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싱크탱크들과 NGO, 전 세계의 연구 기관들은 경제, 도시에서의 삶의 질, 교육의 질, 복지 수준, 부패의 정도, 등 수많은 수치들을 쏟아내 평가한다. 이들은 은행, 기업, 국가 부채의 신용등급은 물론 빅맥 햄버거의 상대적 가격 등 사소한 경제적 측면마저 평가한다. 이러한 수치들은 개발 전략과 성과를 평가하고, 정책 입안에 정보를 제공하고 혁신 방안을 유도하는 데 사용된다. 한마디로, 숫자가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의문이 생긴다. 숫자는 정말로 정확하고 과학적이며, 어떤 편견도 담기지 않은 진실인가? 숫자는 정말로 사회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말해주는가? <숫자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의 저자 로렌조 피오라몬티 교수는 숫자가 항상 사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때로는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뒷받침하기 위해 숫자가 조작될 수도 있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은 험머가 프리우스보다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데이터를 가공하고, 일부 과학자들은 흡연이 암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무작위통제실험을 이용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숫자가 틀린 것이 아니라 숫자가 진실이 될 수 있는 위험한 현실’을 보여주며, 우리의 미래를 진정 가치 있게 만들 자유와 의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숫자가 상이한 가치, 원칙, 사상을 측정으로 단순화하면서 국가, 시장, 시민 사회 간의 정치적 상호 작용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신용평가 시장, 글로벌 기후변화 논쟁, 천연자원 및 생태계 서비스의 금융화, 원조 효과를 자본화하는 자선자본주의 등을 중심으로 분석하며 보여주고 있다.
<숫자의 횡포> 저자 데이비드 보일은 “피오라몬티는 많은 사람들에게 당장 필요한 책을 저술해 우리의 거버넌스 체계가 잘못된 숫자에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95.4퍼센트라는 숫자로 집계된 다른 중요한 책들에 비해 훨씬 훌륭하고, 읽어야 할 필요성 또한 높은 책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렌조 피오라몬티 지음. 박지훈 옮김. 더좋은책. 정가 1만 5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