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무라인 관계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조기 레임덕으로 빠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지율 30%대도 붕괴됐다. 대구·경북 지역과 60대를 제외하곤 그 추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 메르스로 인해 박 대통령은 사실상 고립됐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 때보다 민심이반이 더 심각하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메르스가 진정되기만을 기다릴 뿐 사실상 대책이 없다는 걸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서울병원 전경.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박근혜 대통령이 6월 17일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을 직접 만난 것도 정부의 반 삼성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박 대통령은 충북 오송 국립보건연구원을 방문하는 자리에 송 병원장을 호출했다. 송 병원장을 충북 오송으로 부른 것 자체가 ‘질책성’이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굳은 얼굴로 “좀 투명하게 공개됐으면 하고”, “적극적으로 좀더 협조해 힘써 주시기 바란다”와 같은 요구를 했다. 이를 듣는 송 병원장은 내내 쩔쩔 매는 듯한 모습이었다. 여권 안팎에서는 더욱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과의 ‘허니문’은 끝났다는 말까지 들린다. 앞서의 친박 의원은 “삼성은 치외법권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문제점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의 한 원로 인사 역시 “삼성이 정부를 우습게 보는 것 같다. 남은 임기 동안 버텨보자는 생각을 하면 오산이다. 더 이상 박 대통령에게 관용을 기대하진 마라”며 사실상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삼성은 이례적으로 몸을 낮추는 듯한 행보를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월 18일 삼성서울병원을 직접 찾아 메르스 환자 치료 현장을 살펴보고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와 조속한 사태 해결을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가 확산돼 죄송하다”며 “최대한 사태를 빨리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보다 앞선 17일 삼성 사장단도 “고개를 못들 정도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다. 깊이 반성하고 국민 앞에 송구하기 그지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