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를 앞두고 광주시와 조직위가 메르스 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경기가 펼쳐질 남부대국제수영장(큰 사진)과 주경기장.
오는 7월 7일 개막하는 광주U대회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는 보고서를 통해 광주U대회 개최로 인해 발생할 경제적 직접효과가 전국적으로 생산 3조 7000억 원, 부가가치 1조 5000억 원, 고용 3만 3000명일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발생할 경제적 직접효과 역시 생산 1조 9000억 원, 부가가치 9000억원, 고용 2만 명이다.
따라서 메르스 사태 돌출에 지역사회 안팎에선 당혹스런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럼에도 광주시와 조직위는 메르스 영향에 대해 겉으로는 애써 낙관(?)하는 모양새다. 사스나 신종플루 등 국내외적인 큰 파문 속에서도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나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대회 등이 큰 차질 없이 성공개최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메르스 파장이 대회 운영에 큰 차질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당장 성화 봉송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3일 경기도는 광주U대회 조직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성화 봉송 경로에서 경기지역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조직위 결정 사안인 행사 취소와 경로 제외가 불가능하다면 숙박이라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성화봉송 경로인 경기지역에 감염환자가 다수 발생, 확산 방지를 위해 사람이 붐비는 행사 등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성화 봉송은 대회 붐 조성에 있어 핵심적인 행사다. 우려가 현실화되는 대목이다.
중동지역 선수단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발등의 불’이다. 현재까지 광주U대회 참가예상국은 141개국 1만 3000여 명이며 논란이 된 중동에서는 8개국 490여 명이 출전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가 최초로 발생했고 가장 빈번한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주요 메르스 발생국가’들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광주시와 조직위는 초비상 상황이다. 자칫 이것이 대회에 악영향을 미칠까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 마련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대회 성공개최가 어려워질 뿐 아니라 대회 자체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광주시와 조직위 입장에선 사전 모니터링이나 인천공항에서 선수단의 감염 여부가 확인되는 것은 ‘상상하기 싫은’ 결과다. 만에 하나 일부 선수단의 입국이 거부되거나 참가가 취소될 경우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최대한 여러 국가, 많은 선수단과 함께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최선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회가 개막되기 전까지 남은 기간 메르스 사태가 소강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어,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U대회 조직위원회는 지난 4일 광주시와 U대회 선수촌 병원장, 연계병원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메르스 대응 전략회의를 서둘러 열고 대응방안을 내놨다. 우선 광주시와 조직위 등은 오는 20일부터 예정된 선수단 입국에 대비, 메르스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선수단이 입국하는 인천공항 등에서 검역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조직위가 각 선수단의 입출국 일정을 파악하고, 이를 질병관리본부에 알려 해당 선수단이 입국할 때 메르스 감염 여부를 철저히 가려낼 방침이다. 선수단이 한국에 들어오는 ‘관문’에서 최대한 감염 우려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또 발열과 기침 등 선수단 동향 관리는 물론 1일 2차례 의료진이 발열 체크 등 정밀 검진도 할 계획이다. 특히 선수촌 입구 등에 3대의 발열체크 감지기를 설치하는 등 초기에 이상증후를 보이는 선수 등을 걸러내기로 했다. 광주시는 24시간 종합 상황실을 설치하는 것을 비롯해 5개 자치구에도 비상방역 상황실을 설치, 가동한다. 대회 관리 지침으로 의심환자는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원에 즉각 입실조치하고 격리시설도 확보 운영하기로 했다.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메르스 전염’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불식될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메르스의 잠복기가 최대 14일에 이른다는 점이다. 따라서 입국 전 예찰 활동에 한계가 있고 대회 기간 환자 발생 때는 사실상 속수무책이다는 지적이다. 설령 공항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더라도 광주에 도착해 선수촌에 들어가 생활하는 동안 감염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선수단에 대한 발열체크 등 외형적 검사 이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어 잠복기를 거친 환자가 발생하면 손쓸 방법이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선수단 규모가 최대 2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수촌부터 경기장까지 모든 곳의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을 만한 의료 인력이나 장비 등이 뒷받침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메르스 여파로 이미 중국과 대만 등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무더기 취소되는 등 최악의 사태가 현실화되는 점도 대회 걱정이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내국인들도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을 꺼려 할 수 있어 이 또한 대회 흥행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몇 안 되는 흥행카드인 북한 응원단 참가나 성화봉송 등도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남북 경기와 미녀응원단의 등장으로 입장권 판매율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역시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광주시와 조직위는 저비용 고효율 대회에다 남북화해 등 ‘유종의 미’를 기대하고 있지만, 메르스 사태까지 겹쳐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광주시 역대 최대의 행사, 광주가 세계를 향해 열린 도시로 나아갈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이 될 2015 하계U대회가 메르스 때문에 소를 잃어버리는 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일각에선 벌써 메르스가 U대회를 ‘주저앉힐 것’이라는 우려마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만큼 메르스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3조 7000억 원으로 추산된 광주U대회 경제적 직접효과의 관건은 사전 예찰과 대회 기간 중 환자발생 억제에 달려있다고 지적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가뜩이나 대회 성공 개최에 어려움이 적지 않은데 메르스 사태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주어진 여건 속에서 메르스 차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