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점 장난감의 미학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낸 악어룰렛, 말캉말캉 찐득찐득한 묵사발…. 문구점에는 온통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장난감 천지다. 하지만 초롱초롱 눈을 반짝이며 문구점 장난감을 바라보는 아이와 달리 엄마는 걱정이 앞선다.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문구점 장난감 중에는 처음 들어본 생소한 브랜드도 많고 외관도 조잡해 보이기 때문. 디자인이나 컬러도 조악하고 소재도 별로인 것 같다. ‘과연 저 찐득거리는 장난감을 우리 애가 만져도 될까?’라는 생각부터 드는 게 부모의 마음이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문구점 장난감 대부분은 적정 기준을 통과한 것들이다.
‘태생’을 알 수 없는 싸구려 장난감은 당연히 피해야겠지만 KC(국가통합인증)마크가 있다면 일단 안심해도 된다. 의외로 꽤 괜찮은 장난감을 찾아낼 수 있는 곳이 문구점이기도 하다. 아동발달 전문가들은 정교한 장난감보다 단순한 장난감이 아이의 창의력을 발달시킨다고 말한다. 단순한 장난감일수록 생각할 틈을 주고 다양한 방법으로 놀고 싶은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구점에는 이런 자격을 갖춘 장난감이 제법 많다. 무지개 빛깔의 스프링, 요요, 미니 악어룰렛, 탱탱볼 등은 불과 500원에서 1000원짜리 몇 장만 있으면 살 수 있는 것들이다. 부모 세대가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그때 그 장난감’들이 아직도 문구점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 아닐까.
플러버 찐득찐득~ 묘한 중독성
찐득이, 끈끈이, 물탱이 등 여러 별칭으로 불리는 플러버. 1980~90년대에 주로 ‘끈끈이’로 불렸다면 요즘 아이들에겐 ‘묵사발’이란 이름이 친숙하다. 부모 세대 역시 소싯적에 이 장난감 한번 안 갖고 논 사람은 없을 것이다. 플러버는 흐물흐물한 생김새와 찐득한 촉감 때문에 인체에 유해할 거란 오해를 종종 받지만, 1980년대 초창기 때 독성 강한 PVC가루로 제조되던 불량품 시절과 달리 지금은 대부분 KC마크를 받고 안전기준을 통과한 정품이다. 인터넷 오픈마켓이나 파티용품 숍에서 낱개로도 팔지만 대개는 동전을 넣으면 랜덤으로 나오는 뽑기 방식으로 판매된다.
문구점에선 명당자리라 할 수 있는 출입문 옆에 자리 잡고 있으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인기 아이템이다. 동전을 넣고 레버를 돌리면 드르륵드르륵 소리가 나며 동그란 플라스틱 캡슐이 데굴데굴 굴러 나온다. 이때의 청각적 자극이 만족감을 주는 것은 물론이요, ‘과연 무엇이 들었을까’ 하는 짜릿한 기대감 역시 아이들을 매료시키기 충분하다. 아이들에겐 ‘반죽 본능’이 있는데, 누르면 누르는 대로 찌그러졌다 다시 제 모양을 찾는 것도 신기하고, 피부는 물론 벽이며 유리창에 떡하니 달라붙는 것도 재미있기만 하다.
놀이효과 플러버는 세게 던졌을 때 내려오는 속도와 약하게 붙어 있을 때 내려오는 속도가 다르다. 힘의 원리, 높은 곳과 낮은 곳에 붙었을 때 떨어지는 시간차도 존재한다. 힘의 강약과 시간의 속도 개념까지 익힐 수 있는 장난감이다.
스네이크 큐브 무한한 변신!
일명 ‘척척이 큐브’로 불리는 스네이크 큐브는 삼각기둥 모양의 블록 24개가 일자로 연결된 구조다. 각각의 블록은 360도 회전하므로 원하는 각도대로 이리저리 꺾다 보면 십자가, 강아지 같은 단순한 모양은 물론 공, 코브라 등 복잡한 입체물도 만들 수 있다.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상상하고 구성하고 조작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학의 건축학과 에르노 루빅 교수가 만들어서 ‘루빅 트위스트(Rubik’s Twist)’ 또는 ‘루빅 스네이크(Rubik’s Snake)’라고도 불린다.
놀이효과 인내심, 손동작의 정교함, 공간감각을 키워주는 효과가 있다. 산만한 아이라 할지라도 집중력을 발휘하게 하는 장난감.
탱탱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의외성
탱탱볼, 통통볼, 얌체공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장난감. ‘탄성계수’가 높은 고무공이라 매우 잘 튄다. 살짝 던져도 여기저기 제 마음대로 움직이는 탱탱볼은 작은 움직임으로도 큰 결과를 만들어낸다. 자기가 직접 던지고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의외성 때문에 아이들이 더욱 좋아한다. 두세 살까지는 헝겊 공처럼 탄성이 크지 않은 공이 갖고 놀기 적당하지만, 서너 살 이후에는 통통 잘 튕기는 공이 더욱 매력적인 법. 에너지도 마음껏 발산할 수 있고, 상호작용 놀이를 하기에도 적당하다.
놀이효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시각적 발달을 돕고 몸의 협응 능력을 향상시킨다. 한 번 튕겨 정해진 위치에 넣도록 하거나 굴려서 목표로 정한 지점에 도달시키는 놀이를 해보자.
