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우울감을 느낀다. 이는 아이를 낳은 엄마들도 만찬가지다. 실제로 아이가 태어난 뒤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눈물이 난다는 엄마들이 많다. 아이를 얻은 기쁨은 그 무엇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마음 한편에는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책임감 등 여러 생각이 교차하면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되는 것. 이러한 심리적 불안감은 피로감뿐 아니라 두통, 건망증, 불면증 등 신체적 증상으로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아이를 낳고 나서 겪는 우울감을 특별히 산후우울증이라고 하는데 증상의 정도에 따라 3단계로 나뉜다. 산모 10명 중 3~7명이 출산 후 6~12주 사이에 경미한 우울감을 느끼는데 이를 ‘베이비블루(Baby Blue)’, 혹은 ‘마터니티블루(Maternity Blue)’라고 한다. 그다음 단계는 산후우울증(Postpartum Psychosis)으로 산모 10명 중 10~15% 정도에서 발생한다. 마지막 단계는 산후정신신경증(Postpartum Depression)으로 약 0.2~1%에서 나타난다. 단계에 따라 우울감을 느끼는 정도가 심해지는데 베이비블루, 마터니티블루의 경우 증상이 나타난 뒤 1~2주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아지지만 산후우울증과 산후정신신경증은 3주 이상 지속되는 게 특징이다.
엄마들의 산후우울증 왜 위험할까?
매스컴에서 보도되는 산후우울증 관련 사건들은 심각한 산후우울증과 산후정신신경증을 그대로 방치한 경우. 산후우울증을 겪으면 본인과 주변 가족도 힘들지만 아기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증상이 심한 경우라면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울감 외에도 건망증 같은 증상이나 식욕저하, 소화불량 등 일반 우울증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도 함께 보인다. 또 우울함의 원인이 아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육아에 소홀해지기 쉽고 당연히 모자간에 안정된 애착관계를 쌓기 힘들다. 이는 고스란히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최근 보도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산모가 오랜 시간 우울 증상을 겪은 경우 아기의 체내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이 정상인보다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이의 성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2007년 출생한 아이 700명을 대상으로 연구 분석한 결과 생후 9개월 이전에 엄마가 산후우울증을 겪은 경우 아이가 4~5세 됐을 때 신장이 하위 10% 이하에 속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했다. 이는 엄마의 우울증이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해 성장호르몬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모든 신경정신과적 병증이 그러하듯 언젠간 지나가겠지 라며 가볍게 보고 방치했다가는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엄마들의 우울감 원인이 뭘까?
환경적인 변화 출산 후 몸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상태에서 1~2시간마다 수유를 하다 보니 수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진다. 잠도 제대로 못 잔 채 발을 동동 구르며 서툰 솜씨로 아이를 돌보다 보면 스트레스뿐 아니라 신체적 피로감도 극에 달한다.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또한 육아를 더 어렵고 스스로를 지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또 사소한 실수 하나로 아이가 다치거나 잘못될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도 산후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호르몬의 변화 임신 중에는 태반에서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등과 함께 피로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지다가 출산과 함께 호르몬의 공급이 중단된다. 출산 직후에는 체내에 누적되어 있던 잔여 호르몬으로 인해 그다지 피로를 느끼지 못하다가 에스트로겐 분비가 적어지면서 감정적인 변화와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변화된 외모와 몸매 출산 후에는 신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져 외모뿐 아니라 몸매도 망가지기 쉽다. 산후에 흔히 겪는 신체적 트러블 또한 이러한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원인이다. 아이에게 수유를 잘하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니라면 스트레스가 더 심해진다.
주변 사람에 대한 서운함 아이를 낳은 뒤 가장 의지하게 되는 존재는 바로 남편이다. 그러다 보니 기대치가 높고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서운함을 느끼기 쉽다. 힘든 상황에서 혼자만 아이를 돌보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억울함을 느끼기도 한다.
