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이연복 셰프의 탓을 할 순 없습니다. 동시간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면서 의도적으로 겹치기 출연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정이 아닌 게스트 형식인 터라 MBC와 SBS가 충분히 편성을 통해 겹치기 논란을 피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어찌 보면 두 방송사가 의도적으로 요즘 쿡방의 대세인 두 셰프를 게스트로 한 프로그램을 통해 맞대결 시킨 게 아닌가 싶어 보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들의 겹치기 출연은 이연복 최현석 두 셰프의 의도가 아닌 방송사의 의도가 더 궁금한 대목일 뿐이다.
그렇지만 ‘별에서 온 셰프’에서의 이연복 셰프의 발언이 하나 유독 걸립니다. 이날 방송에서 이연복 셰프는 “그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했다”며 요즘 한창 방송 출연이 많아진 까닭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내가 (얘기를) 하는 사람인데도 질릴 정도로 같은 얘기가 반복됐다. 그러니 듣는 사람은 얼마나 짜증나겠느냐. 앞으로 토크쇼에는 죽어도 안 나가려한다”고 얘기했습니다.
MBC <다큐스페셜> ‘별에서 온 셰프’ 방송 화면 캡쳐
그런데 하필 같은 시간 SBS에선 이연복 셰프가 출연한 토크쇼인 <힐링캠프>가 생방송으로 전파를 타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연복 셰프가 동일 시간대 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하면서 한 방송에서 다른 방송을 디스한 셈이 됐죠. 한 방송에선 토크쇼에 죽어도 안 나가려 한다며 같은 시간대 다른 방송에선 토크쇼에 출연하고 있는 모습이 전파를 탔으니까요.
하지만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이연복 셰프는 단순히 토크쇼에 출연하며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것을 그만 둬야 한다는 얘기를 했을 뿐이죠. 갑자기 방송 출연이 많아진 전문가들이 대부분 동일하게 느끼는 고민을 얘기한 것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하필 MBC와 SBS가 묘한 편성을 해 겹치기 출연이 되면서 이연복 셰프는 동일 시간대에 방송되는 두 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해 한 프로그램에서 다른 프로그램을 실시간 디스한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역시 방송사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SBS <힐링캠프>와 동일 시간대에 방영된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이연복 셰프의 해당 발언은 편집했어도 되는 가 아닌가 싶기 때문이죠. 결국 이날 방송은 이연복 셰프가 아닌 MBC <다큐스페셜>‘별에서 온 셰프’가 SBS <힐링캠프>를 디스한 것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것도 이런 상황을 전혀 의도하지 않은 이연복 셰프의 입을 통해서 말이죠. 교양국이건 예능국이던, 또 방송국이 사로 다를 지라도 모두 같은 방송인입니다. 방송인 끼리 지나친 경쟁으로 출연 게스트의 겹치기 논란이 불거지고 디스까지 하는 듯한 모양세가 연출되는 상황이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