펌핑 말 신나게 점프 점프~
말의 허리 부분이 아코디언 형태의 주름으로 되어 있고 그곳과 연결된 호스의 에어 펌프를 누르면 주름이 늘었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며 앞으로 전진하는 구조. 펌프를 누를 때마다 말이 뒷발질을 하는 단순한 원리가 아이 눈에는 신기하고 재미나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개념을 익힐 수 있다.
놀이효과 천천히 혹은 빠른 속도로 소근육을 조절하며 한 번에 어느 정도의 폭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 예측 가능하다. 난이도를 조절하면서 약간 높은 곳에 올라가기, 빨리 가기, 시간에 맞춰 가기, 정해진 위치에 가기 등을 할 수 있다.
요요(yoyo) 오랜 역사를 지닌 장난감
핑그르르 돌다가 순식간에 빨려 올라오는 요요는 시대를 불문하고 문구점에서 늘 찾아볼 수 있는 장난감이다. 바퀴의 회전과 손놀림에 따라 줄이 풀어졌다 꼬이기를 반복하며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은 한마디로 ‘매직’이다. 요요는 인형 다음으로 가장 오랜 기원을 가지고 있는 장난감이다. 기원전 500년경 고대 그리스 유물에서도 요요와 비슷한 놀이기구가 발견됐을 정도.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다루기 어렵기 때문에 바닥에 살살 굴려본다거나 의자 위에 올라가 감았던 줄을 놓는 식으로 익히게 하자.
놀이효과 요요를 하다 보면 물체의 중력을 알게 되고, 힘의 밸런스와 눈과 손의 협응력이 발달된다. 충분한 연습이 이루어져야 제대로 갖고 놀 수 있어 인내심과 끈기를 기르게 된다. 손, 팔, 온몸을 함께 움직이므로 두뇌 발달 에도 효과적.
비즈데코 칙칙~ 물 뿌리면 완성!
블록이나 큐브 같은 장난감은 대개 특정한 형태를 완성한 뒤에는 해체해 다시 만들곤 한다. 그런데 비즈데코는 자신이 만든 비즈에 분무기로 물을 뿌리면 그대로 굳는다는 특징이 있다. 창의적인 생각을 결과물로 남길 수 있는 것이 장점. 아이가 비즈데코에 익숙해지면 스스로 도안을 그려서 좀 더 창의적인 작품을 완성하게끔 유도하자.
놀이효과 도안에 따라 핀셋으로 작은 비즈를 하나씩 이동시키며 미세한 소근육이 발달되고 아이들의 창작욕을 충족시킨다.
악어룰렛 짜릿한 카타르시스!
무섭지만 자꾸 무서운 이야기가 듣고 싶고, 언제 귀신이 튀어나올지 모르지만 그래도 귀신의 집에 들어가고 싶은 심리는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악어 이빨을 누르는 순간, 커다란 입에 손가락을 ‘앙’ 물릴지도 모르 지만 그럼에도 이빨 하나하나를 누르게 되는 심리는 무얼까. 발달 전문가들은 무서워하면서도 자꾸 무서운 상황 속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방어기제라 설명한다.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공포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것. 악어룰렛은 ‘놀이’라는 안전한 틀 안에서 공포를 체험할 수 있는 장난감이다. 물려봤자 많이 아프지 않다는 걸 알기에 아이도 기꺼이 공포 체험을 즐기려 하는 것.
놀이효과 악어룰렛을 즐기며 재빠른 손놀림을 익힐 뿐 아니라 민첩성이 발달하고 경우의 수를 계산하게 된다. 차례대로 번갈아가며 악어의 이빨을 누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순서를 지키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슬링키(slinky) 무게중심의 원리가 담기다!
흔히 용수철, 무지개 링이라고 불리는데 정식 명칭은 슬링키(Slinky)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에 등장하는 ‘허리가 용수철로 되어 길게 늘어나는’ 강아지의 이름이 바로 슬링키다. 슬링키는 양손에 들고 이리저리 옮기는 것도 재밌지만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백미는 역시 계단 놀이. 계단 맨 위 칸에 올려놓고 살짝 밀어내면 ‘찰찰~’ 소리를 내며 애벌레가 기어가듯 스스로 한 계단씩 내려간다. 아이가 수학적으로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무게중심의 원리를 어렴풋이나마 경험하게 해주는 장난감. 1945년 미국의 엔지니어 리처드 제임스가 만든 이후 세계적인 히트 장난감이 되었다. 지금껏 슬링키를 만드는 데 쓰인 철사는 지구를 126바퀴나 감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놀이효과 슬링키는 단순하고 간단한 움직임으로 변화를 유도하는 게 특징. 움직임에 따라 색깔 변화가 나타나 흥미를 돋운다. 작은 움직임으로도 큰 결과가 나타나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계단 위에서 한 번 굴려 그 반동으로 끝까지 내려가게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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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박시전 기자 / 사진 이주현 / 모델 김대훈(4세), 유예인(4세) / 도움말 한춘근(한국아동발달센터 원장) / 스타일리스트 김유미 / 의상협찬 박성미 / 헤어·메이크업 유니클로(02-3442-3012), 크록스키즈(02-517-7786), 조엘(02-3442-3012), 페이유에(02-3445-6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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