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후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5월 20일 메르스 첫 환자가 확진판정 받았다며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또 추가 유입과 국내 추가전파를 방지하기 위해 검역 강화 및 격리치료 같은 대책을 즉각 실시 중이라고 오후 2시 30분경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 시각 보건복지부 중회의실에서는 메르스 대응 모의훈련이 시작됐다. <2015년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 일환으로 오후 2시 30분부터 국민안전처와 교육부 그리고 인천광역시 등 중앙부처 및 지자체 14곳과 함께 ‘해외유입 감염병 대응체계 점검을 위한 모의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이는 실제 상황이 발생한 직후 범정부 차원의 훈련이 이루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정 의원실 설명이다.
물론, 훈련 상황과 실제 대응에서 다른 부분도 있다. 당시 훈련에서는 위기경보 ‘경계’를 해외 신종감염병의 국내 유입 후 타 지역 전파로 봤다. 이건 보건복지부의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매뉴얼과 같다. 타 지역으로 전파되면 ‘경계’ 발령인 것이다.
또 훈련에서는 “국내발생 첫 환자 확진, 환자 가족 및 의료진에게서 유사증상 확인, 서울에서 유사 환자 집단 발생(총 4명)”의 상황을 설정했다. 이런 상황이면 ‘경계’ 발령과 그에 따른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상황을 보면 5월 20일 첫 환자가 나왔다. 2번 환자는 같은 날(20일)이었고, 3번 환자는 다음 날(21일)이었다. 4번 환자는 3번 환자를 간병하던 가족으로 26일 확진판정 받았다. 5번 환자는 같은 날 나왔는데, 의료진이었다.
국내 첫 환자에 이어 2번 환자는 가족이다. 3번 환자와 4번 환자는 평택이고, 5번 환자는 서울이다. 환자 가족과 의료진에게서 확진판정 나왔고 타 지역에서도 나왔다. 보건복지부 훈련 상황 그리고 표준매뉴얼에 비추면 ‘경계’ 발령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도 ‘주의’ 단계다.
모의훈련의 ‘심각’ 단계는 전국적 확산이다. 매뉴얼 또한 전국 확산 징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훈련은 “전국적인 유행 확산 징후 확인 및 국민 불안 확산, 총 5개 시도 39명 환자 발생, 밀접 접촉자 약 700명 모니터링” 등으로 설정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6월 6일 현재 메르스 확진 환자는 50명이다. 관련된 시․도는 여러 곳이다. 격리대상자는 지난 3일, 1000명을 넘어섰다.
정 의원은 “첫 환자 확진판정 받은 날 범정부 합동 메르스 대응 모의훈련 있었는데 실제 대응은 부실했다. 기가 막힐 뿐”이라며, “훈련 따로 실제 따로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 의원은 “국민 불안의 상당 부분은 정부 때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전체적인 상황에 맞게 위기경보를 격상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