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성적이 좋은 편이라 선생님들이 프로 진출보다 대학 진학을 권유하셨어요. 그래서 경희대학교 체대에 진학했죠. 그런데 대학 1학년 때 뮤지컬의 매력에 빠지면서 2학년 때 연극영화과로 전과했어요. 원래 노래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노래 실력과 성량 좋은 목소리를 인정받아 연극영화과 뮤지컬 전공으로 전과를 한 번에 성공했어요.”
10대 시절 가운데 무려 7년 동안 배구와 함께 살아온 그가 20대 초반 엄청난 결정을 내린 셈이다. 그만큼 연극영화과 학생이 된 그의 대학 2학년 시절은 설렘과 혼란의 시기였다고 한다. 이를 극복케 해준 게 두 편의 뮤지컬이다.
“그때가 2011년으로 영국 런던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공연이 열렸어요. 또 <레미제라블>은 2010년에 25주년 기념 공연을 했고요. 친구가 어렵게 해외에서 구한 DVD로 두 대작 뮤지컬의 25주년 기념 공연을 보며 뮤지컬 배우의 꿈을 굳히고 혼란의 시기를 극복했어요.”
대학 재학 시절부터 연극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와 <문제적 인간 연산>, 뮤지컬 <정도전> 등에 출연하며 다양한 무대 경험을 쌓은 그는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워낙 성량이 큰 데다 시원하게 처지는 고음이 강점인 노래 실력도 일품이다. 이를 바탕으로 우선 연극과 뮤지컬 등 무대 연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배우로는 조금 늦게 시작한 편이지만 무대 경험은 13살 때부터 쌓아 왔어요. 배구 역시 연극이나 뮤지컬처럼 무대 위에서 관객을 마주하는 것은 똑같거든요. 무얼 보여주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죠. 배구를 포기하고 연기를 선택하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제가 무대를 떠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기회가 되면 영화와 드라마 등 무대가 아닌 곳에서의 연기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공간이 영화와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배구선수 출신답게 큰 키에 빼어난 몸매를 갖춘 이호정은 분명 스타성을 갖고 있는 신예다. 워낙 운동을 좋아해 선수로 뛴 배구 외에도 승마와 수영, 무용 등을 두루 배우기도 했다.
“스타가 되면 좋겠죠. 그렇지만 진정한 꿈은 배우로 오랜 기간 연기를 하는 거예요. 영화와 드라마 출연을 생각하는 것 역시 스타 등극보다는 오래 연기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죠. 배구 선수의 꿈을 키우며 10대 시절을 보냈고 20대가 되어선 배우의 꿈을 키우고 있어요. 배구 선수와 배우는 모두 무대에서 박수를 받는 직업이에요. 그렇지만 배우는 나중에 나이를 많이 먹어도 무대 위에서 박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게 가장 매력적이에요. 정말 할머니가 돼서도 연기를 하고 싶거든요. 그러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하는 배우가 될래요.”
글=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