갓 태어난 아이의 탯줄을 자르는 순간, 아빠도 새롭게 태어난다. 나를 닮은 존재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경이로움을 느끼는 동시에 가장으로서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부담감 또한 양어깨에 짊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아빠들도 산후우울증에 걸릴까? 정답은 예스다. 아내 못지않게 남편들도 아이가 태어난 뒤 산후우울감을 느낀다. 특히 배우자의 임신과 출산, 육아 등 생애 전환기에 남편들이 겪는 스트레스 지수는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연구팀이 평균 25세 남성 1만62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한 결과 아이가 태어난 후 5년 이내에 우울증을 겪는 확률이 ‘아버지가 아닌’ 또래 남성에 비해 68%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버지니아 의대에서 발표한 결과도 초보 아빠의 10.4%가 산후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엄마와 마찬가지로 생후 12주 전에 우울감을 느끼는 아빠는 25%가 넘었다. 이러한 남편들의 산후우울증은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여성과 달리 육아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 가정에서의 소외감 등 아이가 태어나고 난 뒤 바뀌는 환경적인 변화 때문인 경우가 많다. 최근 불고 있는 프렌디 대디, 아빠 육아 열풍 또한 남편들의 육아 부담감을 더욱 가중시키는 원인이다. 가계를 책임지는 것뿐만 아니라 육아에도 적극적인 아빠가 되고 싶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 보니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는 것.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우울증을 겪는다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아빠들의 산후우울증 왜 위험할까?
상대적으로 감정 표현에 서툰 남성들은 우울감을 그대로 참거나 방치하기 쉽다. 물론 일시적인 우울감일 수 있으나 정도가 심한 경우에도 그것이 우울증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게 문제. 우울감이 계속되면 의욕을 상실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아이 돌보는 일을 귀찮아하고 밖으로만 도는 등 회피 현상을 보인다. 엄마들의 산후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우울감은 신체적인 트러블도 가져온다. 유난히 피로감을 느끼고, 건망증이 생기거나 불면증이 장기간 이어지며, 심한 경우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술을 마시는 횟수가 늘어나거나 별일 아닌 일에 화를 내고 짜증을 내다 보니 아내 입장에서는 밖으로만 돌고 아이와 가정을 돌보지 않는 남편이 원망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아내와 트러블이 잦아지고 이는 가정불화로까지 이어지기 십상이다. 아빠의 산후우울증은 아이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산후우울증을 겪는 아빠 밑에서 자란 아이가 산후우울증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보다 언어 발달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아빠와 아이 사이의 애착관계도 돈독해질 리 없다.
아빠들의 산후우울증 원인이 뭘까?
성역할의 변화 예전만 해도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돈을 벌어와 식구들을 풍족하게 먹여 살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정의 경제적 활동을 책임지는 것뿐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데도 공동의 책임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 요즘 아빠들은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그 역할에 대해 체계적으로 교육받지 못했다. 방법도 모르는데다 조언을 구할 곳도 마땅치 않고 책임감만 커지다 보니 스트레스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미숙한 아빠 준비 준비 열 달 동안 아이를 뱃속에서 키우며 천천히 엄마가 될 준비를 하는 아내와는 달리 아빠들은 상대적으로 준비가 미흡하다. 아빠육아교실 등 육아를 배울 기회가 이전보다 많아지긴 했지만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가정에서의 소외감 이전까지만 해도 살뜰히 챙겨주던 아내가 집안일뿐 아니라 자신에게까지 소홀하게 대하는 걸 보면서 남편들은 서운함과 동시에 상대적인 박탈감까지 느낀다.
경제적인 부담감 내 아이를 기죽이지 않고 당당하게 키우려면 경제적인 서포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특히 현재 경제적인 상태가 불안정하다면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우울감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MOM‘S SOLUTION
산후우울증은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금세 호전되기도, 더욱 심해지기도 한다. 경미한 우울감이라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첫 번째. 그다음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1. 아이와 온종일 있다 보면 아이만 쫓아다니는 파파라치가 된 기분이에요.
DOCTOR‘S SAY 신생아는 온전히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를 가는 일이 모두 양육자의 몫. 일일이 케어해주다 보니 마치 아이만 따라다니는 파파라치가 된 기분이 들 수 있다. 일상이 모두 아이 위주로 돌아가다 보면 자신의 존재는 사라진 것 같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는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정상적인 감정으로 그 저변에는 ‘희생’, ‘헌신’이 내포되어 있다. 지금은 부모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지만 어느 순간 혼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걷는 순간이 오게 된다. 나와 한 몸처럼 연결되어 있던 아이가 독립하는 순간, 그때 느끼는 감정은 지금과는 또 다르다. 선배맘들의 이야기처럼 이 또한 지나가며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를 깨닫는 시기가 분명 오게 된다.
2. 선배맘들의 이야기도 듣고 책도 읽고 공부를 해도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아요.
