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과연 이번 조치가 주식시장을 살릴 것인가. 결코 장담하기 어렵다. 주식시장은 기업의 소유권이 거래되는 곳이다. 따라서 주식가격은 기업의 가치를 반영한다. 주식가격은 기업의 수익성, 위험성, 활동성, 유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다. 이렇게 볼 때 주식시장을 근본적으로 살리는 것은 가격제한폭이 아니라 실물경제의 회복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감소하는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메르스 사태가 터져 내수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관광, 유통, 음식, 숙박, 서비스 등의 경기가 실종 상태이다. 여기에 국가신인도가 하락하여 한류, 패션, 의료, 건설, 플랜트 등 미래 수출산업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런 상태에서 가격제한폭의 확대가 주식시장의 활성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희망사항에 가깝다.
문제는 주식 가격제한폭의 확대가 투기고삐를 풀어주어 주식시장의 도박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투기는 주식시장의 무서운 독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아직 규모가 작고 시장기능이 미흡하다. 더욱이 공시제도와 정보의 투명성이 부족하여 소문에 취약하고 단기 거래가 많다. 따라서 자금력과 정보력을 가지고 있을 경우 주식가격의 조작과 투기거래가 용이하다. 여기에 가격제한폭을 확대하는 것은 기업사냥과 투기거래에 날개를 달아 주는 것이다.
가격제한폭이 상하 30%로 확대됨에 따라 주가가 이틀 만에 반 토막이 나거나 70%의 폭리를 취할 수 있다. 투기세력으로서는 보통 유리한 조건이 아니다. 이에 따라 우려되는 피해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개미투자자들이 피해를 집중적으로 입는다. 정보력이 부족하고 자금력이 영세하기 때문이다. 공매도 열풍도 걱정이다.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내고 결제 일에 주식을 사서 되갚는 방식으로 폭리를 취하는 투기거래가 만연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신용거래를 하는 투자자들이 단시일 내에 모든 투자금을 잃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외국자본의 투기행위이다. 외국자본이 들어온다는 소문만 돌아도 주식가격이 뛰는 것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현실이다. 막강한 자금과 시장지배력을 이용하여 투기거래를 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국부유출을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
주식시장 선진화를 위해 보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투기거래를 막는 장치로 서킷브레이커와 변동성 보완 등의 장치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일반투자자들이 정보에 취약한 점을 감안하여 공시제도의 질적 개선도 필요하다. 증권회사들의 과도한 신용거래는 지양해야 한다. 개인의 직접투자비율을 줄이고 간접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무엇보다도 실물경제를 살리는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의 청사진을 마련하여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이 동반성장하는 전략이 절실하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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