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터미 박한길 회장
―무서운 상승세다. 비결이 무엇인가?
“무엇보다 ‘절대 품질, 절대 가격’에 있는 것 같다. 질이 좋은 제품을 심혈을 기울여 개발하는 동시에 어떻게 가격을 최대한 낮출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한다. 가격거품을 빼서 유통채널로서의 본분에 충실 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현재 회원 수가 전 세계 300만 명을 넘어섰는데 매출뿐만 아니라 회원 수도 매년 약 40~50%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절대 품질, 절대 가격에 대해 자세하게 말해 달라.
“회사를 세우면서 ‘면도칼 경영’이라는 방침을 세웠다. 제품의 가격을 책정 할 때 면도칼로 깎듯이 처절하리만큼 예민하게 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경쟁업체에서 종합비타민 제품을 ‘7만 원’ 대에 유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비슷한 제품을 ‘3만 5000원’에 유통한다. 그런데 이 제품 가격을 3만 4500원에 할 것인지, 3만 6000원에 할 것인지, 한 달 동안 조직 안에서 치열하게 싸웠다.“
―경쟁업체보다 이미 4만 원 이상 차이가 나는데?
“싸우다 지친 실무자가 비슷한 얘기를 하더라. ‘아니, 경쟁업체에서는 7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파는데, 5만 원 받으면 어떻고 6만 원 받으면 어떻습니까. 왜 이렇게 치열하게 싸워야 합니까’라고.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얼마 있지 않아 대기업 유통업체에서 포장과 상품명까지 비슷한 제품을 혁신적인 가격 ‘3만 9000원’에 출시했다. 그 경쟁업체를 잡으려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대기업 유통업체나 기존경쟁 업체 보다 경쟁 우위를 견지하게 됐다. 저는 이게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게 ‘혁신’이라는 말인가.
“가격 경쟁력도 그렇지만 혁신이라는 게 사실 특별한 게 아니다. 통상 혁신이라고 하면 뭔가 희한한 것, 다른 것만 생각하곤 한다. 기업의 기본도 좋은 품질의 제품을 싸게 팔면서도 이윤을 창출하는 것인데 자꾸 이것을 잊고 혁신만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진짜 혁신은 기업의 가장 원칙적인 목표를 향해 방향을 잊지 않고 부단히 가는 것이다.”
―애터미만의 혁신 방법이 있나?
“특별한 방법은 없다. 자꾸 새로운 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상적인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한 초심을 끝까지 견지하는 것이다. 애터미의 목표는 ‘절대 품질, 절대 가격’이다. 이 이상적인 목표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끊임없이 강구하는 것이 혁신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애터미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우연히 TV를 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헤모힘이라는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을 했으니 ‘믿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당시 마땅한 판매처를 찾지 못하여 경영에 어려움을 격고 있던 콜마비앤에이치의 제품을 전담하여 판매하는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04년 한국콜마와 공동 투자해 국내 1호 연구소기업 ‘선바이오텍’(현 콜마비앤에이치)을 설립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헤모힘과 화장품을 생산했다. 헤모힘은 식약청으로부터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인증을 받았다. 애터미란 사명은 원자력을 뜻하는 ‘ATOM’과 화장품을 뜻하는 ‘美’를 합성해 지었다. 현재 애터미가 판매하는 제품은 콜마비앤에이치의 제품을 포함해 각종 생필품 등 수십 가지에 달한다. 한편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해 7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어 1조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사업 초반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
“초반엔 인건비를 줄여보자고 혼자서 시작하다가 가족도 데려오고 직원을 한두 명 고용하기 시작했다. 사무실 임대료를 줄이기 위해 중고 카니발을 사서 사무실로 이용하기도 했다. 내가 직접 방문 판매를 해 보면서 시장성과 판매 노하우를 찾았다.“
―원래 유통 쪽에 경험이 많았나?
“원래는 월급쟁이였다. 자동차부품 회사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세일즈엔지니어로 일했었다. 그러다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유통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것 같다. 유통 사업을 처음 벌인 것은 2000년 ‘아이엠코리아닷컴’이라는 인터넷 쇼핑몰을 차리면서부터다. 당시 수만 종의 상품을 취급하는 인터넷 백화점 쇼핑몰은 국내에 딱 세 개밖에 없었다. 10만여 종의 생필품들을 팔았는데 결국 쫄딱 망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이다. PC가 많이 보급되기 전이였다. 이후에도 유통업체를 차렸는데 또 다시 실패했다. 그때 너무 많은 신경을 쓴 탓에 건강이 악화되더라. 한때 간경화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애터미를 시작하면서 차근차근 극복했다.”
―애터미의 유통 구조가 다단계 구조인데, 주변에 나쁜 선입견이 있진 않았나?
“사실 다단계의 근본 태생, 정말 DNA가 나쁜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아무리 따져 봐도 태생이 나쁜 것은 아니다. 92년도에 호주에서 처음 다단계를 접했는데, 싸고 좋아서 내가 써보고 주변 사람에게 무한 연쇄적으로 소개해서 소비자 집단이 만들어지면 광고비 대신에 수당을 준다는 것이 경제 이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도리어 유통 마진을 서민들에게 돌릴 수 있다는 것이 국민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사실 기존의 다단계가 손가락질을 받는 것은 ‘자기들만의 리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탈피하고자 했다.”