DOCTOR’S SAY 기질적으로 유독 걱정이 많은 사람이 있다. 걱정은 불안이 되고 습관처럼 내내 자신을 쫓아 다닌다.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등이 켜켜이 쌓여 엄마의 어깨를 짓누른다. 불안감이 심해 잠을 못 이룰 정도라면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아이를 돌보다 실수를 해서 크게 놀란 적이 있다거나, 과거 가정에 불화가 있었다거나, 경제적인 문제로 나도 모르게 내면에 불안감을 쌓아두진 않았는지 되돌아볼 것. 불안감의 원인을 알았다면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마인드 컨트롤도 중요하다. 이때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얻는 것도 좋은 방법. 평소에 남편이나 가족들과 육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소소한 행복도 놓치지 말자. 긍정은 다시 습관처럼 뇌에 각인되고 불안감을 없애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다.
3. 아이가 우는데도 쿨쿨 잠만 자는 남편을 보면 나만 동동거리는 것 같아 억울하고 화가 나요.
DOCTOR‘S SAY 아이가 옆에서 울고 있는데 쿨쿨 자는 남편을 보고 화가 안 날 사람은 없다. 나는 화가 잔뜩 나 있는데 왜 그러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서 있는 남편을 보면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육아는 주변 사람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먼저 남편에게 이러한 심정을 말로 표현하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자. 안타깝게도 남자들은 여성보다 아이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진다. 가끔은 시큰둥한 남편의 모습에 서운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다소 서툴고 불안해 보여도 하나씩 임무를 주자. 아이 목욕시키기, 젖병 소독하기 등 구체적인 미션을 주는 것. 남편이 익숙해지면 하나씩 할 일을 늘려나가면 된다.
4. 하루에도 수십 번 기분이 바뀌어요. 아이 얼굴을 보면 행복하다가도 금세 눈물이 나고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DOCTOR’S SAY 출산 후에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감정 기복을 느낀다.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이러한 증상을 보인다면 대부분 호르몬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차츰 나아지지만 그래도 계속된다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대부분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슬픔인지, 미안함인지, 억울함인지, 죄책감인지 제대로 알아채지 못한다. 이럴 때는 육아일기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차분히 적어 나가면서 느꼈던 감정을 적어보는 것. 혼자서 끙끙대는 것보다 훨씬 객관적으로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점검해볼 수 있다.
5. 퉁퉁 부은 가슴으로 모유수유를 하다 보면 남편에게 다시 사랑받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DOCTOR‘S SAY 2~3시간마다 수유를 하다 보면 잠을 못 자 늘 피곤하고 호르몬 탓에 가슴은 퉁퉁 붓는다. 처진 뱃살과 탄력 잃은 몸매를 거울에 비춰보며 자괴감을 느끼거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무엇보다 몸매가 이렇게 변한 것은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서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노력만 한다면 몸매는 다시 이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 특히 가벼운 운동은 기분 전환에 효과적이다. 날씨가 쌀쌀하지 않다면 저녁을 먹은 뒤 남편과 함께 집 근처를 산책하거나 아기가 잘 때 전신 스트레칭으로 몸을 이완시킬 것.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6. 하루 종일 몸이 무겁고 피곤해요. 매사에 의욕이 없고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요.
DOCTOR’S SAY 몸이 피곤하면 모든 게 귀찮고 짜증스럽게 마련. 대부분 잠을 충분히 못 자 생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산후우울증을 겪는 산모의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로 수면부족을 꼽는다. 출산 후 서너 달까지는 하루에 3~4시간밖에 못 자는 경우가 대부분. 잠이 너무 모자라다면 낮 시간에 잠깐이라도 아이를 맡기고 1~2시간 숙면을 취하도록 하자. 또 분유수유 중이라면 남편에게 밤중 수유를 부탁하는 것도 방법이다.
DADDY‘S SOLUTION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엄마뿐 아니라 아빠도 행복해야 한다. 우울감을 느끼는데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꾹 참다 보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아내와 대화를 통해 현명하게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1. 퇴근 후 지친 몸으로 집에 가면 아내의 짜증이 시작돼요. 그럴 때마다 화를 참을 수가 없어요.
DOCTOR‘S SAY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한 아내는 남편 퇴근 시간만 기다린다. 그래야 잠시 눈이라도 붙일 수 있기 때문. 남편도 마찬가지다. 회사 일로 온종일 스트레스를 받고 집에 오면 잠시라도 편안하게 쉬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 집에 돌아와 아내의 힘든 점도 들어주고 집안일도 돕고 싶지만 짜증이 이미 나 있는 아내의 얼굴을 보는 순간 이러한 마음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짜증은 전염병처럼 상대방에게 퍼진다. 시한폭탄처럼 누구 한 사람이라도 심기를 상하게 하는 말을 하는 순간 큰 싸움으로 이어지기 십상. 아내의 짜증이 도를 넘었다면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단,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말로 이야기하면 싸움으로 번지기 쉬우니 편지나 글로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을 것. 이때 아내의 힘든 점을 공감한다는 사실 또한 분명히 전해야 한다.
