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빅뱅과 투애니원 등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가 이달 초 예능 프로그램 작가 출신의 방송인 유병재를 영입해 화제를 모았다. 이어 개그우먼 안영미까지 스카우트하면서 연예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동안 음반 제작과 가수 활동 지원에 주력해왔던 YG가 지난해 배우 차승원과 최지우 등을 영입해 연기 분야로 영역을 넓힌 데 이어 이제는 예능 장르까지 세를 확장하면서 그 후속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예능 작가 출신 유병재와 개그우먼 안영미의 영입을 적극 추진했다. 오른쪽은 YG블로그에 올라온 유병재(왼쪽)와 안영미 환영 포스터들.
유병재와 안영미의 YG행은 단순한 ‘소속사 이적’으로 판단하기에는 그 행보가 가진 의미가 상당하다는 평가다. 연예계에서는 YG가 이들을 영입한 뒤 방송 예능 콘텐츠의 기획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의 YG 영입을 적극 추진한 주인공은 양현석 프로듀서다. 그는 유병재와 안영미가 그동안 다양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재능과 활용 가능성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방송 관계자는 “유병재와 안영미는 단순히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예능인이 아니라 직접 콘텐츠를 기획해 확장 발전시킬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이들”이라며 “YG에서도 이들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용하면서 콘텐츠 제작에 직접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YG는 최근 4~5년 사이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기획사로 꼽힌다. 사업 분야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한정되지도 않았다. 올해 3월에는 자회사 YG플러스를 통해 프로골퍼 김효주의 소속사인 지애드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해, 골프 비즈니스 진출의 초석을 다졌다. 외식사업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CJ의 식음료 사업 성공을 이끈 노희영 전 CJ 고문을 영입해 프랜차이즈 브랜드 ‘삼거리 푸줏간’을 만들었다. 음반 기획과 연예인 매니지먼트를 넘어 콘텐츠 제작과 식품 사업까지 진출하는 적극적인 행보다.
연예계에서는 기획사들의 이 같은 신사업 진출의 배경을 ‘수익 안정화 추구’와 ‘시장 확대’에서 찾고 있다. 점차 기업화하는 기획사들이 더 이상 연예인의 매니지먼트를 관리하는 수준으로는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 콘텐츠를 기획 개발하거나 엔터테인먼트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제2의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막강한 한류의 열풍도 최근 일어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변화 바람의 주요한 이유다. 중국의 시장 가능성은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지의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전망 속에 이를 새로운 활로로 이용하려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도전 역시 활발하다.
이민호의 <바운스 헌터스> 영화 출현을 알리는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의 페이스북 게시물(왼쪽)과 씨스타가 소속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화면 캡처.
그런 점에서 한류스타 이민호 소속사의 한중 합작영화 제작 도전은 눈에 띈다.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이민호가 제작비 350억 원 규모의 블록버스터 <바운티 헌터스>의 주연을 맡았다”고 알렸다. 8월 한국에서 시작해 중국, 홍콩, 태국 등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영화는 내년 개봉이 목표다. 중국어권 나라들을 집중 공략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이민호가 이 영화의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보다 더 눈길을 끈 점은 스타하우스의 공동 제작 참여다. 그동안 중국 현지 TV 프로그램 제작 등을 추진해왔던 이 회사는 이번 작품을 통해 본격적으로 영화에까지 진출한다. 국내 배우 매니지먼트사가 아시아 여러 나라의 자본이 동시에 투입되는 블록버스터 제작을 직접 맡는 사실도 이례적인 데다, 홍콩과 중국의 주요 영화사와의 협업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바운티 헌터스> 공동 제작에 참여하는 중국의 페가수스모션픽쳐스는 과거 <영웅본색> 시리즈와 <용호문> 등으로 홍콩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제작자의 황바이밍이 대표로 있다. 또 다른 제작사 하모니어스엔터테인먼트상하이 역시 중국 내 영상 투자 및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지난해 초부터 뜨겁게 달아오른 중국 한류 열풍을 이용하려는 여러 기획사의 다양한 도전이 있지만, 그와 비교해 스타하우스의 행보는 사업 규모 면에서 단연 눈길을 끈다.
소위 ‘가수 회사’가 ‘배우 회사’를 인수해 사세 확장을 노리는 경우도 부쩍 늘어났다. 이제 세계를 음반 판매처로 둔 케이팝 스타의 회사들이 분야별 연예 콘텐츠를 갖추고 ‘종합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5월 걸그룹 씨스타 소속사인 스타쉽엔터터테인먼트가 유연석, 이광수, 김범 등이 소속된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 킹콩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얻었다. 킹콩의 100% 지분 인수 방식의 전략적 제휴 체결이다. 스타쉽은 “킹콩은 독립적인 체제로 운영되면서 사업 시너지 창출을 통해 아시아를 무대로 하는 콘텐츠 생산과 공동으로 글로벌 비즈니스와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스타쉽은 중국의 최대 규모 엔터 기업인 위에화엔터테인먼트와 업무 제휴를 맺었다. 이미 중국에서의 활로 개척의 발판을 마련해놓고 이광수 등 중국 한류를 움직이는 스타를 보유한 킹콩까지 자회사로 보유하게 됐다. 공룡 엔터사가 탄생한 셈이다. 이들의 협업 시너지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