앞에 다시 서며 일종의 완충지대를 만든 것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물의를 빚은 방송인을 기용하는 것이 제작진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하지만 일회성 게스트 출연은 프로그램 홍보에 도움이 되고, 연예인 입장에서도 여론을 살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노홍철, 신정환.
노홍철은 여전히 핫이슈 방송인이다. 최근 그가 출연하던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그의 빈자리를 메울 식스맨을 선발하며 노홍철의 존재가 재차 부각되기도 했다. 그 프로젝트가 노홍철의 복귀 수순이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도 있었던 터라 그의 <무한도전> 복귀가 더욱 요원해졌지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되고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로서는 방송 복귀가 쉽지 않지만 그를 영입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을 수 있다. 노홍철 역시 복귀를 전후해 주변 상황을 정리하고 활동을 지원해줄 소속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노홍철은 방송인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연예기획사들이 가장 영입하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신정환은 ‘잠룡’이다. 그는 PD들이 가장 선호하는 예능인이다. 토크와 몸 개그뿐만 아니라 춤과 노래 등 예능 MC의 조건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스튜디오물과 야외 버라이어티쇼까지 두루 섭렵할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활용 폭이 넓다. 얼마 전 결혼까지 한 그가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며 재정비 단계인 만큼 언제든 방송가로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들을 가장 눈독 들이는 곳은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채널이다. 지상파에서는 이미 출연 정지 처분을 받은 터라 그들이 지상파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규제부터 풀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들을 기용하려는 지상파 PD 역시 ‘총대를 메야’ 하기 때문에 종편이나 케이블을 거치며 한 차례 이미지 세탁 후 지상파 입성을 바라는 분위기다.
종편과 케이블은 그들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안정적 시청률이 나오는 지상파와 달리 초반 홍보와 화제몰이가 프로그램의 생명력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기 때문에 이슈 인물을 영입하려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컴백 플랜을 짜서 그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제작진도 있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최근에는 종편과 케이블의 영향력이 커지고 시청률 역시 상향평준화되면서 연예인들이 지상파 못지않게 선호한다”며 “이제는 채널 인지도보다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더 중시되는 시대가 왔다. 지상파에서 인정받은 유명 예능 PD들이 종편이나 케이블로 대거 이동하면서, 평소 친분을 쌓아오던 PD들이 물의를 빚고 숨죽이고 있는 방송인들을 다시 수면 위로 올리려는 작업이 한창이다”고 전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