2. 아이 목욕시키고 있으면 아내가 매의 눈으로 쳐다봐요. 혹시나 실수를 할까 무섭고 육아가 부담스럽기만 하네요.
DOCTOR’S SAY 아이를 돌보는 일은 쉽지 않다. 육아에 익숙지 않은 아빠들은 더욱 그렇다. 용기를 내어 아이를 목욕시키고 있는데 옆에서 아내의 핀잔이라도 들으면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남편 입장에서는 아이 돌보는 일이 더 어렵게 느껴지고 자꾸 피하고픈 마음만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육아 또한 경험이 쌓일수록 한결 수월해지니 지레 포기하지 말고 아내가 이것저것 참견하더라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래도 계속해서 핀잔을 준다면 ‘자꾸 이렇게 얘기하면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방법. 괜한 부담감도 버리자. 처음에는 실수도 있겠지만 계속 하다 보면 금세 아내의 칭찬을 받는 순간이 온다.
3. 아이가 태어나니 모든 게 아이 위주예요. 내가 돈 벌어다 주는 기계인가 싶어 우울합니다.
DOCTOR‘S SAY 아이가 태어나면 모든 게 아이 위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하다못해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까지 아이의 사이클에 온전히 맞춰진다. 남편 입장에서는 이전까지만 해도 아내에게 존중받는 존재였는데 아이가 태어난 후 찬밥 신세가 된 것 같은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육아 초기에 아내의 관심이 아이에게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 가끔 서운한 마음이 들 수 있지만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니 편안히 받아들이자. 일방적으로 자신이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도 버릴 것. 밖에 나가 경제활동을 하는 것은 아내와 아이뿐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도 중요하니 말이다. 집안 경제를 책임지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도 큰 역할임을 인식하자.
4. 아이가 기죽지 않게 경제적으로 서포트하고 싶은데 과연 아이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 두려움이 생깁니다.
DOCTOR’S SAY 내 아이에게는 뭐든지 해주고 싶은 게 아빠의 마음이지만 아이를 끝까지 뒷바라지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고 불안한 마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다가오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미리부터 지레 겁먹고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건 시간 낭비다. 아빠가 고민하는 바로 지금, 아이의 빛나는 순간이 지나가고 있음을 명심할 것. 물론 아이를 키우려면 큰돈이 들어간다. 그러니 미리 계획하고 찬찬히 준비하는 게 좋다. 임신 중 꼭 해야 할 일 중 하나도 바로 양육비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 아이를 낳고 나서 들어가는 비용을 따져보고 생활비를 적절히 분배할 수 있도록 아내와 미리 계획하고 준비해야 시행착오도 적고 부담감도 한결 줄일 수 있다.
5. 민감한 아내 때문에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합니다. 괜히 얘기했다가 철없는 아빠라는 핀잔을 들을까 봐 속으로 삭히고 마네요.
DOCTOR‘S SAY 평소에는 가볍게 웃어넘길 일도 출산 후에는 부부 모두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무엇보다 부부간의 따뜻하고 정감어린 말 한마디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된다. 육아로 하루 종일 고단했을 아내에게 “오늘 힘들었지?”, “내가 뭘 도와줄까?”라는 애정 어린 말을 먼저 전해보자. 이렇게 말하면 아내도 분명 남편과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다. 부부 관계에 있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로 시간을 내기 힘들다면 잠자리에서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눠도 좋다.
6. 하루 종일 몸이 무겁고 피곤해요. 매사에 의욕이 없고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요.
DOCTOR’S SAY 아내는 혼자 있는 자신을 두고 남편이 술을 마시거나 야근이라도 하고 늦게 들어오면 심기가 영 불편하다. 하지만 남편으로서는 식구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아내가 이런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서운하기만 하다. 회사 일이 너무 바쁘거나 집안일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면 미리 아내에게 이러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하자. 자세한 설명이 없으면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이 자신과 아이를 등한시하는 것 같아 서운함을 느낄 수 있다. 주말에 약속을 잡아야 한다면 이 또한 미리 아내에게 알릴 것. 또 매일 집에 있는 아내를 배려해 아내에게 외출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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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시전 기자 / 사진 이주현 / 소품협찬 숲소리(www.soopso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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