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청담동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속도가 빨라지면서 서울 강남의 재건축 노른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청담 삼익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기대감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재건축 조합과 시공과 시행을 맡은 롯데건설, 인·허가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 등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조합원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며 일방적으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재개발이 추진 중인 서울 청담 삼익아파트.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서울 청담 삼익아파트 재건축을 진행하는 시공사는 현재 롯데건설이다. 재건축이 결정되자 조합은 롯데건설과 지난 2001년 가계약을 맺었다. 이후 10여 년 동안 청담 삼익아파트의 재건축 시공사는 롯데건설이 맡아왔다.
그런데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 현 조합의 집행부와 롯데건설, 서울시가 자신들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일방적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조합원들에게 막대한 부담을 전가시키려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청담 삼익 재건축 조합원 광장’ 카페 등 일부 조합원들은 우선 과도한 기부채납 비율을 지적하고 있다. 기부채납이란 주택사업자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도로나 공원 같은 기반시설이나 공공청사와 같은 시설물 등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기부하는 것을 말한다.
조합에서는 청담 삼익아파트 재건축 기부채납비율이 17.6%(1만 880㎡)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일부 조합원들은 기부채납비율이 29.7%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난 2001년 롯데건설과 처음 재건축에 대해 가계약한 내용과 2015년에 완성된 롯데건설의 건축심의안을 이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2015년을 대조해보면, 사업면적과 대지면적이 약 3305㎡ 이상 줄었다고 한다. 구역면적은 6만 5664㎡에서 6만 1978㎡으로, 대지면적은 5만 4531.9㎡에서 5만 1098㎡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자 조합은 뒤늦게 지난 2005년 서울시의 정비구역지정 고시를 통해 사업면적이 2001년보다 3305㎡이 줄어든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즉 서울시에 의해 청담 삼익아파트의 재건축 사업면적이 3305㎡ 줄어들면서, 사실상 기부채납비율은 조합이 말한 17.6%가 아닌 22.2%로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임대가구로 인한 기부채납까지 더하면 총 기부채납비율은 29.7%까지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청담 삼익아파트의 건축심의안 기준의 분양면적표를 보면 소형주택(임대주택)은 20평 28세대, 25평 112세대 등 총 140가구다. 총 세대수 1230가구 중 11.37%에 해당한다.
특히 최근 정부에서 기부채납 비율을 최대 9%까지 낮출 것으로 보여 그 기준에 비춰보면 비율이 월등히 높은 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주택사업 관련 기반시설 기부채납 운영기준’을 마련, 재건축에 대해 기부채납비율을 9%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어 국토부는 지난 5월 7일 발표한 ‘2015년 주택종합계획’을 통해 중점 추진과제 중 하나로 “과도한 기부채납 방지를 위한 제한기준을 법으로 규정하겠다”고 다시금 밝히기도 했다.
다만 용적률 300%의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을 할 경우에는 최고 부담률에 10%p까지 높일 수 있다.
앞서 청담 삼익아파트 재건축 조합 역시 용적률을 높이기 위해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하며 기부채납비율을 17.6%로 높인 것이다. 문제를 지적하는 조합원들은 롯데건설과 조합 집행부 측이 조합원들에게 충분한 정보나 설명, 선택권 등을 제공하지 않고 17.6%보다 훨씬 높은 29.6%까지 기부채납비율을 높였다는 것이다.
청담 삼익아파트 재건축 과정에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청담 삼익 재건축 조합원 광장’ 카페 캡처
현재 청담 삼익아파트 재건축은 건축 심의가 통과되고, 조합원들의 사업승인 총회를 앞두고 있다. 따라서 청담 삼익아파트 재건축 조합의 의지에 따라 아직은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한 서울시와 재협상은 가능하다.
이처럼 기부채납비율을 낮추는 재논의의 길이 있음에도 조합과 롯데건설이 이를 무시하고 현재의 건축심의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게 문제제기를 하는 조합원 측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청담 삼익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그건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의 일방적 주장이다. 조합 집행부는 조합원들이 총회에서 결정한 사항만 집행할 뿐이다. 대부분의 조합원은 재건축의 빠른 진행을 원한다”며 “현시점에서 분담금, 기부채납비율 등 문제들에 대해 다시 재협의하자는 것은 재건축을 원점으로 되돌리자는 말 아니냐. 그럼 재건축 못한다. 10년 전에 다 결정된 사항을 이제 와서 거론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시 공동주택과 관계자는 “국토부의 기부채납 운영기준이 나온 이후 서울시는 시행령에 따르려고 하고 있다. 다만 시행령 발표 이후 재건축 기부채납 신청건은 없다”며 “청담 삼익아파트 재건축 관련해서도 기부채납에 대해 논의를 해온 곳이 없다”고 전했다.
재건축 기부채납비율이 높아지면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늘어나,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조합원 측에서는 “청담 삼익아파트 구성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다른 이들 좋은 일만 시키는 재건축은 반대한다. 그럴 거면 그냥 살면 되지 왜 재건축을 하겠느냐”며 “조합원의 이익을 보호할 능력이 있는 새로운 조합을 구성해 롯데건설, 서울시 등과 다시 협의해 재건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