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를 통해 넘어간 전재만 씨의 한남동 빌딩(왼쪽=최준필 기자)과 전재국 씨의 서초동 땅(사진은 토지위 건물 모습=박은숙 기자).
그러나 여전히 전 씨의 추징금 환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검찰은 올해 1월 기준으로 대법원에서 확정된 추징금 2200억 원 중 절반가량만을 거둬들였다. 미술품이 경매 등을 통해 고가에 팔렸던 것과는 달리 부동산 시장 침체로 전 씨 일가가 내놓은 부동산들은 잘 팔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추징금을 모두 환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런데 전 씨 일가 부동산이 공매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포착됐다. 전 씨 일가와 관련 있는 지인들이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우선 재국 씨가 2000년 매입한 서초동 1628-XX 땅은 지난해 12월 서울북클럽이 공매를 통해 샀다. 해당 지번 등기부등본 및 한국자산관리공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북클럽은 350억 원가량에 땅을 낙찰 받았다. 서울북클럽은 1990년 후반 재국 씨가 대표로 있는 시공사 등 출판사 10여 곳이 설립한 회사다. 재국 씨 대학 동기이자 시공사 임원이었던 김 아무개 씨가 서울북클럽 이사를 맡기도 했다. 그만큼 재국 씨와 서울북클럽은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얘기다.
그보다 앞선 2014년 2월 삼남 재만 씨가 갖고 있던 한남동 소재 빌딩은 대림그룹 계열사인 대림디엔아이가 180억 원을 주고 매입했다. 부동산개발업체 대림디엔아이는 이준용 명예회장 조카 이해성 대표가 80.7%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전 씨와 이 명예회장은 친구 사이로 익히 알려져 있다. 전 씨 아들 소유 빌딩을 이 명예회장 조카가 사들인 게 우연만은 아닐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전 씨는 과거에 추징금을 환수당할 때도 지인을 동원, 부동산을 처리한 적이 있다. 지난 1996년 검찰은 전 씨 연희동 사저 별채를 압류해 강제 경매에 들어갔다. 그런데 전 씨 처남 이창석 씨가 별채를 다시 사들였다. 그리고 별채는 2013년 5월 전 씨 며느리 이윤혜 씨 소유로 바뀌었다. 돌고 돌아 전 씨 며느리에게로 간 것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전 씨의 추징금 납부를 누군가 도와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