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29일 최민식 송강호(왼쪽부터)등 배우들의 기자회견. 임준선 기자 | ||
그러는 사이 일반인의 관심은 스타의 고액 개런티에 집중되고 있다. 과연 얼마나 많이 받길래 ‘위기론’까지 대두되는 것일까. 과연 무슨 이유로 스타의 개런티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는지, 스타 고액 개런티의 세 가지 법칙을 찾아봤다.
1. ‘절대액수 건드리지마’ 법칙
“제작비 25억원 영화에서 5억원을 개런티로 받았다면 지탄을 받아도 된다. 하지만 제작비 1백20억원 영화에서 5억원의 개런티를 받은 게 그리 큰 문제인가.”
이는 고액 개런티에 대한 송강호의 입장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제작비 대비 20%의 개런티는 ‘지탄받을 만한 고액’이지만 4%는 문제될 게 없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이렇게 전체 제작비의 규모를 고려해 ‘상대적인’ 개런티 책정이 이뤄진다면 문제될 게 없다. 그런데 불행히도 현재 영화계는 ‘절대성 이론’에 충실하다.
우선 송강호의 경우를 살펴보자. <남극일기>(제작비 90억원/개런티 4억8천만원)에선 제작비 대비 개런티 비율이 5%지만 <효자동 이발사>(제작비 38억원/개런티 4억8천만원)에선 13%로 그 비율이 크게 변화한다. 이는 최민식 역시 마찬가지다. <꽃피는 봄이 오면>(제작비 43억원/개런티 4억8천만원)에서 제작비 대비 11%, <주먹이 운다>에서는 13%를 받았다. 결국 이들의 개런티 책정방식이 제작비 규모에 따른 상대적 책정이 아닌 등급(이들 두 배우는 최고 등급으로 5억원선)에 따른 절대적인 책정임을 알 수 있다.
제협측은 이런 절대적 책정 방식을 인정하지만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는 “효율적인 협력시스템과 합리적 정책을 개발해 표준관리제작규약을 만들어 개런티의 적정선을 명시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2. ‘흥행 따로 머니 따로’ 법칙
전체 제작비의 10% 이상을 주연 배우 한 명에게 지급하면서까지 이들을 캐스팅하는 이유는 바로 스타의 ‘티켓 파워’에 있다. 그런데 스타의 ‘티켓 파워’는 나날이 작아지고 있다. ‘빅3’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가 출연한 <주먹이 운다> <남극일기> <역도산>, 그리고 한류스타 이병헌의 <달콤한 인생> 등이 연달아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이는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 이효리와 강타의 드라마 데뷔작이었던 <세잎클로버>와 <러브홀릭>, 그리고 스타 캐스팅으로 화제가 된 <슬픈 연가>가 모두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여기서 진정한 위기론이 제기된다. 거액의 개런티는 일종의 투자로 수익 창출 효과를 유발해야 하는데 스타의 ‘티켓 파워(또는 시청률 유발효과)’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개런티를 쏟아 붓는 이유는 스타를 확보해야 투자와 편성권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스타 파워는 ‘수익성 증대 차원’이 아닌 ‘허가를 위한 요건’ 정도로 변모해버렸다는 설명이다.
제협의 이번 문제제기 역시 톱스타 기용 블록버스터의 연이은 흥행 실패에서 비롯됐다. 제협 김형준 회장은 “스타는 흥행 실패와 관계없이 개런티를 모두 받아가고 다음 작품에서는 더 높은 개런티를 요구한다”면서 “개런티를 낮추는 대신 러닝개런티를 보장하는 등 스타도 흥행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3. ‘절대로 발설하지마’ 법칙
2~3년 전에만 해도 톱스타의 개런티 신기록(드라마 회당 출연료나 영화 개런티)이 연예면 톱기사가 되곤 했다. 당시에는 스타들의 몸값 부풀리기도 성행했을 정도다. 예를 들어 실제 개런티가 8천만원이라고 해도 발표는 ‘억대 계약금’이 되곤 했다. 이는 개런티 수준이 곧 스타의 자존심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개런티 관련 기사가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봄날>의 고현정이 받은 회당 출연료 역시 ‘회당 2천만원’이라는 추측만 난무할 뿐 여전히 미궁으로 남아있다. 심지어 한 방송사 관계자는 “스타의 정확한 출연료를 아는 이는 방송국 내에서도 몇 명뿐”이라고 말할 정도다.
개런티도 밝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외의 옵션 조항은 더더욱 미궁이다. 드라마의 경우 회당 출연료 외에도 해외 비디오 판권 등 다양한 부대 수익에 대한 지분, 시청률에 따른 보너스 등 다양한 옵션 조항이 계약서에 포함된다. 영화계 역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수익에 대한 지분이나 공동제작 등 다양한 옵션이 주어진다. 하지만 이런 사항은 일체 공개하지 않는 게 불문율로 굳어져 있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쌍방의 동의하에 웃으며 이뤄진 계약행위인 만큼 당연히 비밀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개로 인한 이득(자존심 제고)보다 손실(비난 여론)이 많다는 점에서 스타 개런티의 수위를 대략 가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