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미국은 자국의 국민 한 사람이 북한에 억류되었을 때 전직 대통령까지 출동해 국민을 구해냈었다. 15년 전쯤 이태원에서 외국인끼리의 살인사건이 있었다. 미국인 여대생이 영등포 구치소에 구속됐다. FBI 한국지국장이 내게 미국인을 변호해 달라고 부탁했었다. 미국대사관에서는 재판 때마다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미국인 목사가 그녀를 돌봤다. 국민 한명에게 국가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봤다.
나는 대만감옥에 있다는 이복길 씨의 가족에게 연락해 보았다. 파출부로 나가던 그의 부인은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돈이 없어 대만에 면회를 갈 수도 없다고 했다. 봉제업을 하던 남편이 해외로 떠돌다가 그 나라 감옥에 갔다고 했다. 환갑을 넘은 남편은 당뇨로 이빨이 다 빠지고 대만의 감옥 안에서 중풍으로 쓰러진 적도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더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다면서 체념하는 것 같았다.
해외에서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국민이 늘어날 수 있다. 법망에 걸릴 수도 있고 해적이나 테러단체에 납치될 수도 있다. 아랍권 건설현장에 파견되어 나갔다가 현지 감옥에 갔던 선배가 있었다. 공사를 따기 위해 돈을 준 게 뇌물죄로 걸려든 것이다. 3년의 징역생활동안 정말 힘든 것은 낯선 타국에서의 처절한 외로움이었다고 했다. 누가 한번 찾아와 주기라도 했다면 암흑 속에서 빛을 보는 느낌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수는 감옥에 있는 이를 찾아가라고 했다.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어도 함께 하는 그 자체로 큰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외국의 감옥에 있는 우리 국민을 위해 관리들이 좀 더 적극적일 수는 없을까. 한국 공무원의 진실한 행동 하나만으로도 대한민국에 대한 고마움이 뼈에 사무칠 것이다. 죄가 미워도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엄상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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