―어떻게 탈피하고자 했나?
“기존 다단계는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회원들이 물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결론적으로 제품의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다단계 판매 리더들 중에는 가격을 팍 올리고 수당을 넉넉하게 달라고 회사에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제품의 판매가격이 높다면 다단계 판매가 유통채널로서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각종 생필품들을 중심으로 ‘할인매장’ 가격에 맞추면서도 수당까지 줄 수 있는지를 우선 따져봤다. 그랬더니 원가관리를 철저히 잘하면 가능하겠다고 판단했다. 애터미는 처음부터 경쟁 상대를 기존 다단계가 아니라 대형 유통업체로 설정했다. 어느 다단계 업체도 시도하지 않았던 전략이다. 치약의 경우 국내 대형마트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에서 앞섰는데 미국에 가서 시장조사를 하던 중 월마트와 비교해서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순간 등골에 식은땀이 쫙 흐르더라. 생산업체와 치열한 협의를 통해 180g이던 치약의 양을 200g으로 증량하여 국제 경쟁력까지 확보했다.”
애터미 회원 세미나 모습. 1박 2일 세미나에 1만여 명의 회원이 모인다. 한 장소에 모일 수 없어서 6개 호텔을 다중중계방송으로 연결하여 행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해외 시장에도 진출을 하고 있나?
“현재 미국, 캐나다, 일본, 대만, 싱가폴 등 5개국에 해외 지사가 있다.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생산업체에서 현재 1100억 원 정도 선투자를 했고 1일 100톤의 화장품을 생산 할 수 있는 동양 최대 화장품 생산설비를 준비 중이다.”
애터미는 토종 다단계 업체 최초로 이미 2013년에 ‘1000만 달러’ 이상을 수출해 ‘10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올해는 ‘20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얼마 전 흥미로운 통계가 있었다. 애터미 직원 1인당 생산성이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던데?
“기업 구조와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할 순 없겠지만 직원 생산성이 좋다는 것은 그만큼 일할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인 것 같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는 아주 비싼 최고급의 의자를 쓰는데, 회장과 직원 모두 의자가 같다(박 회장은 의자에 직접 앉으며 의자 사용법에 대해 한참 설명했다) 한 마디로 권위의식을 없애는 것뿐만 아니라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직원들을 아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직원을 부르는 직급도 직원 스스로 정하게 한다. 과장, 매니저, 실장 등 자신이 원하는 직급을 갖고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승진제도를 없애고 수평조직으로 협력하여 일 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프로젝트 중심의 ‘아메바 조직’을 도입해 실천하고 있다.”
지난 5월 13일 <비즈넷타임즈>에 따르면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애터미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애터미가 지난해 전체 직원 66명이 ‘492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1인당 평균 ‘75억 원’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원 1인당 4억 6000만 원의 매출을 올린 이마트, 1인당 4억 3000만 원의 매출을 올린 신세계백화점 등 굴지의 유통기업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수치다. 대기업의 그룹 본부와 비교하자면 직원 1인당 89억 3000만 원의 매출을 올린 SK와 비슷하고 직원 1인당 57억 원의 매출을 올린 LG를 뛰어넘는 수치다.
―‘면도칼 경영’, ‘아메바 경영’ 등 경영 이념이 다양하다.
“경영 이념의 궁극적인 토대는 ‘생존, 속도, 균형’이다. 생존은 한번 망해보니까 너무 힘들어서 절대로 망하지 않는 회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정했다. 망하는 원인은 높은 비용 때문이다. 비용을 극소화하기 위해 무인회사를 만드는 것을 이상적인 경영목표로 정했다. 다른 회사가 어떻게 하면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하면 그 일을 하지 않고도 일이 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속도는 가치창출을 빠르게 하는 개념이다. 사업에 전파 속도를 직렬이 아닌 병렬로 하여 성장속도를 배가시키는 것이다. 균형은 창출된 가치를 재분배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평소 공익활동도 많이 한다고 들었다.
애터미 사훈의 경우 ‘영혼을 소중히 여기며 생각을 경영한다. 믿음에 굳게 서며 겸손히 섬긴다’이다. 신앙적인 느낌이 난다는 얘기가 많은데, 평소 교회를 열심히 다닌다. 신앙 안에서 어떻게 경영을 할까, 어떻게 나눔을 실천할까 항상 생각한다. ‘드림미’라는 공익재단도 설립했다. 보다 체계적으로 인류와 사회에 유익한 방향으로 환원을 실현해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목표는 어떻게 되나?
“지금 현재 월매출로 보면 국내 다단계 업계 2위다. 지금의 성장세라면 조만간 국내 매출 1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처음부터 국내 시장 1위가 아니었다. 고속성장이나 회사의 외형적인 확대에 치중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수많은 고전들을 읽으면서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항상 했다. 기업의 성장보다는 어려운 사람들을 성장시키는 것. 그게 훨씬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방향대로 ‘혁신’하며 나아갈 계획이다.”
공주=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