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부산아이파크 홈페이지 캡처
소란은 K리그 클래식에서 먼저 일어났다. 지난 주말인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와 인천유나이티드의 리그 12라운드에서 전북 공격수 한교원이 상대 역습을 막는 과정에서 인천 박대한과 충돌했다. 한교원은 자신의 친정팀이자 후배인 박대한에게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2회나 휘둘러 지켜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가 휘두른 주먹은 스포츠에서 용납하기 힘든 ‘보복 행위’로 판단됐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후 대기심의 보고로 주심은 박대한에게는 경고, 한교원에게는 퇴장이 주어지며 상황은 일단락 됐지만 팬들의 질타는 경기가 끝나고도 계속됐다. 이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한교원은 직접 진심어린 사과의 뜻을 전했고 박대한도 이를 받아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한 사건이 일어난 이틀 뒤 전북 구단은 자체적으로 별금 2000만 원과 사회봉사 80시간, 다음 경기로 예정돼있던 AFC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엔트리 제외라는 징계를 내렸다. 이외에도 한교원은 자필 반성문까지 내걸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팬들은 한교원의 행동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선수 본인과 구단의 대처에 대체로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단 자체 징계 이외에도 28일 연맹 차원의 징계도 결정됐다. 프로축구연맹은 이날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서 열린 상벌위원회 개최 결과 6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600만 원을 선고했다. 결과적으로 한교원은 레드카드 수령에 따른 2경기 출전 정지 징계와 합산해 총 8경기에서 나설 수 없게 됐다.
‘주먹질’로 시끌시끌하게 주말을 시작한 K리그에서는 이어진 24일 경기 날에도 흔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 부산아이파크간의 경기에서는 광주 김호남의 패널티킥 실축과 더불어 후반 막판 극적으로 터진 부산 유지노의 결승골로 부산이 승점 3점을 가져갔다. 이날 저녁 K리그 소식을 전해주는 TV뉴스가 나올 때까지는 광주의 PK실축 당시 한 부산 선수의 익살스러운 행동이 가볍게 소개될 정도로 탈 없이 지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광주는 전력분석용으로 찍은 경기영상을 돌려보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고 이는 광주문화방송 전파를 타며 더욱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부산 골키퍼인 이범영이 심판의 PK판정이 내려지자 킥을 하는 지점의 그라운드를 축구화 발바닥으로 비벼 파낸 것이다. 광주문화방송에서는 이범영의 이상한 행동과 동시에 다수의 부산 선수들이 판정에 대해 항의를 하며 주심의 시야를 좁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PK에서 광주의 키커 김호남은 실축을 했고 그가 킥을 하는 모습은 정확히 판단할 순 없지만 고르지 못한 그라운드 탓으로 보이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부산 구단에서는 지난 27일 다음 광주 원정 출전 정지, 500만원의 벌금과 사회봉사 2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또한 이범영의 자필 반성문도 게재됐다. 징계의 강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지만 이범영 본인과 부산의 발 빠른 대처는 ‘주먹질’사건의 사후처리와 마찬가지로 대체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있다.
축구뿐만 아니라 야구에서도 드문 징계가 내려졌다. 지난 27일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NC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와의 경기에서는 NC 선발 해커와 두산 내야수 오재원의 충돌로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 야구에서 벤치 클리어링은 종목 특성상 선수들이 뛰쳐나와 언쟁과 함께 가벼운 접촉까지는 심심치 않게 일어나기에 크게 문제가 될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이날 벤치클리어링만은 달랐다. 동료들의 만류로 오재원과 대치하다 돌아선 해커에게 빠른 속도로 야구공이 날아왔을 뿐더러 선수들은 평소보다 좀 더 거친 모습을 보였다.
사태가 수습된 이후 심판진은 해커 방향으로 날아온 공의 주인을 찾기 위해 두산 더그아웃을 찾았다. 공이나 배트 등을 투척하는 행위는 선수를 해칠 수도 있는 위험한 것이기 때문이다. 심판진과 두산 코칭스태프·선수단 간의 논의 끝에 장기영이 즉각 퇴장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이후 중계화면을 돌려보는 팬과 언론에 의해 심판진의 판정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됐다.
공이 날아온 방향, 속도, 거리 등을 판단했을 때 해커에게 맹렬히 달려든 장기영이 던진 공이었을 리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충분히 개진할 수 있는 주장이었고 심판진이 두산 더그아웃을 찾아 공을 던진 선수를 가려내려 할 때도 여러명의 선수가 자신이 공을 던졌다며 나서는 듯 한 모습이었다. 이에 팬들은 고개를 갸우뚱 거릴 수밖에 없었다.
사진=두산베어스 홈페이지 캡처
하루가 지난 28일 두산 외야수 민병헌은 자신이 해커를 향해 공을 던졌음을 밝혔고 한국야구위원회는 3경기 출장정지, 봉사활동 4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또한 이어 치러진 NC와 두산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는 경기 전 양팀 감독과 해커·이종욱(이상 NC), 민병헌·오재원(두산)등 6명이 만나 지난 일에 대한 사과와 화해의 장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전까지 한국 프로 스포츠 계에서 논란거리가 될 만한 사건이 일어나면 종종 당사자나 구단에서 이를 은폐하려 하거나 특별한 대처 혹은 해명 없이 넘어가려는 경우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며칠간 축구와 야구계에 일어난 사건을 두고 한교원, 이범영, 민병헌 등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려 했고 이에 구단 또한 발 빠른 대처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의지를 보였다.
팬들의 관심과 사랑에 그들의 존재 의미가 있는 프로 선수와 구단이 앞으로도 이처럼 팬들을 수긍시키는 분위기를 이어나가길 기대해 본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